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간 | 10월 |
|---|
결혼 아니면 NOTHING ?
- 새로운 가족, 제도를 위하여: 생활동반자법의 의미와 필요성

▲지난 7월 3일 열린 <새로운 가족, 제도의 모색 - 생활동반자관계에 관한 법률> 토론회
동성커플의 제도적 인정의 필요성
2013년에 실시한 <한국 LGBTI 커뮤니티 사회적 욕구조사>에 의하면, 설문 응답자 3,159명 중에서 현재 연애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은 전체의 45.3%이고, 현재 연애 중인 사람 중 25.5%(전체의 11.5%)가 동거 중인데, 동거 중인 사람 중 33.8%가 5년 이상 관계를 지속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의 동성커플들은 여전히 제도적 인정을 전혀 받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제도적 공백으로 인하여 비극적 사건이 발생하기도 한다. 2013년 겨울, 40년 동안 동거해 온 두 여성이 법률상 가족이 아니라는 이유로, 한 사람의 갑작스러운 투병과 사망 과정에서, 다른 한 사람은 상대방의 법정상속인인 조카들에 의하여 함께 살던 아파트에서 쫓겨나 온갖 수모를 겪고 상대방의 임종도 지켜보지 못한 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사연이 언론을 통해서 보도되기도 하였다.
그래서 <한국 LGBTI 커뮤니티 사회적 욕구조사>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응답자의 86.1%가 '파트너와의 결혼이나 관계의 사회적 인정'이 '매우' 또는 '어느 정도' 중요하다고 말한다. 파트너 관계 및 공동생활을 유지하는 데에 가장 시급히 필요한 제도로는 '수술 동의 등 의료과정에서 가족으로 권리행사'(67.5%), 다음으로 '국민건강보험 부양-피부양 관계 인정’(44.6%)을 꼽고 있다. 그 다음으로 '동성커플에게 입양 허용'(37.4%), '임대차 승계 혹은 임대주택 신청에서 가족 인정'(29.1%), '각종보험/금융상품에서 가족혜택'(27.6%), '국민연금/공무원연금 등 공적연금에서 배우자 승계'(19.9%)를 선택해서 의료, 주거, 사회보험 영역에서 파트너 관계의 제도적 인정이 필요하다고 응답하고 있다.
그런데 파트너 관계의 제도적 보장을 위한 방법으로 '결혼'만을 원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전체 응답자의 59.8%는 '법적 결혼'을 원한다고 한 반면에, 36.1%는 '법적 결혼이 아닌 (시민결합 등의) 제도적 인정'을 원한다고 응답하였다.
결혼이 아닌 파트너십제도
2014년 7월 3일, 국회성평등정책연구포럼 주최로 <새로운 가족, 제도의 모색 - 생활동반자관계에 관한 법률>이라는 주제로 토론회가 열렸고, 현재 진선미 국회의원의 대표발의로 <생활동반자관계에 관한 법률안> 발의가 준비 중이다.

▲지난 7월 3일 열린 <새로운 가족, 제도의 모색 - 생활동반자관계에 관한 법률> 토론회
‘생활동반자관계’란 두 사람의 공동생활을 제도적으로 인정한다는 점에서 혼인과 유사하지만, 그 효과는 개인과 개인의 계약으로서 당사자 사이에서만 한정되고 상대방 친족과의 인척관계가 형성되지 않는다는 점이 혼인제도와 구별된다. 그래서 친족관계를 전제로 하는 법정상속의 효력이 발생하지 않고, 민법상 유언제도를 이용하거나 생활동반자관계 해소시 재산분할청구권을 이용해야 한다. 하지만 국민건강보험법에서 직장가입자의 피부양자, 소득세법상의 기본공제에서 생활동반자를 배우자의 지위에 준하도록 하는 개별법 개정을 통해서 두 사람 사이의 공동생활에 따른 사회적 보장, 세제 혜택 등을 추진하고 있다.
