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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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쁜 아류 2005-10-25 07:38:55
+6 1299
어제 몇몇 분들꼐는 말씀을 드려서 알고 계시겠지만 저의 사무실에서
과로사로 40대 초반의 소장님 한분이 과로사로 사망하셨습니다.
제가 하두 신세한탄을 해대서 주변의 여러분들은 건축설계직 근무자들의
노동현실에 대해서 조금이나마 알고 계실런지 모르지만 이 사건으로 인해 새로운
전환기를 맞게 된 것 같습니다.
지루하시더라도 읽어주시고 어떻게 하면 공론화 할 수 있을지 의견을 내주셨으면
감사하겠습니다.

일반인들은 건축설계를 한다고 하면 제주변의 경험을 비추어 보건대, 공사장 막일꾼과 같이
생각하거나 정 반대로 예술하는 사람이네 라고 쉽게 생각을 하는 것 같습니다.
글쎄 사무실 내에서의 우스개 소리로는 1년 내내 노동자로 일을 하다가 근로자의 날에만
예술가라 "사칭"하여 하루도 빼놓지 않고 부려지는 불쌍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답니다.

얼마전에 저의 회사가 이사오기 전에 종로5가 근처에서 어떤 용역 경비업체 분들이 1년에
100시간 야근이 왠말이냐!를 부르짖으시며 파업을 하시고 계시더군요.
당시 현상설계를 진행하던 중이어서 매일 세네시간 자고, 휴일도 없이 두달 내내 일을 하던
팀원들은 농담반 진담반으로 "전경차를 뺏어서 다 쓸어버릴까?"라는 생각도 했답니다.

각설하고,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건축설계사무소라는 곳의 일이 쉽지는 않습니다.
특히나 아파트나 주상복합과 같은 분양건축을 주로 하시는 설계사무소는 건축주가 되는 시행사의
요구에 수십번이나 같은 도면을 수정하고, 변경하고 수정해서 다시 원래대로 돌아가는
비효율적인 일들을 수도 없이 반복을 한답니다.

게다가 건축주들도 문제인 것이 어차피 야근이나 초과근무는 알아서 하라는 건지 수정사항을
들고와서는 무조건 내일, 1주일후 라고 던져놓구 가면 그동안 사무실 사람들은 정말 씻지도
못하고 집에 옷도 못갈아입고, 그 기한을 맞추어야 합니다.
일을 소요시간도 고려하지 않고 던지는 건축주도 문제지만, 넙죽 넙죽 받아와서는
부하직원들은 생각지도 않고 기한을 맞추기만을 강조하는 건축계의 기성세대들인 임원진들의
자존심도 없는 태도가 더 문제라고 생각이 듭니다.

물론 분양건축이 더 힘든 것은 아닙니다.
현상설계나 턴키 사업 같은 경우에는 더욱 힘들어지죠.
물론 기본설계만을 진행해서 납품하는 것이기는 하지만 한달에서 두달 동안 설계권을 따내기
위해서 현상설계팀이 하는 노력은 정말 엄청납니다.
거의 시작해서 초반이 넘어가기 시작하면 컨셉에 맞게 설계안에 대한 대안을 40-50개
가량을 만들어 내지요. 그렇게 추려가면서 형태와 기능을 정리해가는데 사실 더 좋은 안을
만들기 위한 과정이라고 그럴듯하게 포장하기는 하지만, 사장이나 임원진들이 하고자 하는
건축을 하기 위한 노동을 한다고 느껴질때가 한두번이 아니랍니다.

저도 지금 현상설계를 진행하고 있지만, 주말에 쉬어본적이 거의 한달전인 것 같습니다.
앞으로 3주 가량이 더 남았는데 아마 끝날때까지는 하루도 쉬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게다가 정시근무를 하느냐? 물론 설계사무소도 출 퇴근 시간은 있습니다.
저의 사무실 같은 경우에는 9시 출근 6시반 퇴근이죠.
-보다 보다 6시 30분 퇴근은 정말 처음 봅니다-
하지만 출근시간은 첵크해서 인사고과에 반영을 하면서 퇴근시간을 인사고과에서 첵크하지는
않는 것 같더군요.

