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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로 얼룩진 퀴어문화축제 불허 결정, 벅차게 맞서 싸우자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로서, 친구사이는 서울시의 차별행정에 강력히 규탄하고 맞서 싸우고자 한다.

 

지난 5월 3일, 제4차 열린광장운영시민위원(이하 광장위원회)는 서울퀴어문화축제 광장 사용을 불허했다. 회의속기록에 의하면, 위원회는 서울퀴어문화축제에 대해 “문란하다”, “유해하다”, “공공성을 저해한다”, “시민들의 (성소수자를 보지 않을) 자유를 침해한다”는 취지로 불허 결정을 내렸다. 반면 같은 날 집회 신고된 기독교 단체 CTS가 주최하는 <청소년·청년 회복 콘서트>의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혐오적 내용에 대해서 언급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그 행사가 어떤 내용의 행사인지에 대한 판단 자체가 진행되지 않았다. 마치 회의는 오로지 서울퀴어문화축제를 불허하기 위해서 열린 회의와 같았다.

 

음란물이나 성기모양의 성인물품을 전시했다, 상의를 탈의한 참가자가 있었다, 청소년보호법 위반소지가 있다, 성소수자 인권을 반대하는 시민들의 의견도 존중되어야 한다. 그러므로 퀴어문화축제를 불허한다. 이것은 단순히 조례상 같은 우선순위를 갖는 두 행사 중 ‘청소년’ 행사가 ‘문화’ 행사에 비해 높은 우선순위를 갖는다고 주장한 것이 아니라, 그 어디 언제서라도 퀴어문화축제가 개최되어서는 안 될 행사라고 판단한 것이다. 이는 성소수자를 공공성을 저해하는 존재, 다른 시민과 평등해서는 안 된 존재, 드러나서는 안 될 존재로 규정한 것이다.

 

이 명백한 차별과 혐오에 반박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남성 성기 모양을 한 병에 ‘벌떡주’ 라는 명칭을 붙이며 판매하고 있는 전통시장들, 시민들이 옷을 벗고 노는 해변이나 수많은 공공장소에서의 행사들을 그 누구도 유해하다고 평가하지 않는다. 특히나 축제에서 상의를 탈의하는 것은 많은 경우 자유와 열정의 상징으로 여겨지지, 그것이 문란으로 평가되지 않는다. 적극적으로 성과 신체를 말하고, 성과 신체를 개방하는 문화는 이미 공공문화와 그토록 한국이 자랑스럽게 여기는 K문화-콘텐츠에서 이미 더 자유롭게 확산되고 있다.

 

그럼에도 퀴어문화축제만은 안 된다는 것. 그것은 성소수자 혹은 동성애가 공공성을 저해하는, 유해한 것이라는 것이다. 무엇이 공공성인가. 청소년·청년들을 병든 존재로, 치유되고 회복되어야 할 대상으로 여기며 성소수자를 질병화하는 행사가 민주주의 사회에서 어떤 공익성을 갖는가? 차별을 선동하고, 혐오를 확산하는 행사에 ‘공익’이라는 표현이 가당키나 한가.

 

퀴어문화축제는 일상, 일터, 가정 모든 곳에서 스스로의 성정체성을 숨기고 살아야 했던 성소수자들의 존재를 알리고, 부당한 차별과 혐오로부터 모두가 자유로워 하며, 모두가 평등하고 존엄한 인간이라는 인권의 가치를 알리는 행사이다. 그리고 이제는 오랫동안 전국 곳곳에서 퀴어문화축제가 개최되며 더 이상 성소수자만의 행사로 국한되지 않고, 수십만 명의 시민들과 관광객이 참여하는 행사로 자리 잡았다. 시민들이 싫어할 것이라는 혐오선동이 무색하게, 이미 수많은 시민들이 퀴어문화축제에 연대하며 참여하고 행진해왔다.

 

친구사이는 오랜 기간 게이와 성소수자들의 몸과 성적권리를 사회에 드러내고 가시화하며 시민들과의 연대를 확장하는데 앞장 섰다. 인간이 자신의 성을 탐색하고, 그에 맞는 성적실천, 성적표현, 성적 관계맺음을 추구하고 행위하는 것은 인간의 기본적인 권리이다. 성적권리는 단순히 성소수자의 권리일 뿐만 아니라, 민주사회에서 당연히 보장되어야 할 인간의 보편적 권리이다. 성적지향과 성별정체성을 병리화하고 문란하다고 낙인찍는 이 유구한 차별과 혐오에 친구사이는 더 당당히 맞서 싸우겠다. 성소수자의 몸을 드러낼 것이고, 말할 것이고, 더 벅차게 표현할 것이다.

 

 지금 당장 광장위원회는 불허 결정을 철회하라. 또한 나아가 차별과 혐오를 선동하는 광장위원회의 위원들의 전원사퇴를 요구한다. 열린광장운영시민위원회의 위원은 모두 서울시장이 임명한다는 점에서, 이번 반인권 결정에 대하여 서울시의 입장 역시 명확하게 표현해야 할 것이다. 더 이상 소수자 인권의 후퇴는 없어야 할 것이다.

 

2023년 5월 23일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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