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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위 동성애자는 이성애자 눈요기용?
입력: 2007년 08월 20일 17:55:56
  
동성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연극·뮤지컬 등 공연물에도 ‘동성애자 캐릭터’가 빈번하게 등장하고 있다. 그러나 동성애자를 현실적으로 그리기보다는 왜곡하고 희화화하거나 여성 이성애자 관객들의 호기심을 충족시켜 주는 대상으로 이용한다는 지적들이 적지 않다.


전문가들은 이런 방식의 동성애 상품화가 “게이에 대한 편견을 더욱 강화시킬 뿐”이라고 우려했다.

연극 ‘유쾌한 거래’에서 구불구불한 웨이브에 진한 화장을 한 ‘여장 남자’는 앞가슴을 풀어헤치며 관객들에게 본인의 성(性)을 확인시켜 준다. 극속의 다른 남자들은 징그럽다는 기색이 역력하다. 구토하는 듯한 동작을 취하는 이도 있다.

주인공은 상대 남성과의 사랑을 인정해주는 대가로 주변인들에게 10억원씩 쥐어주기까지 한다. 웃음을 터뜨리기 위한 극적 장치로 사용됐을지 모르지만, 게이들에게는 가장 폭력적이고 야만적인 ‘커밍아웃’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극속에서 그는 게이인지 트랜스젠더인지도 확실하지 않은, 그저 ‘웃음거리’일 뿐이다.

연극 ‘Mr.로비’에도 게이가 등장한다. ‘유쾌한 거래’만큼 모욕적인 장면은 없지만 이 작품 역시 게이를 과장하고 희화화시킨다. 극중 인물은 핫핑크(hot pink color)에 집착하는 패션 디자이너다. 남다른 성 정체성 때문에 집에서 쫓겨나 모텔에 투숙하고 있다.

상황만으로는 현실적으로 보이지만, 극중 행동은 게이에 대한 편견을 그대로 노출한다. 과하게 호들갑스러운 동작과 말투로 다른 남자에게 “하이에나 오빠!”라며 달려드는가 하면, 찡그리며 불편해 하는 남자의 엉덩이나 가슴을 마음껏 만진다.

서울시 뮤지컬단 유희성 단장은 “많은 작품들이 동성애자를 못난 존재나 추한 사람들로 그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단장은 “순간적으로 웃음을 줄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그로 인해 생기는 상처나 더 큰 문제는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다“며 “이제부터라도 정서적인 면이나 본질적인 부분을 배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게이 문화 자체가 이성애자들의 즐길거리로 이용되기도 한다. 지난 4월 전용관에서 막을 올린 클럽 뮤지컬 ‘동키쇼’는 브로드웨이에서 1970년대 디스코 음악을 배경으로 동성애자와 이성애자들이 함께 즐기는 퍼포먼스였다. 그러나 한국으로 건너오면서 여성 이성애자 관객들이 근육질의 남자 배우를 보러 가는 쇼로 변질되고 말았다.

본래 극의 주인공은 여성들이지만, 동키쇼를 보러가는 여성 관객들의 시선은 네 명의 남성 배우인 ‘코코 보이즈’에 쏠려 있다. 그들은 노출이 심한 의상을 입고 “만져보라”며 여성 관객들의 손을 잡아당긴다. 직장인 ㅂ씨(30·여)는 “남자 모델들이 화끈한 춤을 보여준다고 해서 친구들이나 직장에서 여자들끼리 스트레스 풀러 가는 공연으로 인기가 높다”고 말했다.

상반기 최고 흥행작으로 꼽히는 뮤지컬 ‘쓰릴미’ 역시 작품성을 떠나 ‘수려한 외모를 가진 남성배우들의 동성애 연기’라는 점에서 화제에 올랐다. 객석의 95% 이상을 여성 관객이 채운 데다 키스신 등 남성배우들의 에로틱한 연기도 있었다. ‘쓰릴미’ 마니아들은 “동성애와 상관없이 탄탄한 줄거리와 독특한 소재 등 극의 완성도가 높았다”고 평가했지만, 여성 이성애자 관객들을 위한 공연이라는 비판도 적지 않았다. 한 연극 연출가는 “만약에 레즈비언들의 이야기였다면 성공했겠느냐”고 반문하면서 “남자배우들만 좇는 여성 관객들을 보기가 민망하다”고 말했다.

뮤지컬 칼럼니스트는 조용신씨는 “공연 속 게이들은 잘 생긴 남자가 반듯한 서울말씨를 쓰거나 분홍색을 좋아하고 패션에 열광하는 등 몇가지 공식만으로 게이에 대한 편견을 그대로 반영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렌트’ ‘프로듀서스’ ‘코러스 라인’ 등 브로드웨이 뮤지컬에도 다양한 게이 캐릭터가 등장하지만 이들은 게이의 정체성을 왜곡하지 않으면서, 극중에서 ‘실패’와 ‘저항’을 겪는 모습을 통해 이성애자 관객들에게 그들이 사회적 약자임을 자연스럽게 알린다”고 말했다.

이는 “관객의 다수를 차지하는 이성애자 관객들을 위한 마케팅의 한 기법”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뮤지컬 ‘헤드윅’을 만든 쇼노트의 김영욱 대표는 “‘헤드윅’ 공연 때 동성애자 관객들은 다른 부분보다 ‘남자도 여자도 아닌 신의 창조물’이라고 노래하는 부분에서 눈물 흘렸다”며 “게이들은 예쁜 남자를 좋아하는 게 아니라 남성성을 좋아하는 것인데 우리나라에선 게이문화가 여자처럼 생긴 남자를 좋아하는 것으로 오도되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장은교기자 indi@kyunghyang.com〉  

* 차돌바우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08-10-20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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