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7-02-13 ] | |
강간, '구성요건 완화'·'대상은 확대' | |
성폭력 관련 형법개정안 어떤내용 논의되고 있나 | |
앞으로 개정될 성폭력 관련 형법 규정은 성적자기결정권이라는 성범죄의 보호가치를 확고히 하고 성폭력 피해자를 더욱 보호하는 쪽으로 이루어지게 된다. 제17대 국회 들어 성폭력 피해자에 대해 진술녹화제도를 도입하는 등 6개 법안이 국회를 통과해 시행되고 있지만 성폭력 관련법은 아직도 성적 약자인 여성을 보호하고 성폭행 범죄를 근절하기에는 여전히 미흡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번에 공개된 성폭력 관련 형법개정안은 최근 논란을 빚은 '부부강간' 처벌, 친고죄 폐지, 강간의 구성요건 완화와 강간대상의 확대 등 획기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따라서 이번 개정안은 성폭법에서 규정하고 있던 처벌규정들을 형법으로 옮겨 일원화 시키면서 현행 형법규정에 남아 있는 남성 편향성을 극복하고 성적자기결정권을 보호하는데 진일보 했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강간개념의 확장= 개정안은 기존에 강제추행으로만 처벌받던 구강성교나 항문성교, 또는 신체의 일부나 도구를 이용한 성교까지 강간으로 인정했다. 이들 행위가 여성의 성적자기결정권을 강간 못지않게 침해함에도 불구하고 현저히 낮은 법정형인 강제추행으로만 처벌 받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주장에 따른 것이다. 특히 아동성폭력범죄의 상당수가 항문이나 구강성교 혹은 성기에 손가락 등을 삽입하는 행위로 행해진다는 현실을 반영했다. 또 개정안은‘추행’이라는 용어를‘성적행동’으로 순화했다.‘추행’은 피해자에게 자신의 피해경험을 은밀한 상처 내지 수치스러운 일로 인식하게 만드는 부정적 효과를 보인다는 지적에 따라 가치중립적인 용어로 변경했다 ◇남성도 성폭력의 피해자로= 개정안은‘부녀’로 규정된 성폭력의 대상을‘사람’으로 통일했다. 이에 따라 기존에 강제추행죄로만 처벌되던 동성애적 성폭력과 성전환자에 대한 성폭력도 강간죄로 의율할 수 있게 됐다. ◇부부간의 성폭력도 처벌 대상= 개정안은 또 성폭력범죄의 대상으로 “법률상 또는 사실상 혼인관계에 있는 자를 포함한다”는 규정을 신설해 아내에 대한 성폭력의 근거규정을 마련했다. 아내 강간죄의 인정여부에 대해서는 학계의 의견이 크게 갈려있고 대법원도 아내강간을 부정하는 판결(1970.3.10·70도29) 이후 판례를 변경 하지 않고 있다. 이호중 한국외대교수는 "성범죄의 대상이 ‘사람’인 이상 아내 강간은 굳이 법개정이 필요한 사항은 아니다“ 면서”정의규정을 통해 보다 적극적으로 해결책을 강구하자는 것“이라고 개정안의 취지를 설명했다. ◇폭행협박정도에 따라 처벌 구분= 개정안은 단순 폭행·협박을 행사한 경우와‘저항을 불가능하게 할 정도’의 폭행·협박을 행사한 경우를 구별해 후자를 가중처벌 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기존의 통설과 판례는 후자의 경우에만 처벌해 왔다. 또 강제력 행사의 방법으로 기존의 폭행·협박 외에 ‘위력’도 함께 규정했다. ◇비동의간음죄의 신설= 개정안은 폭행이나 협박을 하지는 않았으나 상대의 의사에 반해 간음한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같은 방식으로 성적행동(강제추행)을 했을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해 성폭력 처벌의 공백을 없앴다. ◇친고죄의 폐지= 개정안은 피해자에게 이중의 고통을 안겨준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성폭력 범죄의 친고죄 원칙을 폐지했다. 다만 비폭력적이고 경미한 침해유형이라고 평가 받는“공중밀집항소에서의 성적 행동”과 “통신매체이용음란죄”는 친고죄를 유지했다. 신설한 “동의없는 성적행동”에 대해서는 폭행·협박이 없고 아는 사람, 특히 연인 사이에 문제되는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라는 점을 고려해 친고죄로 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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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용태 기자 kwonyt@lawtimes.co.kr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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