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 동성애자 첫 난민 인정 판결을 환영한다.
경인년 새해 3일째 되는 날 환영할 만한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재판장 정형식 부장판사)는 파키스탄 국적 G씨가 법무부장관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난민인정을 불허한 처분을 취소하라”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3일 밝혔다.
G씨는 지난 1996년 파키스탄을 떠나 국내에 입국했고, 10년 넘게 불법체류자로 지내다가 지난해 1월 단속반에 적발돼 경기 화성보호소에 수용됐다고 한다. G씨는 보호소에서 강제출국 위기에 처하자 자신이 동성애자임을 밝히고 법무부에 난민 신청을 냈다. 그는 “파키스탄 현행법이 동성애를 금지하고 가족과 친족 등으로부터 집단구타와 협박 등에 시달려 도주한 것”이라고 주장했으나 법무부가 난민협약에서 규정한 ‘박해를 받게 될 충분한 근거가 있는 공포’로 인정할 수 없다며 거부하자 소송을 냈다.
'난민'이란 "인종·종교·국적·특정사회집단에의 소속 또는 정치적 견해를 이유로 박해를 받게 될 것이라는 충분한 이유 있는 공포 때문에 자국국적 밖에 있는 자 및 자국의 보호를 받을 수 없거나 또는 그러한 공포 때문에 자국의 보호를 받기를 원하지 않는 자" 이다. 1951년, 1967년 두 차례에 걸쳐 유엔에서 채택된 이 국제난민조약에서 난민 자격의 인정은 기본적으로 국가주권에 속하는 사안이다. 하지만 법무부는 G씨가 처한 상황에 대해 ‘박해를 받게 될 충분한 근거가 있는 공포’로 볼 수 없다는 처분을 내렸다. 파키스탄 형법이 동성애를 종신형 또는 2년 이상 10년 이하 징역 등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이슬람 종교법인 ‘샤리아법’에서도 동성애는 최대 사형으로 처벌할 수 있는데도 말이다.
2007년 8월 영국 정부에 난민 자격 신청을 요구했으나 난민 신청이 기각된 후, 영국 정부에 의해 8월 28일 이란으로 송환될 예정에 있던 레즈비언 여성운동가 페가 에맘백시(Pegah Emambakhsh, 40)씨는 지난 2009년 2월 12일 3년 동안의 영국의 난민 제도와의 지난한 법정 싸움 끝에 난민 자격을 얻었다. 이란의 법에서도 동성애는 ‘죄’다. 동성애가 ‘죄’로 간주되어 처벌을 받게 된다. 여성들 간의 성교에 대해 채찍질 100회, 3회 이상 되풀이 된 경우 사형에 처해진다고 한다. 이란에서는 1979년 호메이니 집권 이후에 많은 레즈비언과 게이들이 살해당하거나 살해 위협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울행정법원의 판결은 당연한 결과다. 이슬람 종교의 동성애에 대한 비인도적인 형벌과 탄압은 이유 없는 박해이며, 이슬람 국가에서 동성애자로서는 산다는 것은 동성애자 스스로에게 심각한 공포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법무부는 G씨의 일관적인 진술이나 G씨가 본국에서 받을 수 있는 인권침해적인 상황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이를 국내 체류를 위한 진술만으로 여겨 어처구니없는 난민 인정을 불허한 처분을 내린 것이다. 현실적인 위험이 자국 내에 충분히 존재하고 있는 G씨의 여러 정황을 볼 때에도 법원의 판결은 당연한 것이다.
2010년 새해 꽁꽁 얼어붙은 날씨에도 따뜻한 소식이 들려왔다. 올 새해에도 전 세계의 성소수자들은 자국내의 동성애에 대한 차별과 탄압에도 싸워야한다. 아프리카 대륙 내의 우간다와 르완다의 상황은 암담하다. 한국에서 유일하게 동성애를 처벌하고 있는 군형법 92조의 위헌법률제청 신청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움직임은 더디다.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와 청년필름은 영화<친구사이?>에 대한 영등위의 ‘청소년 관람불가’ 판정에 대한 소송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번 서울행정법원의 판결처럼 동성애에 대한 차별적이고 비인도적인 탄압에 대해 한국 법원의 현명한 판결을 기대한다.
2010년 1월 4일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