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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프린스 1호점’, 사이비 게이들의 퀴어 드라마

[칼럼] 해피엔딩으로 가는 유일한 길은 은찬의 성전환 수술 뿐

입력 :2007-08-13 10:30:00   김원 (문화평론가)  




MBC 월화극 <커피프린스 1호점>(원작 이선미/ 극본 이정아, 장현주/ 연출 이윤정)은 남장여자 고은찬(윤은혜 분)과 그를 남자인 줄 알고 좋아한 최한결(공유 분)의 러브스토리다.

동성애 코드로 운명적인 이성애를 그려낸다는 설정은, 현재 독보적인 시청률이 입증하듯 기대 이상으로 선전 중이다. 남장여자라는 그 고전적인 캐릭터를 윤은혜라는 뜻밖의 인물이 자연스럽게 소화해낸 점도 분명 간과할 수 없는 매력이다.

  

그러나 이 드라마의 이야기구조는 전혀 자연스럽지 않다. 심각한 논리적 결함은 이야기 자체를 뒤흔든다. 고은찬이 ‘커피프린스 1호점’에 취직한 이유부터가 그럴싸 하지 못하다. 무슨 떼돈을 준다고 남장까지 해가며 위장취업을 했는지 억지스럽다. 커피향을 잘 식별하는 은찬의 절대 후각보다는 청소와 허드렛일 하는 ‘근로청년’이 필요한 곳이다. 남장은 소녀 가장의 신세한탄에 설득력을 부여하지 못했다. 사회적 공감대를 얻을 수 있는 필연적인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남장여자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러브스토리는 세익스피어의 <십이야(Twelfth Night)>와 이 작품을 모티프로 삼은 영화 <세익스피어 인 러브> 등 수 없이 많다. 그러나 이들 남장여인들에게는 어쩔 수 없는 이유가 있다. 여자는 일을 할 수 없었던 1600년대에 풍랑에서 살아남은 뒤 생존을 위해 공작의 책사가 된 바이올라의 선택은 당연히 남장 뿐이었다. 여자는 무대에 세워주지 않는 세익스피어 시대에 배우가 되고 싶은 귀족의 딸 바이올라(기네스 펠트로 분)의 선택도 마찬가지였다.

‘커피프린스 1호점’이 은찬에게 더없이 좋은 직장이라는 점은 커피프린스 내부에서만 통용된다. 직원들의 “이만한 직장이 또 어딨냐”는 대사가 은찬의 남장에 대한 유일한 변명거리다. 세익스피어 시대의 영국이나 조선시대처럼 겹겹의 풍성한 옷을 입는다면 또 모를까, 성숙한 여자와 남자를 구별하지 못하는 주위 사람들의 아둔함 또한 드라마를 위한 설정일 뿐이다. 시청자가 그러려니 하고 눈감아 주지 않는 한 성립되지 않는 생쑈다.

그 쌩쑈의 중심에 한결(공유 분)이 있다. 온통 남자들만으로 이루어진 ‘커피프린스 1호점’의 대표인 이 남자는 ‘남자’이기 때문에 은찬을 선발했다. 한결(공유 분)이 은찬(윤은혜 분)을 보고 반한 건 어디까지나 남자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가만 보면 커피프린스의 직원들은 하나같이 성 정체성이 모호한 젊은 사내들이다. 그들의 평범하지 않은 외형이나 섬세하고 착한 성격들도 실은 게이들을 연상시킨다. 드라마는 ‘유사 동성애’ 혹은 ‘사이비 동성애’ 코드로 관심을 끌고 있다. 그러면서 줄곧 목표 지점은 열렬한 이성애를 가리킨다. 눈 가리고 아웅이 따로 없다.

커피프린스 1호점의 사장 최한결은 게이가 맞다. 그렇기에 ‘커피프린스’라는 남자들만의 카페를 차렸고, 직원으로 온 미소년과 사랑에 빠진 것이다. 사람을 만나는 대신 방 안 가득 미니어처와 장난감으로 가득 채우고 혼자 노는 이 남자가 게이가 아니라는 근거를 찾기란 쉽지 않다. 이성에 대한 관심이라고는 오래 전 사촌 형 한성(이선균 분)의 애인 유주(채정안 분)를 남몰래 좋아했던 것이 전부인 그가, 유독 은찬에게만 저돌적인 것도 그 때문이다.

정신과 전문의를 찾아가 자신의 성 정체성을 묻는 그의 모습은 절대로 코믹하지 않았다. 그는 정말로 성 정체성에 의문을 가졌고, 머리가 터질 듯한 그 ‘사랑’에 결단을 내렸다. “갈 데까지 가보자”는 무시무시한 사랑고백은 사실 자기 자신에게 한 커밍아웃이나 다름없다.


순정만화 같은 어여쁜 포장을 벗기면, 이 드라마는 진짜 동성애를 다룬 퀴어 드라마가 된다. 논리에 맞는 이야기가 되려면 결론은 하나 뿐이다. <커피프린스 1호점>은 은찬이라는 매개를 통해 자신을 발견한 최한결의 커밍아웃에 대한 이야기다.

따라서 이 배역은 완벽하게 미스캐스팅이다. 커피프린스 1호점의 사장 역할은 공유가 아닌 국내 연예인 커밍아웃 1호 홍석천이 적임자였다.

12회의 여자임이 밝혀진 은찬과 한결의 데이트에는 이전과 같은 ‘떨림’이 없다. 운명적인 ‘날카로운 첫 키스’는 그야말로 추억이 돼버렸다. 남자라고 여겼을 때는 도무지 정신을 차릴 수 없게 하던 열정이, 여자인 은찬 앞에서는 연민과 우정 어린 친근감으로 변했다. 그들의 관계는 이미 식었다. 해피엔딩이 되려면 방법은 딱 하나, 남은 것은 은찬의 성전환수술 뿐이다.



* 차돌바우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08-10-20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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