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소수자 대상 범죄가 점점 더 심각한 수준으로 발생하고 있지만, 정작 성소수자들은 피해에 시달리면서도 신고조차 하지 못하는 현실이다.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기관이 별로 없기도 하지만, 사건 신고 및 처리 과정에서 자신의 성정체성이 드러나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두려움이 크기 때문이다.

이에 여성동성애자 인권운동 단체들이 성소수자를 대상으로 한 범죄를 근절하고, 피해자를 지원하기 위한 연대체를 발족했다. 레즈비언인권연구소, 부산여성성적소수자인권센터, 이화레즈비언인권운동모임 ‘변태소녀 하늘을 날다’, 한국레즈비언상담소 4개 단체가 결성한 ‘성소수자관련범죄사건지원여성연대’(이하 사건지원여성연대)가 그것이다.


많은 수의 성소수자들이 동성애혐오(homophobia) 때문에 일어나는 혐오범죄와, 아우팅 협박, 폭력과 사기, 금품갈취 등 범죄에 시달리고 있다. 그러나 직장과 학교, 가족과 친구들에게 성소수자임이 알려졌을 때 입게 될 피해가 크기 때문에, 범죄를 겪어도 고스란히 당할 수밖에 없는 경우가 많다.


또한 여성 성소수자들은 여성이라는 이유로 더욱 큰 피해를 입고 있다. 성소수자가 겪는 억압과 여성이라는 사회적 약자의 위치로 인해, 여성 성소수자들은 범죄 대상이 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다. 지난 2004년 8월 일어난 청소년 레즈비언 대상 ‘아우팅’(동성애자의 성정체성이 타의적으로 외부에 알려지는 것) 협박 범죄(2004년 8월 22일자 보도)는 이런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사건지원여성연대는 보다 조직적이고 체계적으로 성소수자 대상 범죄사건에 대응하고, 예방하기 위해 레즈비언 인권운동가들이 많은 논의 끝에 결성했다. 지난 5일 발족 선언문을 통해 성소수자가 처한 억압적인 상황을 이용해 일어나는 모든 범죄를 근절해 나가자고 결의했다. 또, 이를 위해 성소수자 관련 범죄 피해사례를 수집하고, 범죄 유형을 분석해 구체적인 대안을 마련해나가기로 했다.


특히 사건지원여성연대는 발족 이전부터 형사 사법 절차 상에서 동성애자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인권수사지침을 작성해왔다. 사건 담당자들의 무지와 편견으로 인해 성소수자들은 수사과정에서 아우팅을 당해 더욱 큰 피해를 입거나, 수사관으로부터 인권침해를 겪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사건지원여성연대는 이 달 내에 ‘형사절차 과정에서의 성소수자 인권보호지침’을 발표하고 검찰, 경찰은 물론 언론과 시민사회에도 알려나가겠다고 밝혔다.


뿐만 아니라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범죄와 차별행위를 예방하기 위해 강력한 법과 제도가 필요하다는 점을 인식시키고, 성소수자들이 처한 특수한 현실에 맞게 인권을 보장하는 법안 및 제도를 마련하도록 정부와 국회에 요구할 계획이다.


성소수자관련범죄사건지원여성연대(www.support-u.org) (051)752-1996
여성주의 저널 일다 정이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