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_보이스

title_Chorus
namypooh 2011-07-15 09:37:40
+10 145
주방 싱크대 주변에 바퀴벌레가 한 두 마리 모이더니,
어느덧 무리를 짓고 파닥거리고 있네요.
이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는 벌레가 바퀴벌레인지라,
에프킬라를 들이부었죠. 돈만 좀 더 있었으면, 세스코 훈남들을 불러 처리 했을 텐데…
일단, 에프킬라액에 날개젖어 움직이지 못하는 이것들을 쓰레받이로 쓸어 담아, 휴지통에 버렸죠.
이거면 됐겠죠. 바퀴벌레는 어차피 다시 모인다는데, 일단 눈앞에서 안보이니, 속은 후련하네요.

아마, 백인 우월주의에 눈이 멀어 인종 소수자 에게 lynching을 가했던 그들도,
호모포비아에 마음이 절어 성적 소수자를 살해한 그들로, 이런 마음이 아니었을지.
보기 싫은 이들이 사라지기를 바라는.

최루액을 맞고 우수수 넘어진 희망버스 멤버들을 보며,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며 대립했던 우리와 전경들이 서있던 한진중공업 입구는,
논리나 이성으로 뿌옇게 칠해질 수 있는, 회색 빛으로 그려진 곳이 아닌,
명백한 흑과 백이 갈린 곳이었다고.  
그냥 우리에게 우리를 싫어하는 사람들이 폭력을 가한 것이라고..
보기 싫은 우리가 빨리 사라지기를 바랬던 것이라고…

한국 사회의 진보, 보수, 중도 등 정치적 성향들에 대해서 잘은 모르지만,
희망버스에 몸을 싣기 위해 시청광장에 모인 분들은, 진보의 중심에 있는 분들이셨던 것 같아요.
뭔가, 좀 달랐어요. 표정도,, 행동도,, 결의에 넘치는 문구들도…
동지라는 언어선택, 모두가 따라 불렀던 노래들, 그 노래에 맞춰 췄던 춤까지….
제 머릿속에서 진보라는 그룹을 정의하기에 충분했죠.
아마,,,,한국사회의 구성원들이 정의하는 진보가 다 다르지 않을까 생각이 들고,
어떤 이들은 많이, 아주 많이 싫어하는 것 같더군요.
아직 대학생인 저희 회사 인턴에게 물었더니,
자기 일 열심히 안하고, 개념 없는 사람들이라고 하더군요.
저희 과장님은,,,희망버스 타고 부산다녀 왔다 했더니,,,
그런거 하지 말라고,,,가정도 안 돌보는 사람들이라며…..

이번 희망버스를 계기로 전에 몰랐던 걸 알았어요.
전 성적 소수자, 인종 소수자(한때), 뿐 만이 아닌 “진보”소수자라는걸요.  
진보라고 말하기 조차 부끄럽지만,, 어쨌든,,저는 또 다른 소수자 그룹에 속해 있더군요.  
동기들이 회사에서 부산 다녀왔다는 말 하지 말라고 조언하고,
부모님께는 숨기게 되는,, 또 다른 소수자라고…
어떤 이들이 바퀴벌레 잡듯, 없애버리고 싶어하는 또 다른 그룹에 속해 있다고…

여기까지가 이 시점에서 제 생각의 정리에요.
어디서 희망을 보아야 하고, 어디서 어떻게 제 손이 필요한 사람에게 손을 내밀어야 할지…
더 구체적인 생각들이 분명 필요한 시점인 것 같아요.
그냥, 주저리 주저리, 너무 뻔한 이야기 한건 아닌지,,ㅋ, 읽고 싶은 분만 읽으셨길~ ^^

다산명분 2011-07-15 오후 15:51

일따아은...지보이스부터^^
단원 한사람 한사람에게 애정과 관심을 좀 가져보심이 어떨런지요??
작은거 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단장님이시니까...아름답고 멋지고 우아하신 자태로 단원들을 어루만져 주시옵소서....ㅎㅎㅎ

기즈베 2011-07-15 오후 20:44

^^ 잘 읽었어요. 상황마다 다르겠지만 어떠한 계기를 통해 항상 새로운 것을 배우고 그것을 스스로에게 되묻고 고민하는 것이 진보의 삶이 아닐까해요. 새롭게 나아가는 것. 지보이스도 그럴테고. 와우 역시 단장 다운 생각일세!!

