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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디캡을 오히려 브랜드화시킨 오피스 h 황의건
[레이디경향 2006-06-16 16:06]



오피스 h 황의건(38) 이사를 인터뷰하기 위해 두 차례 전화통화를 하는 동안 기자는 선입관으로부터 적잖이 자유로워지려고 노력했다. 광고기획자, 케이블방송국 PD, 영어강사, 홍보대행사 대표 등 화려한 이력 외에도 그가 게이라는 사실에 전화로 들려오는 친절한 목소리가 허투로 들리지 않았다. 어색하게 만나 유쾌한 기분으로 돌아온 그와의 인터뷰를 1인칭 시점을 빌어 여과 없이 옮겼다.

“어차피 해야 하는 일이라면 인생의 가치를 어디에 부여하느냐에 따라 세상은 달라진다. 쇼핑을 하되 똑똑하게 하자!

나, 황의건은 브랜드를 홍보하는 사람이다. 브랜드 알리는 방법을 개발하는 것이 내 일이다. 3년 전 한 케이블 TV에서 ‘메트로 섹슈얼’을 기획한다며 내게 출연과 자문을 구해왔다. 메트로 섹슈얼? 잠시 사전을 찾아보자. [metrosexual : 패션과 외모에 많은 관심을 보이는 남성을 일컫는 용어]. 한데 동료이자 후배였던 제작진들이 어째 조심스럽게 부탁하는 폼이 심상치 않다.

잠시 행동을 멈추고 생각해본다. TV를 본 시청자들 중 나를 아는 이는 “왜 메트로 섹슈얼이야? 호머섹슈얼인데!”라며 고개를 저을지도 모르겠다. 정말 그럴까. 그렇다고 나의 섹슈얼리티가 다르게 표현되는 건 곤란한데. 어떡하지. 이미 나는 잡지를 통해 커밍아웃을 했는데, 구태여 방송에서 다시 얘기하는 건 웃기지 않나?

결국 제작진의 끈질긴 설득에 지고 말았다. ‘2부작 방송의 30분 출연’으로 합의점을 찾았다. 그런데 아뿔싸, 그만 시청률이 잘 나오고 말았다. 결국 방송은 4부까지 나갔고, 많은 언론이 내게 인터뷰를 요청해왔다. 어느 정도 각오는 했지만 조금 기분이 안 좋았던 건 사실이다. 하지만 상관없다. 덕분에 나를 지지하는 네이버 카페도 생겼고, PPL로도 심심치 않게 재미를 봤으니까.

그런데 최근 올리브 채널에서 다시 섭외가 들어왔다. 과거와 같은 프로그램을 다시 방송하려는 것이 아닐까 조금 긴장했지만 이번엔 종합 매거진 뉴스 프로그램이었다. 제목은 ‘What Women Want’.

3년 전 한국의 모든 프로그램이 리얼리티 프로그램 일색일 때 미국에서 아이작 쇼를 보면서 80년대 스타일의 쇼를 구성해보면 어떨까 생각했다. ‘80년대’라는 시대 때문에 고리타분하게 생각하기 쉽지만 어떻게 편집하느냐에 따라 훌륭히 달라질 수 있다. 이번에 내가 진행할 프로그램의 기본은 오프라 윈프리 쇼, 아이작 쇼와 같은 분위기다. 다만 나는 브랜드 소식을 전달하고 문화를 전달한다.

‘스타일리스트 황의건이 생각했을 때 이건 좀 알아두면 좋겠다’는 브랜드를 소개하는 게 일종의 소비를 부추기는 것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쇼핑을 하되 똑똑하게 쇼핑을 하자는 것이다. 더불어 돈을 지불하며 쇼핑하면서 플러스 알파를 얻자는 게 내 주장이다.

나는 이 프로그램의 시청자군이 주로 여성이겠지만 한편으로는 남성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사실 한국의 30~40대 직장인 남성 중에는 쇼핑을 지옥처럼 여기는 사람이 적지 않다. 그들은 어쩌다 쇼핑을 하면 한 매장에 들어가 ‘머리부터 발끝까지’ 모두 해결한다.

이제 옷은 패션 아이템이 아니라 라이프스타일 아이템이다. 누구나 즐겁지 않은 일이 있다. 내 경우에는 운동이 즐겁지 않다. 하지만 나는 매일 꾸준히 운동을 한다. 왜냐하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나를 위해서. 쇼핑이 즐겁지 않은 사람도 결국에는 소비, 쇼핑을 할 수밖에 없다. 어차피 해야 하는 일이라면 인생의 가치를 어디에 부여하느냐에 따라 세상은 달라진다.


