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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의 남자>의 원작, 연극 <이>의 연출가 김태웅 감독을 만났다. 김태웅 감독은 한국영화 최고의 흥행작의 원작이라는 화제를 떠나, 이제 본연의 모습으로 다시 한 번 관객에게 평가받으려 한다. 그 새로운 시도들을 들어본다.

11개 지방을 순회한 연극 <이>가 다시 서울(6월29일~7월 14일)로 돌아온다. 이번 LG아트센터 공연은 규모도 제법 커졌다. 또 <이>의 주축인 공길 역에 오만석, 박정환, 김호영이 트리플 캐스팅돼 이전 공연과 다른 색깔을 보여줄 예정이다. 영화 <왕의 남자>의 원작으로 사랑받고 있지만, <이>는 2000년 초연 때부터, 독특한 소재와 탄탄한 이야기 구도, 세련된 형식 등으로 연극계의 화제가 됐던 작품이다. 이제 ‘베스트’를 떠나 ‘스테디’ 공연의 반열에 오른 작품, 새로운 <이>를 만들기 위해 막바지 연습에 한창인 김태웅 감독을 LG아트센터 연습실에서 만났다.
6월 29일부터 공연을 시작했다. 월드컵이 막바지라 다행이다(웃음)

5월까지 지방 공연하고, 다시 서울 무대다. 걱정 많았다, 월드컵 때문에. 월드컵이라서 한동안 연극판이 주춤했다. 16강 진출하면 거의 뭐 망하는 거다.(웃음)

이번 공연은 장소부터 달라졌다. LG아트센터 공연, 규모도 커졌겠다.

프로덕션 자체 규모가 커졌다. 제작 쪽이 따로 분리되니까 좀 편하게 쓸 거 써가면서 할 수 있다. 그걸 떠나 공연장으로서는 정말 서보고 싶었던 곳에 섰다는 기쁨이 있다. 추가해서 이번에는 조금 바꾼 부분들도 있다. ‘공길’이 좀 더 부각되고, 구성도 좀 보강했다. 아마 관객들이 “어! 이게 같은 작품인가?”하는 생각이 들 거다. 원래 원년 멤버 김뢰하, 오만석 등이 다시 참여해서 처음의 느낌을 상기시켜주고, 또 김호영이라는 새 얼굴이 참여해서 컬러가 바뀔 것 같다.

올해 연극계는 '<이>의 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연말 뮤지컬 <이>까지 공연 스케줄이 잡혀 있다.

성공적이었다. 그런데 그것보다 이번 공연은 처음 멤버들이 다시 모여서 공연한다는 것에 더 의미가 있다. 아무래도 지난번 공연은 <왕의 남자> 개봉 시기에 맞춰 공연한 것이라 부담이 있었다. 물론 원작이기 때문에 흥행에서 주거니 받거니 도움을 받는 건 맞다. 그래도, 완벽히 연극 자체로 평가받고자 하는 욕심이 있다. 이번 공연은 그런 욕심에서 출발했다.

‘장생’이 중심인 영화와 비교해볼 때 연극은 워낙 ‘공길’ 중심이다. 그 부분을 더 보강한 이유라도 있나.

물론 그 전에도 공길 중심이었는데, 전에는 연산이 앞과 뒤를 정리하고 있어서 상대적으로 연산이 부각되는 측면이 있었다. 이번에는 공길을 확실히 부각시킨다.

워낙 원작과 영화 관객이 많은 작품이다. 관객의 요구가 이번 대본에 영향을 주지 않았나.

‘바꿔 달라’는 요구는 없었다. 그런데 영화랑 비교는 많이 하더라. 영화를 먼저 본 사람은 영화가 좋다, 연극을 먼저 본 사람은 연극이 좋다한다. 영화에서 보여주는 궁중연희, 전통 줄타기 놀이의 종합적인 재미를 우리는 재담이나, 배우들의 개인기, 기량에 의존해서 풀어내고 상쇄한다.

원작 자체가 내러티브가 강하고 뛰어나다는 평가를 얻었다. 어떻게 쓰게 됐나.

대학 다닐 때 모반에 가담했다 걸려서 죽을 처지의 어릿광대를 그린 보들레르 산문집 구절이 인상적이었다. 죽음 앞에서 최고의 예술적 경지에 도달하는 걸 보고, 왕이 시기심에 판을 깨고 광대는 그 길로 혀를 물고 죽는다는 이야기다. 궁중광대가 우리나라에 없는 줄 알고 접어뒀는데, 대학원가서 공부하다 보니 궁중광대가 있었더라. 잔치에 불려 다니면서 놀고, 공식적으로 놀이를 통해 부정부패 사례를 짚고, 접수받고 시정하는 역할이다.

역사적인 고증이 관건이었겠다.

그렇다. 현실적인 데이터가 있어서 가능했던 작품이다. 연산이라는 사람이 여러 가지 성적 취향이 있을 텐데, 동성애는 없었을까? 그런 엉뚱한 상상을 해봤다. 연산도 동성애를 할 수 있다, 그리고 연산과 공길 사이의 아픔과 아픔으로 만난다면 동성애 관계를 떠나서 인간적인 관계를 맺을 수 있다는 점에 착안했다.

2000년 초연 때는 준비만 해도 상당했겠다.

