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 여성의날 기념 성명] 내란의 봄에 3.8 여성의 날을 맞이합니다
2025년, 내란이 여전히 종식되지 않은 상황에서 여성의 날을 맞이합니다. 여전히 공고한 구조적 성차별 속에서 여성들은 지속적인 폭력과 차별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지난주만 해도 이화여대에 신남성연대와 내란옹호세력이 가서 윤석열 탄핵을 촉구하고 민주주의 수호를 외치던 여학생들을 밀치고 물건을 파손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지금 내란사태가 이런 용납할 수 없는 폭력을 일상적인 장면으로 만들어가는 것은 아닌지 심각하게 우려합니다.
하지만 오히려 이런 상황에서 맞이한 여성의 날은 더욱 반갑습니다. 지금의 내란에는 사회구성원 간의 증오를 부추기고, 고정관념을 확산하는 혐오정치로부터 성장한 극우세력이 집권했던 것이 배경에 있습니다. 여성의 날은 이런 혐오정치에 전면으로 맞서는 날입니다. 여성의 날 행사를 준비하는 여러 단체들은 젠더와 섹슈얼리티를 둘러싼 차별과 사회적, 정치적, 경제적 권리를 억압하던 가부장제, 이성애자 남성중심성과 싸워오고 있습니다. 특히 여성-성소수자혐오, 페미니스트 낙인을 통해 거대한 수익을 창출하고 있는 악성 미디어 사이버렉카들이 내란을 옹호하며 기승을 부리는 지금 내란과 더불어 혐오정치의 문제를 알리고, 힘을 모을 수 있는 날이 되기를 바랍니다.
친구사이는 게이 커뮤니티와 함께 지난 12월 색다른 남성성으로 혐오정치와 내란을 종식하자는 제안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남성성과 여성성이라는 이름에 너무 매달릴 필요는 없지만, 소위 여성적이라는 이유로, 혹은 여성이 아닌 남성을 좋아하고 사랑한다는 이유로 전통적인 남성사회에서 배제되거나 소외되었던 경험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로 돌보고 연대하는 하위문화를 만들어왔던 게이 커뮤니티의 역사와 역량에 더 주목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성역할을 타파하고 스스로의 섹슈얼리티를 스스로 결정하고 마음껏 향유하고자 하는 게이 커뮤니티는 페미니즘과 그 지향점을 공유하고자 합니다
이화여대나 동덕여대 앞에서 펼쳐졌던 여성에 대한 노골적 조롱과 폭행은 비남성적인 것들에게, 혹은 남성적 문화에서 탈락한 존재들에게 언제나 가해질 수 있는 것입니다. 이번 여성의 날에 친구사이는 그런 폭력에 대해서 조금 더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싶습니다. 혐오에 기반한 여러 폭력들을 일상적인 장면으로 용인하지 맙시다. 더 문제제기하고, 이 사회에서 퇴출시킵시다. 모든 소수자가 폭력으로부터 안전할 수 있기를, 3.8 여성의 날을 맞아 함께 기원합니다.
2025년 3월 7일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