“왜 결혼을 안 하세요?”

나는 열아홉 살 때 호주로 유학을 갔다. 당시 나는 원하는 대학에 못 들어갔고 영어를 보다 완벽하게 배우고 싶었다. 그리고 내 삶을 찾고 싶었다. 나는 나의 성 정체성을 열네 살 때 알았다. 그래서 게이들에게 열려있는 도시, 시드니를 선택했다.

나는 호주에서 7년 6개월 동안 생활했다. 그리고 한국으로 돌아와 케이블 방송 PD를 시작했다. 이후 패션업체 MD, 광고대행사를 거쳐 2001년 지금의 오피스 h 간판을 달았다.

사람들은 내게 ‘재주가 많다’고 말한다. 그럼 난 ‘원숭이 띠라 그래요’라고 답한다. 옛말에 재주 많은 사람 밥 굶는다는데, 아직까지 굶지 않은 것을 보면 나는 억세게 운이 좋거나, 재주가 없는데 있는 것처럼 꾸미는 재주가 있는 모양이다.

지금의 내 성공 포인트를 게이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게이라도 감각 없는 게이가 많다. 물론 서비스업 자체가 게이 성향을 띠므로 이들에게 좀더 잘 맞을 수는 있다. 나의 장점은 일반인과 다른 부분의 에너지를 긍정적인 면으로 승화시켰다는 것이다. 나는 내가 가진 핸디캡 아닌 핸디캡을 오히려 강점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나 자신을 분석해 나를 브랜드화시켰다.

간혹 내게 “왜 결혼을 안 하세요?”라고 묻는 사람이 있다. 물론 몰라서 그랬겠지만 그럴 때면 너무나 당혹스럽다. 이미 나는 공개적으로 입장 정리를 했다. 내가 공개적으로 입장 정리를 한 이유는 어느 순간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너무나 아까운 내 인생. 누구에게 민폐를 끼치는 것도 아닌데 왜 숨겨야 하나?’란 생각이 들었다.

단지 내가 다른 사람과 성적 취향이 다르기 때문에, 가정이라는 테두리를 못 만들기 때문에 힘들게 숨기면서 살고 싶지 않았다.

중심점을 기준으로 두 개의 선을 그릴 때, 1도만 움직인다고 해도 결국에는 크게 멀어지고 만다. 일반인과 나의 차이는 극히 작다. 하지만 결국에는 큰 차이를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사람들은 어쩔 수 없이 겉을 보게 된다. 다행히도 지금은 세상이 너무 좋아졌다. 내가 5년 빨리 태어났어도, 아니면 5년 늦게 태어났어도 지금 내가 누리는 이미지를 가질 수 없었을 것이다.

게이. 가문의 영광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수치도 아니다. 나쁘게 생각하면 장애일 수는 있다. 하지만 장애를 수치로 생각하고 숨긴다면 그는 평생 사회 구성원으로 살아갈 수 없다.

나는 타인의 시선에 신경 쓰지 않는다. 달리 방법이 없다. 살아가기 위해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그리고 그렇게 교육을 받았다. 부모님은 어떤 선입관도 없이 나를 키우셨고, 내가 자라는 동안 내 의지에 반하는 임무는 주시지 않았다. 솔직한 것과 자신감 있게 키워주신 것에 지금도 감사한다. 부모님은 나보다 먼저 내 성 정체성을 알고 계셨다. 하지만 내가 이렇게 공개적으로 게이임을 공표할 줄은 몰랐는지 무척 당황스러워하셨다. 나는 어떤 경우에도 괜찮다. 하지만 가족이 고통스러운 부분은 참을 수 없다.

살아가는 동안 누군가 나를 두고 뒤에서 속닥거리겠지. 그리고 나, 황의건은 그걸 평생 느끼며 살아가겠지. 그러나 나는 그런 삶의 조각들 때문에 내가 해야 할 많은 일들을 지체할 순 없다. 누구나 그러하듯 나도 열심히 살고 싶다. 살아가며 이루어야 할 소중한 내 삶이여.  


글 / 김성욱 기자  사진 / 이상민
        
        

http://news.naver.com/news/read.php?mode=LSD&office_id=145&article_id=0000001066§ion_id=103&menu_id=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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