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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개봉되는 이송희일 감독의 ‘후회하지 않아’

‘한국 퀴어 영화의 오늘은?’

16일 이송희일 감독의 ‘후회하지 않아’가 전국 7개 스크린에서 개봉한다. 제작비, 스크린수 모두 웬만한 대작 영화의 1%가량에 해당하는 영화지만, 영화의 의미는 그 이상이다.

# 계급 갈등과 노골적 성묘사

한국에는 이미 두 편의 동성애 소재 장편 영화가 극장에서 상영된 적이 있다. ‘내일로 흐르는 강’(1996)은 한국에도 남성 동성애를 다룬 영화가 존재함을 처음으로 알렸고, ‘로드 무비’(2002)는 대형 기획사 싸이더스가 정찬 등 주류배우와 함께 만들어 화제를 모았다.

‘후회하지 않아’가 이들 영화와 다른 점은 계급 갈등을 전면에 내세운다는 점이다. 고아원 출신 수민(이영훈 분)은 대리운전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부유한 재민(이한 분)과 처음 만난다. 공장 간부인 재민은 해고 위기에 몰린 비정규직 노동자 수민을 계속 고용하려 하지만, 수민은 이를 거부하고 게이 호스트바에 일자리를 얻는다. 재민은 수민을 수소문해 온갖 방법으로 구애하지만, 수민은 재민의 사랑을 쉽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영화는 1970∼80년대 호스티스 멜로 영화의 틀을 고스란히 따왔다. 시골 출신 여성이 도시로 나와 꿈을 이루려다가 실패하고 결국 술집으로 흘러든다. 여기서 여성은 부잣집 남성을 만나 낭만적인 미래를 꿈꾸지만 결국 처참하게 버림받는다는 내용이다.

‘후회하지 않아’는 이 틀 속에서 사랑을 나누는 대상을 동성으로 설정한 뒤, 계급간 차이를 선명하게 부각시켰다. 대학진학을 꿈꾸는 수민이 현재 일하는 게이 호스트바는 부유한 남성들이 자신의 재력으로 사랑과 몸을 사는 시장이다. 가진 건 몸밖에 없는 하층 계급 남성들은 이 곳에서 온갖 모욕을 감수하며 감정을 팔아치운다. “넌 부자여서 도망갈 곳이 있겠지만, 나는 아무 곳도 없어”라는 수민의 대사는 영화의 주제를 함축한다. 이 대사는 카프계열 작가 강경의 ‘인간조건’에 나오는 말이기도 하다.

또 ‘후회하지 않아’에는 노골적인 성애 묘사가 나온다. 가운만 걸친 남성 커플들이 좁게 구획된 공간으로 함께 들어가는 장면은 아름답게 가공되기보다는 사실적으로 찍혔다. 영화 속에서 사용되는 용어도 현실적이다. 이성간의 낭만적인 성애 장면에 익숙해있던 관객이라면 다소 불편해할 수준이다. 이는 남성간의 성애를 암시적으로 묘사한 ‘내일로 흐르는 강’, 두 주인공의 성애를 계속 유예시켰던 ‘로드 무비’와 다른 점이다. 원제가 ‘야만의 밤’이었다는 점이 보여주듯, ‘후회하지 않아’는 야만적인 한국 자본주의 사회에서 무산계급의 성적 소수자라는 이중의 고통스러운 정체성을 가진 인간의 삶을 적나라하게 그려냈다.

# 아직은 낯선 퀴어 문화

영화 ‘왕의 남자’가 1천만 관객을 모은 사실은 한국 관객이 동성애에 대해 과거보다 너그러운 기준을 갖고 있다는 점을 증명하는 듯 보인다. 또 ‘메종 드 히미코’ ‘브로크백 마운틴’ 등 일본과 미국의 동성애 소재 영화도 관객들로부터 사랑받았다.

그러나 이를 두고 한국 사회에서 성적 소수자에 대한 편견이 사라졌다고 말하기는 힘들다. 일단 이 영화들은 동성애를 현실의 대립관계에 대한 은유로 설정하거나, 보편적 사랑으로 승화시킨다는 점에서 본격적인 퀴어 영화가 아니다.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가 최근 진행하려 했던 ‘게이들을 위한 영화 기획 워크숍’이 개강조차 하지 못하고 무산됐다는 사실은 동성애에 대한 사회의 시선이 여전히 따갑다는 사실을 잘 보여준다.

친구사이의 ‘게이 컬처 스쿨’은 “게이 스스로의 자긍심과 끼를 펼칠 수 있도록” 기획됐고, 일본어 강좌와 영화 기획 워크숍 두 가지로 진행될 예정이었다. 영화 기획 워크숍의 경우 싸이더스FNH 김미희 대표, ‘가족의 탄생’의 김태용 감독 등 다른 영화 강좌에서도 만나기 힘든 훌륭한 강사진이 섭외됐다.

그러나 일본어 강의는 성황리에 출발했지만, 영화 기획 워크숍은 12명으로 정해진 수강인원을 채우지 못한 채 폐강됐다. 친구사이 이종헌 대표는 “영화 강의의 경우 향후 영화계에서 일할 것을 마음먹은 게이들이 ‘아우팅’(동성애자의 성정체성이 타의에 의해 알려지는 것)당할 가능성을 우려한 것 같다”고 말했다.

본격적인 퀴어 영화인 ‘후회하지 않아’도 정작 게이 관객을 타깃으로 하지는 않는다. 남성 커플이 함께 이 영화를 보러 오기엔 주위의 시선이 곱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제작사인 청년필름 김조광수 대표는 “목표 관객은 20대 초·중반 여성”이라며 “극장에서 영화를 본다면 아우팅당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게이들은 향후 DVD나 케이블 텔레비전을 통해 영화를 볼 가능성이 많다”고 말했다.

소재 차원에서 본다면 다양한 가공이 가능한 동성애 영화는 향후 꾸준히 제작될 가능성이 있다. ‘후회하지 않아’ 역시 초기 단계에서 제작비 마련에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이 영화는 이와이 ●지 등의 영화를 배급한 포르시티모가 해외 배급권을 사갔고, 국내 DVD, 케이블 판권도 이미 팔리는 등 제작비를 회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조광수 대표는 “커밍아웃한 감독이 만든 장편 한국영화가 처음으로 개봉한다는 사실만으로도 동성애 진영에 일정 역할을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백승찬기자
* 차돌바우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08-10-20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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