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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에게 입양을 허하라" "안돼!"
[해외리포트] 영국 동성애자 부부 입양허용 논란

전용호(chamgil) 기자    


"우리는 그것이 비이성적이고, 불필요하며, 가톨릭에 대한 부당한 차별이라고 생각한다,"(코멕 머피 오코너, 웨스트 민스터 추기경)

"우리의 도덕적 가치에 위배되는 행위를 강요하지 말아라... 정부에 의해서 강요된 기준은 수용할 수 없다."(빈센트 니콜라스, 잉글랜드 가톨릭 대주교)

"정부는 특정 집단의 권리만을 대변하고 있다. 양심의 자유는 법률의 대상이 될 수 없다."(존 센타무, 요크 성공회 대주교)

가톨릭, 성공회 등 영국 종교계의 최고 지도자들이 벌떼 같이 일어나서 영국 정부를 성토하고 나섰다. 영국 정부가 의회에서 통과시킨 '평등법(the equality act)'의 일부를 수용할 수 없다며 강력히 반박하고 나선 것이다.



▲ 엘튼 존(왼쪽)은 영국의 대표적인 게이로 지난해 "나라면 종교를 완전히 금지시키고 싶다"고 말했다. 런던의 한 영화시사회에서 15살 연하의 파트너와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 로이터=연합뉴스

종교계 최고 지도자 "게이 입양 결사반대"
평등법은 '성으로 인한 어떤 차별도 용납할 수 없다'는 내용을 골자로, 오는 4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영국 정부는 이와 함께 출산 관련 법을 개정해 게이와 레즈비언 커플이 직접적으로 자녀와 생물학적인 연관이 없더라도 일반 가족과 똑같은 부모로서의 법적 권리를 인정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영국 종교계는 평등법의 기본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특히 가톨릭의 전문 입양기관들이 게이들에게도 일반 가족처럼 공평하게 입양을 해야 한다는 내용에 대해서는 절대 동감할 수 없다며 발끈했다.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영국에서는 가톨릭 소속 입양기관들이 지난 해 전체 어린이 입양의 4%인 2900명을 입양시켰다. 이들 기관들은 특히 나이가 많거나 심한 장애 등으로 인해 입양이 어려운 어린이들의 입양을 성사시켜 영국 사회에서 그 공로를 인정받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종교계는 게이로 이뤄진 비정상적인(?) 가족에게 아이를 맡기는 것은 있을 수 없다며 아이의 정상적인 정서 발달 등에도 좋지 않다는 논리를 폈다. 또 이는 '신앙의 양심'에도 위배된다며, 가톨릭 입양기관에게는 특별히 예외를 인정해 줄 것을 정부에 요청했다.

그렇지 않으면, 입양기관의 문을 닫는 것도 불사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영국 내 무슬림과 유태인 집단까지 이에 동조하면서 반대의 목소리는 높아졌고, 이에 뒤질세라 게이 인권단체들은 격렬히 반대하면서 논란은 증폭됐다.

  
종교계의 강한 반발은 결국 영국 정가를 술렁거리게 만들었다. 이 법을 추진하는 과정에 있어 토니 블레어 총리는 내심 가톨릭이 주장하는 대로 예외를 인정하는 방안을 추진했다고 영국 언론들은 공공연하게 전하고 있다. 여기에는 토니 블레어의 아내인 체리 블레어가 강하게 입김을 넣었다는 후문. 그녀는 가톨릭 신자로 토니 블레어와 함께 교황 존 폴 2세와 베네딕트 16세의 미사 등에 적극 참가했다고 한다.

일간 <인디펜던트>에 따르면, 토니 블레이는 이미 지난해 초부터 이를 위해 알란 존슨 현 교육 장관에게 방안을 모색할 것을 요청했지만 그는 이를 거절했고, 그 대안으로 루스 켈리 현 공동체 장관에게 이를 담당하도록 했다. 그런데 여성인 루스 켈리는 '오푸스 데이(Opus Dei, 신의 사역이라는 뜻의 라틴어)'의 멤버.

이 조직은 소설 <다빈치 코드>에 나오는 가톨릭 비밀결사 조직으로 가톨릭 내에서도 골수 우파이며 게이를 '심각한 범죄자'로 보고 있다. 다빈치 코드에서 이 조직은 종교적 신념을 위해서는 살인도 불사않는 집단으로 묘사되어 있다. 언론들은 토니 블레어 입장에서는 확실한 카드가 아닐 수 없었다고 평가했다.

게이 성직자의 항변
그러나, 토니 블레어의 이같은 정치적인 '꼼수'에도 불구하고 여론은 싸늘하다. 노동당 및 내각, 언론에서도 법의 기본취지에 어긋나게 가톨릭에게만 특혜를 주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반대 의견이 압도적으로 많다. 이에 따라 비밀 결사조직의 멤버라고 보도되면서 언론의 집중 포화를 받은 루스 켈리 장관은 "게이의 권리를 존중하면서도 입양 어린이들의 현실적인 필요성도 고려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반복했다.

종교계 내부에서도 오히려 최고 지도자를 지탄하는 발언이 쏟아졌다. 게이로 27년 동안 동성 친구와 살고 있는 성직자 마틴 레이놀즈가 대표적. 그는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영국 종교계 지도자를 향해 "잉글랜드 가톨릭 교회의 입양기관 등이 실제로는 게이들의 입양을 환영하고 있다"며 "이는 이미 8년전부터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성공스런 자신의 경험을 소개하면서 "성과 관계없이 어린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살기 좋은 사랑스러운 가족"이라며 "많은 어려운 아이들이 좋은 가정을 만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2008년까지 예외 인정, 한국 사회는?
이처럼 양측의 주장이 첨예하게 대립되면서 어떤 식으로든 정치적 중재를 해야 한다는 의견이 수렴됐다. 시민단체들과 내각의 일부 의원들은 6개월이면 충분하는 입장이었으나 결국, 영국 정부는 오는 2008년 말까지 약 20개월 동안 가톨릭 기관의 예외를 인정해주기로 했다. 가톨릭계는 아쉬움을 표했지만 입양기관을 폐쇄하겠다는 강경 입장은 밝히지 않으면서 문제가 가닥을 잡아가고 있다.

이처럼 우여곡절을 겪고 있지만, 영국 정부(잉글랜드와 웨일즈)는 지난 2002년에 이미 게이와 레즈비언의 입양에 대해서 승인을 내렸고, 지난해에 이같은 '평등법'을 통과시켰다.

그러나, 한국의 상황은 어떤가. 게이 레즈비언 등 동성애자에 대한 일반인들의 시선은 여전히 따갑고, 이에 따라 선진국처럼 그들의 결혼, 입양, 나아가서 법적인 권리 보장에 대한 활발한 논의도 이뤄지지 않는 것 같다. 그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진지한 고민을 해야 할 시점이 아닐까.  


  2007-02-05 14:29
ⓒ 2007 OhmyNews  


* 차돌바우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08-10-20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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