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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이성애자인 여자입니다.

대학에 다니고 있고, 인권과 복지에 관심이 많아

총학생회에서 관련된 일을 하고 있습니다.


저희 학교는 계열 특성상 남자가 여자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얼마 전, 아주 친하게 지내던 같은 과의 남자인 친구가 커밍아웃을 해왔습니다.

같이 술을 마시면서 말이에요.

그 아이는 저를 믿고, 저와 제 친구 단 두명에게만

자신이 게이라는 것을 밝혔다고 이야기 했습니다.

그 아이가 저를 믿은 이유는, 가장 친하고 잘 맞기도 했고,

남자들이 많고 성소수자에 대해 매우 보수적인 학내 학생사회에서 여자를 좀더 믿을 수 있었고,

제가 총학생회에서 하던 일이 성소수자에 대해 조사하는 일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이 친구가 지금 많이 힘들어하고 있습니다.

비록 주변사람들과 조금 다른 사랑을 하고 있지만,

그 누구보다 순수하고 설레는 사랑을 하고 싶어하는 아이입니다.

그런데 그가 접한 게이들의 세상은, 스스로 느끼기에,

정말 더럽고 추잡했다고 이야기하더군요.

오직 잘생긴 얼굴과 몸, 그리고 섹스.

이게 전부인, 진실되지 못한 사랑만 가득했다구요.

많이 힘들고 외로운 상황에서, 기대고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을 찾고 있었는데,

오히려 그렇게 찾아서 만난 사람들이 모두 그아이의 가슴에 칼질을 하고 말았습니다.

친구는 게이들이 모인다는 스마트폰 앱까지 다운받아서라도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고 싶어했습니다.

하지만, 제가 보기에 그것은 마치, 이성애자들이 인터넷 채팅을 통해 원나잇만남을 가지는것과 비슷해보였습니다.

저는 이 친구가 이것을 사용하지 않기를 바래서,

되도록이면 이 앱을 지우고 다른 방법을 찾았으면 좋겠다고 말해주었고,

본인이 동의해서 제가 직접 앱을 지웠습니다.


뿐만 아니라, 성소수자에 대한 편견으로 가득한 저희학교의 학생사회는,

성소수자에 관한 내용으로 시덥지 않은 농담을 나눕니다.

총학생회에서 개선하려고 시도는 하지만, 바뀔 기미는 보이지 않습니다.

이때문에 이 친구는 또한번 상처를 받고 있었습니다.


이 친구는 직접, 자기가 자살까지 생각했었다고 하더라구요.

전생에 자기가 무슨 죄를 지었길래, 이렇게 힘들어해야하고,

이렇게 억울해야만 하는지, 정말 답답해했고,

술에 취해 많이 울었습니다.


부모님께도 아직 얘기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아직 대학생인 친구에게 벌써 장손를 기대하고 계신다는 어머니와 할머니가 있다구요.


이 착한 아이를 도와주고 싶습니다.

공부 잘해서 좋은 대학에 왔고, 그 안에서도 노력을 많이 하는 모습을 보이는 좋은 아입니다.

이 아이가 이렇게 힘들어할 이유가 없습니다.

하지만 제가 해줄 수 있는 말은,

자존감을 지켜라, 누가 옆에서 뭐라고 하든, 너는 너를 지켜야 한다

뭐 이런 그저그런 이야기들 밖에 없어요.

정작 당사자에게는 해줄 수 있는 말도 없으면서 성소수자를 위해 뭔가를 한다고 말하는게 부끄러울 정도입니다.


이 친구를 도와주세요.

정말 많이 힘들어하고 있어요.

이친구를 어떻게 위로하고, 어떻게 용기를 주고,

어떻게 해야 순수한 사랑을 해 나갈 수 있을지, 알려주세요.