다른 외국의 법제도와 비교해보면, 프랑스 공동생활약정(PACS)법은 “공동생활약정이란 공동생활을 영위할 목적으로 이성 또는 동성의 성년의 자연인 사이에서 체결되는 계약이다”라고 규정하고 있어, 이성커플의 경우에도 결혼 대신에 PACS제도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였고, 실제로 PACS를 등록한 커플 중에서 동성커플의 비중이 2000년에는 45-50% 정도를 차지했는데, 점차 이성커플의 비중이 늘어나면서 2004년에는 동성커플의 비중이 15-20%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프랑스에서 결혼은 더 이상 사회적 의무가 아니며 선택에 불과하고, 혼인의례의 중요성은 점점 감소하고 있다. 한편, 프랑스는 2013년에 동성결혼을 허용하면서 동성커플의 경우에도 결혼 또는 PACS 중에서 선택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되었다.
반면에, 독일의 생활동반자등록법은 동성커플에게만 적용되는 제도이며, 독일은 현재 동성결혼을 인정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동성 파트너십제도를 이성간 혼인제도와 완전히 분리하고 있지만, 법적인 효과 면에서는 혼인제도와 상당히 유사하게 규정을 하고 있다. 즉, 독일의 생활동반자관계는 프랑스의 공동생활약정과 달리 파트너십을 해소하는 방식이 이혼의 방식처럼 까다로우며, 해소 후 상대방의 부양청구권과 자에 대한 면접교섭권까지 예정하고 있고, 생활동반자관계의 당사자는 제한적이나마 상대방의 자에 대한 친권을 행사할 수 있고, 일방의 사망시 상대방의 상속권을 인정하고 있다. 즉, 이성커플은 혼인을, 동성커플은 생활동반자등록을 하도록 설계되어 있는 것이다.

생활동반자법의 의미와 내용
한국에서 현재 논의 중인 생활동반자법안은 프랑스 PACS제도와 유사한 제도이다. 이 법안에 의하면, 성년이 된 사람은 당사자 쌍방의 합의에 따라 생활동반자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 여기서 당사자 쌍방은 이성 간에도 동성 간에도 적용된다. 생활동반자관계를 맺더라도 상대방의 친족과 인척관계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혼인제도와 구별된다. 생활동반자법은 당사자 간의 동거, 부양, 협조 의무를 진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공동생활약정이 단순히 동거와 다른 점은 당사자 사이에 부양의무가 있기 때문이고, 바로 이러한 이유에서 여러 가지 사회보장이나 세제 및 재정적인 혜택을 부여하고 있다.
생활동반자관계에서 당사자 쌍방 사이의 재산약정을 할 수 있다. 민법에서 혼인의 경우 부부재산약정을 혼인성립 전에 하도록 하여 사실상 사문화되었는데, 생활동반자법은 당사자 사이의 재산의 약정과 변경을 생활동반자관계 등록할 때 뿐만 아니라 관계의 지속 중에도 할 수 있도록 하여 당사자 사이의 재산약정을 활성화시키고자 하였다. 그래서 민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법정재산제인 별산제 이외에도, 완전공유제, 수정별산제, 완전별산제 등 당사자의 합의에 따라 공동재산에 대한 권리를 다양하게 정할 수 있도록 하였다.
생활동반자관계의 해소방식은 민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이혼 보다 훨씬 자유롭다. 현행 민법은 협의이혼이 아닌 재판상이혼의 경우에는 유책주의를 채택하고 있어 이혼사유를 제한하고 있음에 반하여, 생활동반자법은 당사자 쌍방이 해소를 합의하는 경우뿐만 아니라 당사자 일방이 해소를 원하는 경우 해소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만, 일방의 잘못에 의하여 해소된 경우 손해배상청구권을 갖는다. 그리고 해소의 효과로서 공동생활로 형성된 공동재산의 청산의 의미에서 재산분할청구권을 두고 있다. 그동안 한국법원은 사실혼 부부에게 인정되는 재산분할청구권에 대해서 동성커플의 경우에는 사실혼을 인정하지 않아서 동성커플이 헤어질 때 재산에 대한 법적 분쟁이 자주 발생하고, 명의자가 아닌 사람은 법적 보호를 받기가 어려웠다.
