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간 | 7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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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 잘 즐기셨나요?
서울퀴어문화축제가 끝났습니다. 14일 부스행사, 무대행사, 퍼레이드(각각 행사 총합 12만명–주최 측 추산)로 포문을 연 축제는 19~22일 대한극장에서 열린 한국퀴어영화제로 막을 내렸습니다. 친구사이도 올해 부스 행사와 퍼레이드 차량을 준비하며 축제에 참여했습니다. 친구사이 회원 중심으로 기획팀(부스팀, 차량팀)을 꾸려 2개월의 기획과 준비 과정을 거쳐 축제를 진행했습니다. 기획팀뿐만 아니라 당일 진행을 위해 자원한 스텝들의 노고와 자발적인 댄스 공연 및 부스행사, 퍼레이드에 함께 해준 친구사이 회원들의 열정 덕분에 무사히 행사를 마무리 지었습니다. 더운 날씨 속에서도 끝까지 함께한 모습들을 보며 친구사이 회원들의 저력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서울퀴어문화축제는 올해로 19회째입니다. 2000년 첫 시작부터 축제에 다양한 방식으로 참여한 친구사이는 축제 기간 동안 항상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자 노력하였습니다. 퍼레이드 차량 꾸미기부터 퍼레이드 퍼포먼스 구성, 부스 행사 및 부대 행사 다양화(커밍아웃 존, 예쁜가족 선발대회, 퀴어타운 전시회, 지보이스 특별 공연 등)를 모색하며 활동해왔습니다. 이러한 기획의 주요한 목표는 성소수자들의 당당하고 주체적인 모습을 대중들과 언론 등에 드러내어 가시화함으로서 성소수자에 대한 대중들의 인식을 변화하기 위해서였습니다. 또한 성소수자 당사자들도 성소수자로서의 당당함을 인식하며, 인권의식이 성장할 수 있도록 자력화하는 것이 목표이기도 합니다.
올해도 여전히 언론은 찬반의 구도로 축제를 바라보며 반동성애 세력들, 축제를 부정하려는 세력들의 언어(음란, 선정적이라는 표현 등을 써가며)를 통해 축제의 필요성을 질문했습니다. 소수자들, 특히 성소수자들이 정체성을 드러내기 위해 취하는 이러한 가시화 전략이 얼마나 필요한지에 대해 느껴본 적이 없고, 그럴 필요도 없는 기득권 세력인 일부 언론 또는 일부 보수 기독교 세력들은, 축제의 개최 및 지속성을 차단하기 위해 도덕성, 성적 윤리 등을 잣대로 들이대어 축제에 대해 대중들이 부정적인 인식을 갖도록 했습니다. 그렇지만 이러한 전략은 오히려 축제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제 퀴어문화축제는 성소수자들만의 축제는 아닙니다. 부스행사에 참여하는 모임 및 단체의 규모나 배경들을 보더라도 성소수자만의 축제는 아닙니다. 서울시청 광장이 제대로 광장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펜스는 없어져야 할 것이고, 서울시는 더욱 적극적으로 축제에 협조해야할 것입니다.
스톤월 항쟁(1969년 6월 28일)에서 출발한 퀴어들의 거리 행진은 정치적 투쟁의 현장이자 집회, 시위, 데모입니다. 한국에서도 지난 20년 동안의 노력으로 이 현장이 성소수자들만의 현장이 아닌 다양한 소수자들이 연대하고, 그들의 이슈를 알리는 현장으로 변화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퀴어들은 정치적으로 열악하고, 자원이 부족한 존재들입니다. 반동성애 운동 및 차별과 혐오 선동은 지속적입니다. 성소수자 커뮤니티 구성원들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서 비롯되거나 발생하는 여러 가지 문제들(자살 문제, HIV/AIDS에 대한 낙인과 내적 혐오, 약물 사용 등)로 힘들어 하고 있습니다. 답답해 보이는 형국이지만, 이러한 현실 속에서도 목소리를 내기 위해 성소수자 커뮤니티 일원들이 한데 모여 외치고 권리를 주장하고 있는 현장들이 전국에서 열리고 있는 퀴어문화축제일 것입니다.
친구사이는 이제 그동안 설정해왔던 퀴어문화축제에 참여하는 활동 목표를 점검하고, 지난 19년 동안의 기획과 활동을 정리하고 평가를 진행해야할 것입니다. 그리고 내년 20회 뿐만 아니라 점차 지역화 하고 있는 축제, 그리고 앞으로 지속될 다양한 축제를 상상하며 친구사이는 어떤 행사를 준비하고 기획할지를 논의해야 할 것입니다. 우리 사회가 축제의 이유를 묻기보다는, 축제에 어떻게 참여할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하도록 다각도로 조직하고, 저변을 확대하는 방법에 대해 고민해야할 것입니다.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 사무국장 / 이종걸
[172호][활동스케치 #4] SeMA 옴니버스 《나는 우리를 사랑하고 싶다》 관람기 (1) : ‘친구사이’를 보는 친구사이, ‘지보이스’를 보는 지보이스
2024-11-04 19:08
기간 : 10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