어쨋든 이렇게 정해진 시간이 있기는 하지만 1주일에 이틀 야근안하면 그주는 정말 땡잡은
주가 되는 겁니다.
그러면 이렇게 야근을 안하는 날들은 시간을 알차게 보낼 수 있느냐?
정기적으로 일찍 끝나기라도 하면 학원을 다니던지 운동을 다니던지 하는 자기 개발이라도
할 수 있겠지만 업무스케줄 때문에 친구들과 저녁 약속 한번 제대로 잡기 힘든데 자기 개발은
무슨 개뿔 자기개발입니까?
저같은 독신남은 이럴 때를 이용해서 집도 좀 치우고, 반찬도 좀 만들어두고 주로
가사노동을 한답니다. ㅠ.ㅠ 사실 쉴시간이 없는거죠.

그렇다면 야근을 하는 날은 몇시에 퇴근을 하느냐?
대중이 없습니다. 9시는 기본적으로 넘어가고 자주 11시 이상 때때로 1시를 넘겨서
들어간답니다. 지난 주에도 택시 영수증을 보니 1시 경이 두번 3시경이 한번이더군요. ㅠ.ㅠ
이렇게 해서 현상설계를 한번 하고 나면 보통은 한달 동안의 야근 시간이 200시간이 훌러덩
넘어갈 때도 있답니다
월말에 근무시간표를 정리해봐야 알겠지만, 제가 1년차였을 때는 심지어 237시간을
한달 동안 근무를 했더군요. -정규근무시간과 야근시간을 통합해서입니다.

그러면 여기서 들어오는 질문이 꼭 있죠.
그럼 야근수당 많이 타겠네....ㅠ.ㅠ
많이 아주 마아않이 탑니다.
한달에 30시간 인정되서 제가 사원이었을때는 15만원인가가 나왔고, 대리 진급하고 나서는
21만원인가 나오는 듯합니다. 어차피 월급 명세서 보면 짜증나서 찢어버리고 맙니다.

그러면 나름대로 전문직으로서 연봉이 쎄냐?
저 지금 5년차 대리입니다만, 월 200도 못받습니다.
처음 1년차 입사했을 때 130몇만원 받았습니다.
그래도 내가 좋아하는 일이니까 즐겁게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좋아하는 일도 재밌는 일도 경제력에서 딸리고, 시간도 없고, 몸은 축나니까
이제는 정내미가 뚝뚝 떨어집니다.

솔직히 1년차때 130만원 받아서 70만원 적금 넣고, 집세내고, 관리비내고,
밥사먹고 -야근식대도 안나옵니다-, 아침저녁 장보면 한달에 친구들 만나서
술한잔 할 돈도 안되더군요. 사실 친구들 모임때마다 시간 못 맞추고, 가도 비싼데가면
부담되니까 꺼려지고, 친구들 다 떨어져나가기 일보 직전입니다.
요즘엔 한달에 한번정도 갖는 정기 모임 때도 연락도 안하더군요. ㅡ,.ㅡ

그러면 명절때나 가족 행사 때는 어떻게 하느냐?
그래도 젊은 저야 대충 아무거나 입고 쓰고 하면 되지만, 어른들 모시는데 그게 됩니까?
명절에 보너스는 커녕 떡값한번 나온적이 없어서 자식된 도리라도 하려면 카드3개월이나
현금서비스 받아서 부모님 용돈 드렸습니다.
그리고서는 서너달은 허리띠 졸라매고 살았습니다.

제가 회사 다니는 동안 나온 명절 선물은 비누 치약같은 것 들어잇는 싯가 9900원짜리
롯데 선물셋트 몇번, 소장님이 개인돈과 저의 팀으로 들어온 로비비용 모아둔것으로 받은
상품권 -그것도 모자라서 제비뽑기를 했답니다.ㅡ,.ㅡ,
다른 소장님이 개인돈으로 사주셨던 고추장 두개들이 셋트,
면사랑이라는 식품회사에서 나오는 생면 셋트 두어번...

그거 주고 생색내려면 아예 주지를 마라 주지를 마.

직원들이 컴플레인이 있으면 회사가 사옥을 지어서 사정이 어렵다, 이해해달라 이지랄
하더니만, 올 명절에는 임원들이 차를 사악 바꿨더군요.
국내 자동차업계의 불황을 타계하기 위해서인지 SM7, 소렌토, 그랜저 TG 각 회사의 고급차량은
하나씩 다 샀더군요. 진짜 확 긁어버릴려다가 참았습니다.