3개월 준비했는데, 그 당시만 해도 3개월이면 많이 한 거다. 그리고 이미 연습 들어가기 3개월 전 나는 또 혼자 스타트를 해서, 실질적인 준비기간이 꽤 길었다. 이번 공연도 또 재작업이다. 조금 조금씩 바뀌니 똑같은 공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 좋아지는 측면도 있고, 그림 다 잘 그려놨는데 잘못 덧칠해서 망치는 경우도 있다. 하다보면 답이 나온다. 그럴 때는 다시 과감하게 조정한다. 매번 그런 과정이다.

영화가 저예산 사극의 모범사례라면 연극은 오히려 굉장히 세련되고 모던한 사극의 모범이다.

그렇다. 소재는 사극인데 처음 디자인 구상하면서 렘브란트 그림 같은 느낌으로 만들어보자 했다. 조명, 무대 이런 것들에 그런 원칙이 적용됐다. 영화처럼 명장면을 만들자 그런 의도라기보다, 미학적으로도 멋이 있어야 관객한테 어필할 수 있다.

이준익 감독이 영화연출 제의도 했다고 들었다.

2001년에 <불티나> 공연할 때 대학 연극반 선배였던 정진영 씨랑 왔더라. 술 마시면서 시나리오도 쓰고 감독도 할 생각 없냐고 하더라. 당시만 해도 내가 좀 영화를 우습게 알았다. 영화는 대중, 영화는 상업, 장사 그런 이야기가 많지 않나. 그때만 해도 나는 돈보다 내 고민, 내 성취가 더 중요했던 시절이다. 이준익 감독은 그런 내가 고리타분해 보였고, 나는 이준익 감독이 너무 영화판 자본의 논리를 대변하는 사람처럼 보였고. 서로 마음에 안 들었던 거지. 그때 이준익 감독이 <황산벌>을 연출했고, 좋은 아이디어인데 너무 장난스러운 접근 같다는 생각도 있었다. 그래서 이준익 감독이 <이>를 영화로 한다고 해서 좀 못 미덥기도 했다. 그런데 만나보니, 그 사람이 잡초처럼 산 사람이더라. 삶의 면면이 광대, 끈질긴 생명력으로 살아가는 사람이다. 맡겨도 되겠다는 신뢰감이 생겼다. 그러고 나서는 특유의 추진력으로 밀어붙이는데 시나리오, 금방 나오더라.(웃음)

<왕의 남자> 시나리오 작업에 참여했다가 이준익 감독이 너무 ‘장생’을 키우는 바람에 ‘나는 도저히 못 하겠다’고 손 놨다고 들었다.

그랬다. 난 광대로서의 공길, 권력과 광대 사이의 내적 갈등. 이런 것들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영화로 가면서 권력과 광대의 정체성 사이에서 갈등하는 인물로서의 공길은 없어지고, 오히려 연산, 공길, 장생 사이의 삼각관계가 부각됐다. 그런 게 아쉽더라. ‘공길이 너무 수동적이지 않냐, 그러면 난 못 하겠다’ 했다. 이준익 감독은 자기 스타일은 장생에 더 맞는 거 같다고 하더라.

원작자 입장에서 그걸 말릴 권리도 있다.

원작을 그대로 가져가면 영화 뭣 하러 하겠나. 이준익 감독이 잘 옮긴 것 같다. 난 영화에서 줄 타는 광대로서의 장생과 공길의 모습이 좋았다. 연극에서는 그런 부분들은 보여줄 수 없다. 대신 무대의 대부분을 죽음을 상징하는 이미지들로 채웠다. 관이 등장하고, 바닥 문양도 다 관 문양이다. 죽음의 세계에 의해서 웃고 뛰어노는 광대들의 모습이 연극이라면, 영화는 그걸 위태로운 줄 위에 서 있는 광대로 표현한 것이다.

올해는 계속 <이>에만 전념하나.

사실 이번 공연도 처음에는 좀 고민했다. <이>는 영화하기 전에도 정동극장에서 공연할 때 객석이 꽉꽉 메워지고 기립박수 받고 했는데, 영화화되고 나서는 영화 때문에 잘 된다는 말이 계속 나와서 좀 그렇더라. 그런데 계속 공연해달라는 요청이 들어온다. 그런 것에 마음이 약해진다. 본 사람한테는 미안하지만, 안 본 사람한테는 좀 재밌다고 건방떠나 그렇게 받아들여지는 거다. 결국 충족시키는 방법은 좋은 공연 만드는 거다. 예전 것 재탕 삼탕해서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고, 이번에도 좋은 공연 보여주면 모든 게 다 용서되리라 생각한다.

다른 작품 계획은 없나.

<반성>이란 작품이 있다. 한국 근현대사의 과거청산을 문제로 다룬 건데 벌써 대본은 나왔다. 연말에 <이> 뮤지컬까지 계획하고 있어서 아직 손을 못 대고 있다.

<이>, 많은 연출작 중 김태웅이란 연출가에게 어떤 의미인가.

‘너는 도대체 뭐냐’는 물음과 같은 작품이다. 연극하면서 광대란 이야기 많이 들었다. 나 역시 때로 세속적인 욕망도 있다. 그런데 돈이나 명예 같은 건 사실 굉장히 허하다. 자기가 어떤 광대로 내공을 쌓고 인간적으로 성숙하느냐가 중요하다. 허명에 매달린 예술은 오래 못 간다. 언론 플레이를 이용한 황우석식 예술은 사기다.


이화정 기자


* 차돌바우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08-10-20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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