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내가 즐겨 듣는 노래 중에 델리스파이스의 '우주로 보내진 라이카'란 곡이 있다.
미국과 소련이 경쟁적으로 우주 개발 계획을 시행할 당시,
소련에서 '라이카'(강아지의 한 종류)를 우주선에 태워 날려 보낸 일이 있다고 한다.
이 노래는 굶어 죽을 때까지 컴컴한 우주를 헤매고 다녔을
강아지의 아픔을 자신의 입장에서 그리고 있는데,
전체적으로 경쾌하고 보컬의 목소리도 천연덕스러워 오히려 그 슬픔이 극대화된 곡이다.
가끔 잠자리에 누워 그 강아지를 떠올려 보곤 한다.
좀 비약하고 어거지로 말한다면 처음으로 내가 게이인걸 인정하고
사람들을 만나기 시작할 당시의 내 심정이라고나 할까.
돌이켜보니 데뷔(별다른 대체 용어가 떠오르지 않는다)한지 일 년 정도 된 것 같다.
그다지 긴 시간은 아니었지만 나름대로 알찬 시간이 아니었나 싶다.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무엇보다도 나 자신이나 세상을 대하는 데 있어
자신감이 생긴 점이 가장 큰 일이 아닐까 싶다.
무엇에 당당히 맞서기보다는 습관처럼 그늘을 찾아 숨기를 좋아했던 것에서
점점 햇빛의 따뜻한 감촉을 느낄 수 있게 됐다고나 할까.
그리고 7명 정도에게 행한 커밍아웃도 기억에 남는다.
처음에는 나름대로 마음을 다잡고 했는데도 식은땀까지 흘렸던 반면
가장 최근에 한 친구에게는 맥 주 한잔 마시고 일사천리로 끝내버렸다.
그 친구는 조그만 신문사에 다니는데 너네 신문에서 동성애를 다루면
인터뷰까지 해 주겠노라며 호기도 부려봤다.^^
요즘은 라이카의 결말을 다시 생각해 보곤 한다.
그 노래처럼 결국 컴컴한 우주를 떠돌다 굶어 죽게 되었을까?
혹시 우주를 떠돌다가 지구처럼 이기적인 인간은 없는 행성에 도착해서
행복하게 살고 있지는 않을까
하는 식의..
마지막으로 데뷔부터 지금까지 어렵고 답답한 일이 있을 때마다
말동무, 술동무가 되어 주었던 우리 북아현동 시스터즈에게 진심으로 고맙다고 말하고 싶다.
조만간 수영장에서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들 뵙기를. .
인간성이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