친구가 마음놓고 사랑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박재경 2012-10-14 오전 00:10

안녕 하세요. selina님 반갑습니다.
갑작스런 친구의 커밍아웃에 놀라셨을 텐데 침착하게 친구를 잘 이끌어 주셔서
성소수자 커뮤니티의 한 사람으로서 고맙습니다.
동성애자인 친구가 님에게 커밍아웃을 했다면 그 친구는 님을 친구로서 매우 사랑하고 있고
지속적으로 삶과 우정을 나누고 싶다는 의미입니다.
또한 그만큼 님이 신뢰할만한 좋은 사람이란 의미도 담겨 있답니다.

질문의 요지는 친구가 커밍아웃을 했고 친구가 고민하는 지점에 도움을 드리고 싶다는
것으로 이해를 했습니다.

몇 가지 점들을 살펴보면 좋겠습니다.

첫째, 친구가 자신을 성찰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합니다.
우리는 직간접적인 경험을 통해서 지식이나 정보를 알게 됩니다.
또한 우리 내면에 대해서도 경험을 통해서 알아가게 됩니다.
그러나 똑 같은 직간접적인 경험을 하더라도 그것을 해석하고 의미화하며 합리적인 삶의 지향을 만들어 내는 것은 사람마다 다릅니다.
이런 차이는 경험이 가지는 의미를 얼마나 깊고 다양하게 성찰을 했는가의 차이라고 생각합니다.
성소수자커뮤니티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경험한 것이 전부이고 그것만이 진실인양 오해를 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습니다.

성찰을 몸에 익히는 것은 어렵지 않지만 또 쉽지도 않습니다.
꾸준하고 지속적인 연습이 필요한 과정이기 때문입니다.
친구가 혼자서 성찰하는 것을 어려워한다면 그런 것들을 나눌 수 있는 안전한 커뮤니티에 참가하도록 독려를 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우리 단체와 같이 공식적인 모임에서 또래들과 또 삶의 경험이 풍부한 선배들과 고민들을 나누다보면 친구가 고민을 스스로 어떻게 해결해 나가야 하는지? 그리고 고민을 통해서 무엇을 배워야 하는지 아는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둘째, 친구가 자신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표현할 수 있도록 도와주되 쉽게 화내지 않도록 주의를 주어야 합니다.

동성애자로서 우리의 감정과 삶은 늘 주변으로부터 억압을 받습니다.
“괴롭고, 억울하고, 답답하고, 자살” 과 같은 감정과 생각들도 그대로가 진실이기보다 사실은 “ 우리가 느끼는 모욕감에 대한 분노”의 한 표현입니다.
친구가 감정을 잘 표현할 수 있도록 용기를 주되 적절하지 못 한 장소와 상황에 화를 내는것은 성숙한 태도가 아님을 말해 주어야 합니다.

또한 “자살에 대한 생각”이 지속적인지 문의하고 친구의 안전상 위협이 된다고 판단되면
대화로만 끝내지 말고 각 지역별 “정신보건센터” 나 “정신과 상담”을 받게 해야 합니다.
동성애는 정신병과 관련이 없지만 우리가 느끼는 모욕감을 해결하지 못하고 자신의 감정을
억압해서 발생하는 이차적인 다른 문제들은 전문적인 상담이나 의료적인 조치들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친구의 분노를 가라앉히기 위해서 “머리를 쓰다듬기, 손을 잡아주기, 팔짱 끼기” 등과 같이 친밀감을 충분히 표현할 수 있는 사소한 스킨십을 자연스럽게 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합니다. 스킨십의 대상은 생물학적 성별에 관계없이 말입니다.
물론 상대방의 감정을 충분히 잘 배려하도록 충고를 해주면 더 좋습니다.
또한 “ 이런 저런 상황이면 나는 정말 화를 내었을 것 같은데, 다른 사람에게 화를 내지 않고 혼자서 삭히는 네가 참 장해 보인다. 그렇지만 감정을 삭인다고 좋은 것이 아니고 상대방의 입장을 고려해서 적절하게 표현해야 더 좋다” 고 옆에서 말을 해주면 좋겠습니다.

또한 자신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표현할 수 있도록 다음과 같은 질문도 좋습니다.