코러스보이 2011-07-15 오후 21:09

흠... 나미푸가 다니는 회사 정도라면 스스로 똑똑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만 있는 곳일텐데... '황의건'처럼 우물안 개구리 혹은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사람들이 많나 보네요.ㅠㅠ
아,아,안타까운 일입니다.

1. 진보? 보수?
많은 일반인들은 성소수자에 대해서 잘 알지도 못하면서 보수언론이나 일부 종교집단에서 퍼뜨린 왜곡된 이미지들을 진실인양 믿고 삽니다.
예를 들자면 "게이들은 음란하다, 여장을 좋아한다, 섹스중독자이다, 전염병을 퍼뜨린다. 소아성추행을 일삼는다, 매전 파트너를 갈아치운다, 마약 중독자들이 많다..." 이런 식의.

한쿡 사람들이 '진보' 혹은 '인권' 이라고 하면 무조건 '극좌' '친북' '사회주의자' '혁명주의자' '과격폭력집단' '부정적비판주의자들' 이렇게 생각하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 아닐까 싶어요.
그동안 권력을 가진 자들, 권력을 추종하는 언론에서 꾸준히 세뇌시켜온 결과겠지요. 진보에도 다양한 스펙트럼이 있고, 진보를 바라보는 시각도 여러가지가 있다는 걸 간과하고 말이죠.
제 생각에 친구사이(혹은 지보이스)에서 활동하는 성소수자들 이라고 하면...
그날 즉석공연때 단장님이 소개하셨던 것처럼 '아름답고 즐겁고 기갈스런 진보적 성소수자들' 이라고 말하는게 젤 어울리는 것 같아요.
우리가 매번 집회에 뛰어다니거나 짱돌을 던지거나 할순 없을텐데요...
다만 연대가 필요할 때 손을 내밀어주고 아름다운 우리의 목소리를 들려주는 것은 게이프라이드를 노래하는 것 못지 않은 효과를 내는 멋진 일이라 생각해봅니다.

2. 아마도 나미푸의 직장 동료들은 (과격하지 않고, 부드럽고 친절하며 밝고 긍정적이고 종교적?이고 심지어는 꽃미남도 아니고 애인도 없는!ㅋㅋ)나미푸를 통해서 그동안 본인들이 갖고 있던 진보주의자 혹은 성소수자에 대한 편견들을 조금씩 깰수 있을거라 생각해요.
말하자면 그네들은... 직장동료를 잘 만난 복받은 뇬들이죠.ㅋ


3. (이건 사족인데 한마디 덧붙이자면...... 사회운동이나 인권운동을 처음 접해보는 젊은 사람들 중에는 '동지' '투쟁' 이런 단어가 낯설게 느껴지는 사람도 많을거라 봅니다. 단어의 의미만 놓고 그다지 틀린 말은 아닌데 어쩐지 낯설기 땜에 지레 진보를 무서워하기도 하죠.
저 역시 스무살때 처음 교회선배들한테 이런 단어들 듣고 굉장히 무섭고 거부감을 느꼈었어요. 근데 이런 단어 역시 수십 년간의 사회운동 집단에서 형성되고 사용된 말들이고 이것 때문에 진보적 사회운동 혹은 인권운동 등을 부담스러워할 필요까지 있겠나 싶어요.
초짜게이들 혹은 은둔게이들 중에서 '언니'라는 말이 싫어서... '이 년아' 라는 말이 부담스러워서 아예 게이커뮤니티에 등을 돌리거나 악담을 하고 다니는 사람들 많잖아요. 그건 정말 작은 문화/언어습관에 불과한건데 말이죠.)

