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이 역사엔 세상을 발칵 뒤집은 '일기장'들이 존재하죠.
가장 멀게는 자신의 동성애적 성 편력을 고백하며 자신의 정체성을 억압했던 성 아우구스티누스의 '고백록'이 그렇고, 20세기 초반에 자신의 섹스 편력을 적나라하게 까발려 세상을 아연실색케했던 앙드레 지드의 '한 알의 밀이 죽지 않는다면' 역시 놀라운 텍스트지요.
그리고 또 세 개의 일기장이 존재합니다.
하나는 미국의 국민시인으로 알려진 월트 휘트먼의 일기장. 섹스 다이어리라기보다는 연서로 가득한 일기장이었는데, 여기엔 자신의 연인들 이름이 알파벳과 숫자로 암호화되어 있었어요.
월트 휘트먼의 16.4의 비밀
http://bit.ly/nLeVD7
(위 글은 예전에 친구사이 웹진에 올렸던 것 같은데, 서버 사고 때 없어진 모양이네요.)
그리고 두 번째 현재 자본주의 체제에 가장 강력한 경제 이데올로기를 제공하는 케인즈의 두 권의 섹스 다이어리. 게이 대학생들의 메카로 잘 알려진 영국의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미소년 헌팅의 대가로 이름을 떨쳤던 케인즈는 남성 편력이 대단했는데, 그가 남긴 두 권의 섹스 다이어리가 존재합니다. 크루징의 연대기랄까, 이것도 알파벳으로 암호화되어 있어요.
이에 대해서는 나중에 시간이 나면 글을 쓰려고요. 호모포비아를 앓고 있던 게이 철학자 비트겐쉬타인과의 관계에 대해서도.
그리고 세 번째. 제가 가장 좋아하는 섹스 다이어리는 아일랜드 독립 투사였던 로저 캐즈먼드의 '검은 일기'와 '하얀 일기'입니다.
로저 캐즈먼드, 검은 일기의 비밀.
http://bit.ly/nqhNIM
당시 영국 사회를 발칵 뒤집었던 검은 일기. 결국 캐즈먼드는 게이라는 이유로 형장의 이슬로 사라지게 돼요. 그리고 지금에서야 복권이 시작되었지요. 아프지만, 이 역시 기억해야 할 또 하나의 역사겠죠.
작업하다가 싱숭생숭해져서 그냥 링크 몇 개 걸고 가요. 휘트먼의 이런 오글거리는 일기 글귀가 생각나는 밤.
"친애하는 친구, 나는 자주 자네를 떠올린다네. 자네에 대한 내 사랑은 절대 불멸의 사랑이고, 밤이 지나 아침이 돌아오면 더 큰 사랑으로 살아난다네.
디오야 그러니까, 얼른 남자 좀 소개시켜줘라.
노르웨이 작곡가 그리그도 자신이 사랑하던 금발의 아름다운 청년에게
여러번 연애편지를 썼던 사실이 있다죠..
누군가에게 사랑을 주고 싶은 욕망은 커지는데 잘 표현하지도 못하는 현실이 얼마나 답답했겠어요.
저도 너 참 멋지다, 정말 사랑스럽다 라고 말하고 싶어도 그 사람이 부담스러워할까봐
그저 짜식 웃기네...하고 얼버무리고 어깨 한번 퍽 치고 말았던, 그런 어정쩡한 제스쳐를
얼마나 많이 했는지 모르겠어요.ㅋㅋ 맘같으면 으스러지게 안아주고 싶은데..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