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적 내가 살던 집은 마당이 넓고 앞에는 개울이 흐르는 그런 집이었다.
화초 가꾸기를 좋아하는 어머니 때문에 우리집 넓은 마당에는 철따라 색색의 꽃들이 피어 있었다.
아버지께서 가장 좋아하셨다던 사루비아, 어머니께서 좋아하시는 쪽도리꽃, 그밖에 맨드라미, 접시꽃, 채송화, 장미, 라일락, 모란, 수국, 그리고 이름 모를 여러 종류의 꽃들, 동네 사람들이 꽃을 보러 집에 놀러 올 정도로 앞마당, 옆마당, 뒤뜰 할 것 없이 온통 꽃천지였다.
그래서인지 나도 자라면서 꽃을 가꾸고 식물을 키우는데에 취미를 붙이게 되었고 어느정도 노하우도 알게 되었다. 내가 고등학생이 되면서부터는 봄이 되면 마당에 뭘 심을까를 놓고 어머니와 가끔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어머니께서는 1년생 화초를 선호하셨지만 난 꽃나무를 좋아했기 때문이다.
요즘은 다들 편리하다는 이유로 아파트생활을 선호하지만 내가 나중에 살고 싶은 집은 어릴적 내 고향집처럼 마당이 넓은 그런 집이다. 물론 서울에서 마당이 넓은 집에서 산다는게 서민들에게는 한낫 꿈일수도 있겠지만 변두리 작은 집이나 서울 근교라도 마당이 넓은 그런 집에서 살고 싶다.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집은 마당이랄 것도 없이 출입구에 조그마한 공간이 있다. 거기에는 갖가지 화분들이 놓여있고 이른봄에는 상추를 심었다가 두식구 먹기에는 넉넉한 양만큼 잘 자라주어서 지인들을 불러다가 삼겹살 파티도 했었다.
상추는 밑에부터 잎을 뜯으면 위로 올라가면서 계속 자란다. 하지만 위로 올라갈수록 잎이 작아지고 거칠어지기 때문에 보통 2번 정도 뜯으면 뽑아야 한다.
상추를 뽑은 화분에 뭘 심을까 궁리하다가 지난 주말에는 화분을 몇 개 더 구해다가 애인과 함께 흙을 퍼다가 화원에서 사온 퇴비와 섞어서 고추와 들깨를 심었다.
난 깻잎을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애인은 삼겹살을 무지 좋아하는데다 삼겹살 먹을때는 꼭 깻잎에 싸서 먹기 때문이다.
고추 7포기와 들깨 12포기를 정성스럽게 심고 다른 화분에는 채송화, 봉숭아, 쪽도리꽃 씨를 뿌린후 물을 주고 나니 세상을 다 얻은 것처럼 날아갈 것 같다.
앞으로 난 눈만 뜨면 문을 열고 밤새 얼마나 자랐는지 이 놈들을 볼 것이며 낮이고 밤이고 벌레를 잡고 물을 주면서 더운 여름을 함께 날 것이다. 7월쯤에 고추가 주렁주렁 열리고 깻잎이 손바닥만하게 자라나면 또다시 사람들을 불러다가 삼겹살 파티를 할 것이다.
지금은 공간이 작아서 꽃을 가꾸고 농작물을 돌보는게 아이들 소꿉놀이 수준밖에 되지 않고 수확물이 적어서 서너명이 모여 삼겹살 파티 한 번 하면 끝나는 정도지만 언제가 마당 넓은 집에 살게 된다면,
내가 아는 모든 사람들을 불러 모아 꽃들이 흐드러지게 핀 마당 한 가운데다가 평상을 놓고 내가 키운 농작물로 거하게 삼겹살 파티를 하고 싶다.
이 꿈이 언제나 이루어질런지...
옛날 동네에서도 언뉘 보러 많이 왔었다면서~~~
꽃이 차암 이쁘다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