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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ueernews 2007-09-15 04:31:18
+0 903
다시, 레즈비언으로 산다면…
    
내 몸과 마음에 자유를 주겠다


저녁 기자
2007-09-14 05:16:56  
<이 글은 레즈비언권리연구소에서 발간한 “다시, 레즈비언으로 산다면...” 자료집에도 실렸습니다. -편집자 주>


“다시, 레즈비언으로 태어나고 싶니?”
“너 같으면 그러고 싶겠니?”

1분 뒤, 나는 고쳐 대답할 것이다.
“다시 태어나도 레즈비언으로 살고 싶다”라고.

그 대답은 좋고 싫음, 옳고 그름을 떠나 나의 성 정체성에 대한 긍정과 자존심의 표현이다. 아마 많은 레즈비언들이 나와 비슷한 답변을 하지 않을까.

여기에 “다시, 레즈비언으로 산다면…” 하는 가정이 붙으면, 할 이야기는 많아진다. 지금보다 잘 살아보고 싶으니까. 현재보다 미래의 일일 테니, 더 나은 환경을 꿈꿔볼 수도 있지 않을까. 어쨌든 상상은 자유다.

다시, 레즈비언으로 산다면 내 몸과 마음에 자유를 주겠다. 물론 지금과 비교했을 때 상대적인 자유를 의미한다. 여자친구에게 느끼는 감정과 성적 욕구로 인해 두려워했던 어린 시절이 아쉽다. 내 안의 금기로 인해 나아가지 못했던 숱한 관계들, 스스로를 의심하고 무시했던 경험들, 내 존재를 긍정하기 위해 떠올려야 했던 불필요한 생각들, 이 모든 것이 생략된 삶을 살고 싶다.

동성애자 차별이 사라진 사회는 감히 상상조차 못하니, 지금보다 좀 나은 사회라고 가정하고 생각해봤을 때, 개인으로서 공적인 것들과 최대한 연관되지 않는 삶을 살고 싶다. 레즈비언으로 자유롭게 살아가기 위한 조건이다. 나의 커밍아웃이 많은 문제를 일으키지 않기를 바라는 것이다. 그리고 집으로부터 독립해 나와서 입에 풀칠할 정도로 살아갈 건강과 생활능력을 가지고 있으면 족하다.

가능하면 가족들도 공적인 제한을 받지 않는 사람들이면 좋겠지만 그것까지 내가 희망할 수는 없는 일 같다. 아마도 나는 자유와 행복을 위해, 가족과 친인척에게 매이지 않는 개인주의적 삶을 터득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지금보다는 편안하게 동성애에 대한 이야기를 주위에 꺼낼 것이다. 매력이 있는 레즈비언으로 살지는 모르겠으나, 솔직하게 살아가고 싶다.

그리고 솔직하게 살아가는 다른 레즈비언들과 만나고 싶다. 수많은 레즈비언들이 모인 장소에 가보고 싶다. 여긴 너무 좁은 바닥이라 질식할 것만 같다. 조금만 더 넓었으면, 조금만 더. 레즈비언 커뮤니티가 좀 더 개방적인 사회가 되면 이 안에서 사기와 비난과 유행이 판을 치는 일도 덜할 것이다. 그 때는 만남도, 사귐도, 섹스도, 동거도, 이별도, 두려움 없이 선명한 판단에 따라 선택할 것이다.

이렇게 이야기해놓고 보니 현실이 아니란 것이 실감 난다. 그러나 슬퍼하거나 노여워하지 말아야지. 그렇다고 나의 현실이 그렇게 비참한 것은 아니잖아? 그리고 간절한 바람은 작은 변화의 바람이라도 한 결 만들어낼 수 있을지 모르는 일이다. 어떤 사람들은 그런 작은 기대를 가지고 인생을 살아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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