“ 친구야... 너 요새 무슨 궁상을 떨고 있니?”
“ 친구야... 저 지나가는 남자 너는 몇 점이니?”
등등 자신의 감정을 억압하고 나쁜 것으로 생각하지 않도록 도와주면 좋겠습니다.

스마트 폰 앱을 지운 님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지만 객관적으로 보면 동성애자인 친구의 감정을 님이 억압했고 나쁜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에 제 개인적인 입장에서는 부적절한 행동이었다고 생각됩니다.

“ 저 번에 스마트 폰 앱( 커뮤니티에서 ‘그라인더’ ‘잭디’ 등으로 부릅니다.) 지운 것은 사실 네가 걱정되어서 그런 것 이었는데.... 동성애자로서 너의 감정을 인정하지 않아서가 아님을 분명히 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셋째, 동성애와 성소수자를 비하하는 농담이나 욕설을 들었을 때 침묵하는 태도는 친구에게 사실은 상처가 됩니다.
“ 웃지 마십시오.”
“ 당황하지도 마시고, 농담이나 욕설을 하는 사람에게 그 말이 정확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질문하십시오.“
“ 그리고 동성애와 성소수자에 대해서 비꼬는 태도나 말은 적절하지 않은 것이며 잘 알지도 못하는 타인에 대해서 그런 태도를 보이는 것에 대해서 님이 동의하지 않음을 알려주세요.”
“ 다시는 님이 함께 있는 자리에서 그런 말을 듣고 싶지 않다는 것을 분명히 말씀을 하십시오”

이런 방법은 동성애와 성소수자에 대한 비난뿐만 아니라 여성이나 장애인 등 다른 소수자들을 부적절하게 대우하는 사람들에 대해서도 적절한 방법입니다.

넷째, 동성애혐오를 경계해야 합니다.
우리는 태어나고 성장하는 동안 생물학적 성별에 맞게 , 이성애자가 될 것을 끈임 없이 교육을 받고 학습과 강요를 받습니다.
이 범주에서 벗어난 모든 감정에 대해서는 ‘비정상’이라고 배제하도록 강요를 합니다.
동성애와 성소수자를 혐오하는 일부 이성애자들처럼 동성애자들도 자신의 감정을 잘못된 것으로 생각하도록 이미 내면화되었기 때문에 이런 생각을 몰아내도록 꾸준하고 지속적으로 연습이 필요합니다.

“자신의 경험을 성소수자 커뮤니티의 전체 모습으로 생각하고 절망하고 마음의 문을 닫으려는 태도 역시 내면화된 동성애혐오가 작용했기 때문입니다.”

다섯째, 님이 먼저 동성애와 성소수자에 관련한 책들과 자료를 접하고 친구와 대화를 나누십시오.

Coming Out From The Closet(가족 중에 동성애자가 있을 때: 김준자 지음)
Gay Culture Holic (친절한게이문화안내서: 친구사이 지음)
Coming Out Guide book( 친구사이 홈페이지 상단 매뉴 “커밍아웃”에서 자료를 안내 받으실 수 있습니다.)

여섯째, 강하고 단단하게 살도록 해야 합니다.

성정체성은 개인의 일부분이지 전체가 아닙니다.
성정체성보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꿈을 위해서 어떻게 살아가느냐가 더 중요한 것입니다.
현실의 고난과 도전에 대해서 언제까지 주저앉아서 울 수 만은 없다는 점을 말해 주어야 합니다.
“ 강해지고 단단하게 살아가야 한다.” 는 점을 분명히 말해 주십시오.
또한 강하고 단단하게 살아남아서 자신의 꿈을 향해 열심히 걸어가는 수 많은 동성애자들이
얼마든지 있다.라는 사실과 그런 점이 성소수자들이 이성애자들의 사회에 주는 메시지라는 점도 알 수 있게 해 주어야 합니다.
친구와 소중한 우정을 나누고 있는 님은 참 멋진 사람입니다.
다시 한 번 커뮤니티의 한 사람으로서 님에게 감사와 존경을 전합니다.

행운을 빌어요
마음연결
마음연결 프로젝트는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에서 2014년부터 진행하고 있는 성소수자 자살예방 프로젝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