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을 위한 어린이 인권동화 ⑤ - King & King
6월 초 어김없이 퀴어문화축제가 열렸다. 올해로 7년째 열리는 행사다. 차이가 차별이 되지 않기를 바라는 사람들이 오며 비가 오는 날씨에도 종로 거리를 행진했다. 사실 비가 온다고 하더라도 그들이 ‘퀴어’이지 않던가. 그리고 퀴어문화축제가 끝나가던 날, 사무실로 두 권의 책이 배달됐다.
이 책은 4월 24일 경향신문 인터넷판 기사를 통해 소개됐다. 이 동화를 미국의 한 초등학교 교사가 ‘다른 형태의 결혼들’이라는 주제로 7세 아이들에게 읽어준 것이 문제가 되었다는 내용이었다. 이 사실을 알게된 보수적 학부모 단체가 반발하고 나섰고, 학교를 고소하겠다고 했다. 동화책으로 인한 사건을 보도한 기사였다. 대체 어떤 책이기에 그렇게 난리였을까? 당시 국내에는 시판되지 않았으므로 인터넷서점 아마존에서 구입했다. 동화책 두 권은 배를 타고 태평양을 건너 6주 만에 도착했다.
왕자와 결혼한 왕자
이 그림동화책의 제목은 《King & King》. 주인공은 혼기를 앞둔 베르티에 왕자다. 여왕은 아들의 결혼상대를 찾기 위해서 이웃나라에 살고 있는 공주들을 불러 모으고 왕에게 선보이지만 왕자의 눈에 차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도착한 공주, 그녀는 오빠 리 왕자와 함께 성에 들어선다. 그 순간 베르티에 왕자는 첫눈에 사랑에 빠진다. 그런데 상대는 공주가 아닌 리 왕자였던 것. 《King & King》에서 왕자 둘은 결혼을 하게 되고 행복하게 산다.
이 동화책에는 둘의 사이에서 갈등 구조를 만드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여왕도 둘의 결혼을 인정했으며 왕위를 물려준 뒤 자신을 위한 시간을 가졌고, 모든 사람들은 이후 행복하게 살았으니 평화롭고 행복한 결말이다.
《King & King》은 ‘동성애 결혼’이라는 주제를 직설적으로 설명한다. 그러나 그림동화책이기 때문에 다른 삶에 대한 사회적 장벽을 깨기에 부담스럽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속편: 가방 속에서 나타난 아이
이야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속편 《King & King & Family》이 출간됐던 것. 둘은 결혼 후 정글로 신혼여행을 가게 되고, 그곳에서 새끼를 키우며 사는 동물들과 마주한다. 여행 마지막 날, 두 왕은 생선을 구워먹으며 이렇게 말한다.
“정말 대단한 여행이었어. 우리가 본 모든 것들을 사람들에게 말할 때까지 기다릴 수 없어.”
“나는 새끼와 함께 있는 그 동물들처럼 우리에게도 아이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두 왕은 새끼를 키우는 동물들이 부러웠던 것이다. 입양 외에는 아이를 (생물학적으로) 낳을 수 있는 방법이 없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짐을 싼 뒤, 집으로 돌아간다. 그런데 그들의 가방을 열고 정글에서 온 작은 여자아이가 나타난다. 아이는 여기까지 어떻게 왔는지 이야기하고, 두 왕은 자신들이 원하던 아이라며 먼 곳에서 온 아이를 공주로 입양한다. 이로서 또다시 해피엔딩!
하지만 동성애자들의 삶이 언제나 ‘해피’한 것은 아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동성애 커플이 사회적으로 보장받을 수 있는 제도는 아무것도 없다. 성소수자들은 동성혼(同性婚)이 불가능하더라도 동거인으로서 권리보장을 해줘야 하는 것이 아니겠냐고 한다. 그래서 동성혼이 자연스럽고 그들도 가족을 이룰 수 있다는 내용의 이 책이 현실감은 좀 떨어지지만, 《King & King》같은 그림동화책을 보고 자라는 아이들이 최소한 편견 없는 사회를 구성하지 않을까 기대하게 된다.
강서희 기자(heeging@prometheus.co.kr)
* 차돌바우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08-10-20 11: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