이처럼 생활동반자법은 결혼과 구별되는 제도로서, 누군가에게는 기존 법률혼이 가지고 있는 관계에 대한 경직성 또는 가부장적 결혼제도에 대한 불합리성 대신에 대안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의미일 수도 있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예를 들어 현재로서는 결혼제도를 선택할 수 없는 동성 커플과 같이), 관계에 대한 최소한의 제도적 인정이라는 의미가 될 수 있다. 결혼이 아닌 파트너십제도가 동성결혼운동과 양자택일의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하며, 대만의 경우에도 동성결혼운동과 파트너십제도(반려자제도)운동을 동시에 하고 있다. 이제는 일생동안 한 명과 한 번 결혼해서 한 평생 해로하는 것이 당연한 시대가 아니듯, 친족 간의 결합이 아닌 개인과 개인의 결합, 재혼, 노인 커플 등 다양한 관계를 담을 수 있는, 결혼제도 이외에 다양한 선택지가 필요하지 않을까.
![]()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 장서연 변호사
* 소식지에 관한 의견이나 글에 관한 피드백, 기타 문의 사항 등은
7942newsletter@gmail.com 으로 보내주세요.
[185호][이달의 사진] 첫 번째의 나라에서 온 사람들
2025년 11월 8일, 친구사이 RUN/OUT 팀과 서울국제프라이드영화제와 합동 주최한 미국 최초의 트랜스젠더 연방의원 당선의 역정을 다룬 영화 <State of First>(2...
기간 : 11월
사무실 임대 재계약을 마치고 올해 11월은 여느 달 못지 않게 성소수자 인권 현장에서 행사가 많았습니다. 11월 1일 제주, 11월 22일 부산, 30일 광주에서 퀴어들...
기간 : 11월
[185호][커버스토리 "RUN/OUT 프로젝트" #10] 커밍아웃 성소수자 정치인 가능성 찾기: 박한희·세레나 패널 후기
[185호] [커버스토리 "RUN/OUT 프로젝트" #10] 커밍아웃 성소수자 정치인 가능성 찾기 : 박한희·세레나 패널 후기 호명은 생각이 됩니다. 프레이밍 효과 ...
기간 : 11월
[185호][커버스토리 "RUN/OUT 프로젝트" #11] 커밍아웃 성소수자 정치인 가능성 찾기: 참가자 후기
[185호] [커버스토리 "RUN/OUT 프로젝트" #11] 커밍아웃 성소수자 정치인 가능성 찾기 : 참가자 후기 * 본 행사는 하인리히 뵐 재단(동아시아 사무소), 서울국제...
기간 : 11월
[185호][커버스토리 "RUN/OUT 프로젝트" #12] 23년 무소속 6선 당선의 기적: 트랜스젠더 가미카와 아야 의원 인터뷰
[185호] [커버스토리 "RUN/OUT 프로젝트" #12] 23년 무소속 6선 당선의 기적: 트랜스젠더 가미카와 아야 의원 인터뷰 「23年無所属6選当選の奇跡」 日本初のトラ...
기간 : 11월
[185호][커버스토리 "흘리는 연습" #8] 《흘리는 연습》, 또 다른 용기의 시작.
[커버스토리 "흘리는 연습" #8] 《흘리는 연습》, 또 다른 용기의 시작. 올해 2월 7일부터 16일 사이, 친구사이는 기획전《흘리는 연습》를 열었습니다. ‘...
기간 : 11월
[185호][활동스케치 #1] 2025년 하반기 교육프로그램 <친구사이 크루징 투어 - 종로 역사편> 후기
[활동스케치 #1] 2025년 하반기 교육프로그램 <친구사이 크루징 투어 - 종로 역사편> 후기 어느새 단풍이 들고 낙엽이 떨어지는 11월 가을날, 친구사이 교육팀에...
기간 : 11월
[185호][활동스케치 #2] 트랜스젠더 추모의 날 (TDoR) 집회 참여 후기
[활동스케치 #2] 트랜스젠더 추모의 날 (TDoR) 집회 참여 후기 트랜스젠더 추모의 날(TDoR, Transgender Day of Remembrance)은 매년 11월 20일, 전 세계 곳곳에...
