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일에 한번 들어올까 말까했던 이 게시판에 이렇게 자주 기웃거리는 것도 감기와 더불어 코러스의 후유증이겠지요.
제가 코러스모임에 들어온 이유는, 약간은 지루하고 단조로운 이반 생활에 대한 답답함 때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반들을 대상으로 하는 아이샵에서 일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반들과 사적인 인간관계는 별로 없는 편이었고, 모임이나 단체에 가입해서 활동하는 것도 번거롭고 별 필요성도 느끼지 못했고, 또 워낙 성격이 노력절약형에다, 낯가림 심하지, 술도 못마시지, 주말에 밤새워 노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지 등등의 이유로 꽤 단조로운 생활을 하고 있었지요. 어쩌면 제 흥미를 끌만한 모임을 발견하지 못한 탓일수도 있겠습니다만은.
바쁘기도 하고 피곤하기도 해서 자주 연습에 빠지기도 했지만 연습 시간이 즐거웠습니다. 노래를 하는 것도 즐거웠고, 연습 중간 중간에 몇 몇 분들이 던지는 농담도 유쾌했습니다. 공연을 앞둔 연습은 자칫 서로 스트레스를 팍팍 주기 쉽상인데도 연습 자체를 즐겁게 즐길 수 있도록 많이 참아주신 분들에게 감사드려요.
모든 분들이 수고했고 모든 분들이 고맙지만, 몇 몇 분들이 특히 떠오릅니다. 제가 그나마 이렇게 연습에 참여하고 무대에 설 수 있었던 것은 코러스보이님 덕택입니다. 열심히 문자보내주고, 가르쳐주고, 음치 몸치를 상대하면서도 짜증내지 않고 잘 이끌어 주었어요. 언젠가 혹시 누구라도 삐져서 나오지 않을까 하는 노심초사하는 모습을 잠깐 본적이 있는데, 그 때부터 정말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마 저를 비롯해서 단원들이 열심히 했다면 그것은 코러스보이님이 열심히 하신 그림자일 것 같아요.
저와 같은 파트였던 디노님에게도 감사를 드려요. 만약에 디노님이 없었으면 바리톤은 망했을 거예요. 디노님 덕택에 제가 못해도 조금은 편안한 마음으로 공연에 설수 있었죠. 저의 든든한 파트너였답니다. 포토캐논님에게도 감사를 드려요. ‘비 내리는 날 먹는 김치부침개’라는 공포를 그나마 이길 수 있도록 개인지도를 해주었는데, 덕택에 무사히 했습니다.(물론 제 기준으로 무사히 했다는 거죠 ㅋㅋ) 갈라님에게도 감사를 드리고 싶군요. 사실, 제가 코러스 모임에 나오면서 제일 걸렸던 것이 나이거든요. 갈라님 덕택에 용기를 내서, 나이에 굴하지 않고 나올 수 있었어요. 대모로서 역할도 잘하신 것 같아요. 공연 후에 주신 양말도 고맙구요. 나중에 60이 넘으면 호호파파 게이 합창단에서 활동하자구요 ㅋㅋ
그리고 이름을 일일이 열거하지 못한 분들도 같은 비중으로 감사를 드려요. 낯설음을 잘 견디지 못하는 저를 편안하게 해주신 단원들 모두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전합니다.
게이적 생활의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 같군요. 이 바닥 생활에서 언제부터인가 감동이라든가 훈훈함을 잃어버렸었는데, 그것을 다시 찾게 해준 계기가 된 것 같아요.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이 모임이 단지 노래만 하는 모임이 아니라 게이적 우정도 경험하는 모임이 되기를 바라구요.
덧붙여서... 이번 주 수요일 저녁에 아이샵에 오면 우리 모두가 잘 아는, 그리고 우리 모두가 사랑하는 분의 ‘이반들의 즐거운 성생활’과 관련된 강의를 들을 수 있답니다. 코러스 공연 후유증으로 몸이 근질근질하다면 오세요. 제 일터도 구경하시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