코러스보이 2011-07-15 오후 21:09

흠... 개말라님 말 잘한다...ㅋㅋㅋ

가람 2011-07-15 오후 23:11

흠.. 나미푸님 개말라님 다 말 잘한다 ㅎㅎ
투쟁과 다이어트를 참고한(베낀) "기갈과 투쟁, 언니와 동지" 또는 "언니의 기갈과 동지의 투쟁"이라는 모티프로 가사와 악상 및
"바퀴벌레와 단장님"이라는 제목의 가사와 악상이 떠올랐으나 참겠습니당 ㅋㅋ

디오 2011-07-15 오후 23:49

아 진보 소수자와 성 소수자를 비교해보니 정말 명확하네요~ ㅎㅎ 멋진 분석이에요.

저는 사실 소위말하는 입진보(말만 열심히 하는 ㅎㅎ)였는데요, 이번 집회는 정말 즐거운 경험이었어요. 평소에 집회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언제나 동의했지만, 많은 사람들에게 외면을 받고 좋은 결과를 만들지도 못하는 집회를 정말 해야하는게 맞나.. 하는 회의가 항상 들었어요. 하지만 요즘 촛불집회를 시작으로 조금씩 커지고 있는 문화적인 투쟁들이 벌어지는 것을 보니 집회 자체가 하나의 축제처럼 느껴지고, 또 그러한 투쟁에 대중들이 같이 한다는 느낌도 훨씬 많이 받게 되는 것 같아요. 그러던 와중에 이번에 지보이스로 집회에 참여해보니 원래는 좀 지루하기도 하고 힘들기도 했던 집회가 개인적으로 너무 재밌더라구요. 게다가 우리가 다른 사회적 약자들에게 힘이 되어주고, 또 그러는 와중에 우리의 존재에 대해서 알려주기도 하면서 우리도 힘을 얻어가는 정말 좋은 자리였던거 같아요. 사실 우리가 계획했던 난장 공연을 했다면 하는 아쉬움이 있긴 했지만, 몸이 힘든 와중에도 같이 노래했던 그 순간에는 정말 즐겁고 힘이 났던거 같아요. 이런 자리를 계속 이어가면 좋을 거 같아요~^^

미로 2011-07-16 오전 00:02

가끔 가깝다고 생각하던 사람과 정치적 견해 차가 크다고 느낄 때, 좀 당황스럽고 쓸쓸하고 외롭긴 하더라구요.
같은(?) 진보(?)라는 착각(?)에 쉽게 얘기하다가 다른 지점들이 발견돼 물음표 ?? 되는 경우도 많은 것 같구요.
다만 존중과 배려가 관계를 유지시켜주고 시간이 흐르면서 입장을 이해하게 하는 경우도 있고,
누구 하나라도 고집부리고 막무가내면... 참 곤란하죠... 인연을 끊거나, 끊거나, 끊거나... 음음... 끊어야 하나??? 다른 방도가 생각이 안 나네요. ... 싸워서 이기면 되나?? 싸우서 이기는 데 소질 없는 미로는 인연을 끊어요 --;;

미로 2011-07-16 오전 00:13

그나저나 7월에도 연습 참여를 못하게 됐어요.
7월 마지막 일요일엔 늦게라도 갈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암튼, 정시엔 못 가게 된...
에프킬라를 뿌려서 쓰레기통에 버려버리거나 변깃물에 익사시킨다고 협박해도 어쩔 수 없어요. ㅠㅠ

아, 정기공연 참여하고 싶었는데,,,
자꾸 이런 스케줄이면 올핸 불가능할 것 같아요.
무대엔 못 서더라도 어떻게든 일거리 주시면 할 수 있는 만큼 할 테니까, 버리지만 말아주세욧 ㄴ

테드 2011-07-19 오후 22:47

우선 바퀴벌레는 에프킬라엔 절대 죽지 않던데.. 휴지통에서 스물스물 기어 나왔을듯... 집에 레이드가 없다면.. 과감히 에프킬라를 뿜으며 불을 붙이세요... 알까지 잔인하게 태워버리시길... 으.....끔찍 >< ;;;;

단장님의 글을 읽으니 예전에 전야협(전국 야간학교 협의회) 회의에 참가했던 기억이... 새삼 떠오르네요.

박재경 2011-07-20 오전 02:54

그런것 같아
나의 기준으로 너를 대하지 않으려고 애쓰는것
너의 기준으로 생각해 보려고 애쓰는 것......

그것이 인권이고 사람사는 도리인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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