기간 : 11월
[185호][활동스케치 #3] 2025 성소수자 인권활동가대회 : 개연과 당연의 역동, 그리고 필연적인 변화
[활동스케치 #3] 2025 성소수자 인권활동가대회 : 개연과 당연의 역동, 그리고 필연적인 변화 매년 한국성소수자인권단체연합 무지개행동은 전국의 성소수자 인권...
기간 : 11월
[185호][소모임] 책읽당 읽은티 #52 : 제10호 문집 발간 기념 낭독회 및 총회
[소모임] 책읽당 읽은티 #52 : 제10호 문집 발간 기념 낭독회 및 총회 책읽당은 11월 한달 간 낭독회와 총회라는 두 가지 큰 행사를 치렀습니다. 11월 1일에는 책...
기간 : 11월
[185호][소모임] 이달의 지보이스 #52 : 정기공연, 그리고 그 이후
[소모임] 이달의 지보이스 #52 : 정기공연, 그리고 그 이후 1. 2025 지보이스 정기공연 : Why We Sing 2025 지보이스 정기공연 <Why We Sing>이 많은 분들의 성원...
기간 : 11월
[185호][기고] 온 시간대로 비추는 삶 — 인구주택총조사, 동성 배우자 관계의 통계적 인정을 지켜보며
2025년《아트인컬처》12월호에 「‘모두’의 결혼, 우리는 부부다 — 2025 인구주택총조사 동성 부부 입력 허용, 미술계의 변화는?」라는 제목으...
기간 : 11월
친구사이 2025년 10월 재정보고 *10월 수입 후원금 정기/후원회비: 12,983,361 일시후원: 1,738,614 사업 지보이스: 3,550,000 재회의밤: 810,000 웰컴데이: 1,2...
기간 : 11월
친구사이 2025년 10월 후원보고 2025년 10월 정기후원: 655명 2025년 10월 신규가입: 15명 10월의 신규 정기 후원회원 강*구, 김*준, 김*훈, 김*준, 김*환, 박*...
기간 : 11월
[185호][알림] 2026년 대표 및 감사 선출 결과 공고
2026년 대표 및 감사 선출 결과 공고 일시: 2025년 11월 29일 오후 7시~8시 30분 장소: 서울 종로3가 낙원상가 5층 엔피오피아홀 (1) 2026년 감사 선거 (감사 2...
기간 : 11월
[185호][알림] 2025 친구사이 HIV/AIDS 문화의 밤 (12.5.)
2025 친구사이 HIV/AIDS 문화의 밤 친구사이는 매년 12월 1일 세계 에이즈의 날을 맞아 자체적인 행사를 개최하고 있습니다. HIV감염인의 인권을 상징하는 빨강...
기간 : 11월
[184호][이달의 사진] 우리가 잘 노는 게 인권운동
2025년 11월 1일 토요일, 이태원 참사 이후 3년만의 할로윈이 돌아왔다. 참사 현장에는 추모의 뜻을 담은 포스트잇과 꽃들이 놓였다. 이태원로에는 종종 행인들...
기간 : 10월
10월 친구사이 : 웰컴!! 추석 명절과 개천절, 한글날 등 공휴일로 10일에 가까운 연휴로 시작했던 10월이었습니다. 친구사이는 ‘재회의밤’으로 그 1...
기간 : 10월
[184호][커버스토리 "RUN/OUT 프로젝트" #7] 커밍아웃 성소수자 정치인 가능성 찾기: 차해영·전후석 패널 후기
[184호] [커버스토리 "RUN/OUT 프로젝트" #7] 커밍아웃 성소수자 정치인 가능성 찾기 : 차해영·전후석 패널 후기 우리가 바라는 것은 그리 대단하...
기간 : 10월
[184호][커버스토리 "RUN/OUT 프로젝트" #8] 커밍아웃 성소수자 정치인 가능성 찾기: 참가자 후기
[184호] [커버스토리 "RUN/OUT 프로젝트" #8] 커밍아웃 성소수자 정치인 가능성 찾기 : 참가자 후기 친구사이는 성소수자 정치의 가능성을 찾아 나...
기간 : 10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