게다가 아마도 관리부에 있던 친구가 한말이니 신빙성은 꽤나 높다고 생각합니다만,
우리 회사는 임원들 6명인가가 주식은 전부 가지고 있습니다.
아주 독특한 시스템인 것이 회사에 이익이 나면 연말 결산을 통해 기본 자본금 5억인가
10억인가만을 남겨두고 남은 이익을 그 임원들끼리 주식 비율 대로 배분해 몇억씩 가져간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직원들은 퇴직금도 연봉에 계산해서 넣어서 1/13을 명목상으로 연말에 지급을
한다고 하죠.
어디선가 읽었는데 이런 행위도 불법이라고 하더군요. ㅡ,.ㅡ
그나마 이 퇴직금도 연말에 주는 것이 아니라 올해는 그나마 빨리 나왓습니다만,
작년에는 10월에 추석 때 마치 인심쓰듯이 주더군요. 진짜 별꼴을 다봅니다.

어쨋든 제가 회사를 오랫동안 다니다가 갑자기 이렇게 분노해서 글을 올리게 된 것은
저와는 다른 소에 근무하시는 분이기는 한데 지난 토요일 사무실에서 야근을 하시다가
과로로 쓰러지셔서 돌아가셨기 때문입니다.
정말 일하면서 가끔은 이러다가 몸버리고 친구도 떨어져 나가구 사무실에서 골로 가겟구나 하는
혼잣 생각을 하곤 햇엇는데 실제로 바로 옆에서 일하시던분이 몇시간 몸이 안 좋다고 하시다가
병원에서 바로 돌아가시는 걸 보고나니 두렵거나 슬픈것보다 울화통이 치밀어 오릅니다.

왜 건축인들은 고용인에 대항해서 노조를 만들지도 않는 것인지!
자신이 열악한 근무조건에서 고용주에게 혹사를 당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 단순히
적응만을 하고 덤벼들지 않는 것인지!
왜 우리가 갖고 있는 권리를 행사하려 하지 않고, 고용주의 개가 되어 일개미처럼 주구장창
일만 하고 있는 것인지!

제가 이글을 이렇게 분노해서 드리는 것은 이글로 인하여 건축설계 노동자들의 열악한
근무환경과 인권에 대하여 공론화하고 이슈화하여 단순히 제가 다니는 회사 뿐만이 아니라
건축설계업 전반에 걸쳐 팽배한 노동 조건을 개선하려는 의도입니다.

꼭 읽어주시고 공론화시켜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차돌바우 2005-10-25 오후 18:02

다음 "아라고"에 올려보는건 어떨까?

안티멋진아류씨 2005-10-25 오후 20:16

글게 왜 130만원 받아서 70만원이나 적금을 부어 50만원만 부으면 되잖아... 그르게 나처럼 아예 초반에 확 때려치지 그랬수? 자기가 당해보고 겪어보지 않음 모른다니깐... 난 충분히 이해 할 수 있어... 생각만해두 난 소름이 돋아..시져시져 정말로... 미쳤지... 우리나라에서는 건축하지마... 그게 적성에 맞는 사람들은 독종이거나 아니면 또라이야... 아류씨의 글에 나온 일들은 빙산의 일각일 뿐이야... 그래서 건축가들은 오래 못살고 대머리이거나 백발이 많아... 거짓말 같지? 주변에서 잘 찾아봐

가람 2005-10-26 오전 01:39

대표님 "아고라"요..;;
호홍~

차돌바우 2005-10-26 오전 03:06

나 대표 안햇 ㅠ.ㅠ

칫솔 2005-10-26 오전 11:50

부쉬도 자주 그래요... 힘내3... ㅋㅋ

조경 2005-10-27 오전 08:27

조경업에 종사하는 사람은 아니지만..조경과 학생으로서.. 조경설계사들은 건축설계사들의 고통에 플러스해서, 건축가들의 등쌀과 닥달도 이겨내야 하는 악조건에서 일을 하지요. 건축이나 조경이나.. 모두 한국에선 10년 사업밖엔 안될것 같네요. 일단 땅이 좁다는 면에서도요.. 능력쌓아.. 대륙으로 가는 수 밖에 없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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