첫 경험의 순간을 기억한다.
서울 종로구 낙원상가 옆 음습한 골목길. 처음 본 남자를 따라 간판도 없는 셔터문을 열고 캄캄한 계단을 내려갔다. 마른침이 꼴깍, 가슴은 세차게 방망이질친다.
때는 바야흐로 유흥업소 심야영업 제한이 있던 1990년대, 종로3가 낙원동 일대에서 ‘게이바 찾기’ 미션은 순박한 청년을 007 영화에 나오는 본드걸로 빙의시키기에 충분했다.
마침내 열린 두꺼운 방음문 너머. 알록달록한 조명과 자욱한 담배 연기에 뒤덮인 누아르풍의 세계가 펼쳐진다. 해사한 미소의 사내들이 쏟아내는 시선이 일시에 내 몸을 스캔하고 있음을 느낀 순간, 숨이 턱 막혔다.
그러고는 혼란의 시간들.
오고 가는 맥주잔 아래 낯선 은어들과 하이톤의 웃음소리, 간드러진 일본 노래들은 <선데이서울> 등의 황색잡지에서 본 음침한 르포 기사들과 오버랩됐다. ‘범생이’로 자란 나에게 당시의 게이바 풍경이 주는 충격과 저항감은 만만치 않았다.
그러나 게이 커뮤니티 게토의 왕언니들이 온몸으로 뿜어내던 카리스마와 순식간에 나를 사로잡은 피보다 진한 연대감은 압도적이었다. 학교나 가족, 사회에서 알려주지 않던, ‘길녀’의 성장통은 당연한 수순처럼 시작됐다. 그리하여 나는, 게이바 등이 밀집한 낙원동 거리를 주말 밤이면 밤마다 휘젓고 다니는 게이, 은어로 ‘길녀’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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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략)
한겨레21에서 청탁받았던 낙원동에 관한 손발이 오그라드는 글입니다.
짧은 글이지만... 전문은 아래 링크에 있어요.
http://h21.hani.co.kr/arti/culture/culture_general/34137.html
마지막에 만루의 이야기를 살짝 언급하며... 가족모임에 대한 간접 홍보도 했어요~~~
세상이 안 변하는 것같아도 이렇게 돌아보니 격세지감을 느끼게 되네.
'썬데이 서울', 파고다 극장(일명 '파 싸롱') 모두 그리운 이름이고,
기형도 시인도 생각나고...
근데 코러스보이 무용담(?)이 너무 짧게 나와서 아쉬워~ *^.^*
종로의 기적, 낙원의 이야기는 오늘도 이어진다...! ^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