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무실은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서울대 병원 및 보령 제약이
있는 종로 4가에 위치하고 있다.
얼마전 부터 찬반여론이 거세기는 하지만 청계천 복원 사업의 일환이자
선례로 원남고가가 철거되고 있다.
공사를 시작하기 전에는 안그래도 많이 막히는 길인데,
아무리 경관도 좋지만, 실제적인 사용자들도 고려를 해야 하는 것
아닐까? 라고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매일 지나다니면서 어둡고 시야가 꽉 막혀보이던, 원남 4거리가
혜화동쪽으로 가는 고가의 상판 하나를 걷어내자 마자,
마치 하늘이 열리는 것 같은 느낌을 받게되었다.
사실 점심을 도시락을 싸먹기 때문에 출퇴근 시간외에는 잘 돌아다니지
않고, 저녁을 먹을 때도 보통 반대 방향으로 다니기 때문에 잘
인지할 수 없었는데, 얼마전 사무실 동료랑 오랫만에 대학로에
식사를 하러 가다가 뭔가 달라져서 봤더니 창경궁과 서울대 병원 사이의
도로가 그렇게 넓고 시원한 도로였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 이후에는 나는 원남고가 뿐만 아니라 청계천 복원 사업도 지지하는
사람이 되었다.
물론 실제적인 교통량, 혹은 사용자의 편의 굉장히 중요하다.
하지만 밤에 별하나 찾아보기 힘든 서울에서 생활하는 이들에게
더 중요한 것은 물질시대의 편의성이 아니고, 한조각의 여유,
눈을 상쾌하게 해주고, 가슴을 틔워줄 수 있는 자연일런지도 모른다.
전세계의 대도시가 다 그럴지는 모르겠지만, 사실 우리의 서울에서
녹지를 찾아보기는 쉬운일이 아니다. 그 와중에 사람들의 감정은
더욱 각박해져가고...
요즘 공동주택 현상을 하면서 외국의 좋은 사례들을 많이 봐서 그런지
부쩍 그런 생각이 드는 것 같다. 내가 2학년 때 였으니까 96년에
환경학 수업을 들을 때 나오던 선진국의 이야기들이 이제는 우리
주변에도 들리기 시작하는 것 같다.
도시 속에 숲이 있는 주거...그 안을 흐르는 가재가 살수 있는
1급수의 개천..
어쨋든 나 뿐만 아니고 이 근처의 많은 사람들이 원남고가의 철거와
함께 열린 하늘을 반기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