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title_Free
maths 2004-07-25 08:09:42
+11 97461
지금의 내 나이, 어느새 서른을 훌쩍 넘었다.
애인과 헤어진 지 1년이 다 되어 가는데 아직 애인도 생기지 않는다.
몇 달 전 내가 호감이 갔던 사람은 몇 번 재미있게 데이트를 한 후
내가 연락하면 미지근한 반응을 보여서 연락을 할 수 없이 끊었다.

내가 이른바 게이들이 주로 찾는다는 사우나를 알게 된 것은
몇 년이 지났다. 하지만 설명하기 힘든 어떤 이유로 인해서
그 동안 그곳에 가는 것만큼은 애써 피해왔었다.

그 기간 동안에 나는 애인도 여러 명 사귀었고
애인이 없을 때는 번개를 해서 일회적인 만남을 갖곤 했다.
번개를 할 때마다, 느끼는 게 과연 번개와 사우나 같은 곳에서 크루징을
하는 게 무엇이 다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유를 각설하고 나는 섹스상대를 쉽사리 찾기 위해
이반들이 주로 들른다는 사우나에 가보았다.
당시 시간이 새벽을 한참 넘긴 후여서
탕 안에는 조용한 적막함만이 감돌았다.

그 동안 나름대로 게이들과 다양한 이유로 만났다고 생각해서
행여나 아는 사람을 만난다면 부담스러울 것이라는 부담감을 안고 들어섰다.
그런데 웬걸 들어가자마자 화장실에서 나온 사람은
내가 몇 년 전 이반시티 집단 술번개에서 만난 분이었다.

그 분은 나를 보지 못한 것 같았고,
동시에 둘 다 비슷한 이유로 온 것일 텐데
굳이 창피해야 할 이유가 없다는 자기합리화를 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탕으로 들어가서 간단히 몸을 씻었다.
탕에서는 조용한 것을 빼면 별다른 차이점은 느낄 수 없었다.
나는 몸을 닦은 후 슬쩍 바로 그 크루징이 이루어진다는 휴게실로 들어갔다.
심장이 뛰기 시작했고, 설렘과 두려움이 공존해서 느껴졌다.

그러나 내부는 알 수 없는 다양한 냄새로 악취가 진동했고
눅진하고 후텁지근한 공기 때문에 비 맞은 판자촌 집의 곰팡이 선 내부 같았다.
게다가 설상가상으로 하도 어두워서 시력이 극히 나쁜 나는
어느 것 하나 분간하기가 어려워서 마음에 드는 사람을
낚는다는 것은 어려워보였다.

조금씩 어둠에 익숙해지자 나는 마치 잠만을 자기 위해 들어온 것처럼
한산한 곳에 누워서 수건으로 중요한 부위를 가린 후 눈을 감았다.
더욱 어둠에 익숙해지다 보니까 사우나 휴게실 안은 바야흐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고 여기저기에서 섹스를 노골적으로 하는 사람들이 흔했다.

난 그 순간에도 역겹다는 생각과 흥분된다는 생각을 동시에 머금었다.
새벽 자정버스가 끊기기 전에 서둘러 나가려고 일어서려는 찰나에
누군가 내 몸을 예리하게 만지는 것이었다.

나는 주저앉았고 대충 섹스 비슷하게 끝냈다.
나는 조용히 그와 아침을 기다린 뒤
아침이 밝으면 밥이라도 함께 먹으며 헤어지려고 했는데
그는 다시 다른 사람을 찾아서 활발히 이동 중이었다.

새벽이 깊어질수록 사람들은 더욱 야성적으로 되어 갔고
사람들은 갈수록 많아지는 것 같았다.
이 게시판에 적을 수 없을 정도로 충격적인 것도 목격했지만,
어쨌든 자발적으로 간 사우나 여행은
아주 재미있지도 그렇다고 무의미하거나 지루하지만도 않았다.

지금 마음 같아서는 다시 갈 마음은 없지만
또 모른다. 나중에 조급하면 또 그곳으로 발길을 제촉할지.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수
» 내가 처음 이반사우나에 간 날 +11 maths 2004-07-25 97461
14023 오 글로리홀(크루징 후기) +5 코러스보이 2010-02-21 79452
14022 "끼" 와 "기갈" 의 차이점이 뭐죠? +6 날라리 2009-10-06 42839
14021 섹스할때 남자들은 이런 생각을 한다. 노가리 2005-08-25 41999
14020 청소년 동성애자 인권을 위한 교사지침서 재발간!! +39 친구사이 2005-11-30 38188
14019 사제 아동 성추행은 동성애와 연관 +424 기즈베 2010-04-15 34184
14018 [펌]일반이 쓴 이반 구별법 +3 박최강 2006-01-10 25002
14017 인디포럼과 친구사이가 함께하는 퀴어단편영화보... +278 Timm 2009-05-26 21459
14016 [이색지대 르포] 남성 출장 마사지의 세계 +3 퀴어뉴스 2005-05-06 19395
14015 묻지마관광! 과연 그곳에선 무슨일이... +7 ugly2 2003-10-20 18026
14014 이태원 미군 동성애자들의 천국 +581 기즈베 2010-03-18 17008
14013 제가 초딩 6학년인데 게이인것같애여 +20 서동우 2014-09-26 16886
14012 에이즈 치료제 '푸제온'관련 로슈사 규탄성명에 ... +125 기즈베 2008-09-28 16449
14011 술번개 방장 이야기 #1 +3 계덕이 2015-01-03 16332
14010 코리아 헤럴드 기사- Out of the closet and into... +77 이쁜이 2010-04-29 15436
14009 영화 <두결한장> 상영관 정보 +5 기즈베 2012-06-20 14609
14008 일반 친구를 잡아먹는 방법 +3 완소남 No. 1000 2007-03-05 12150
14007 “동성애 비판시 처벌” 입법 예고 논란 +437 게이토끼 2007-10-15 12002
14006 제 미니홈피에 올렸던 제 일기인데요~올려보아요.. +5 Mr.Choe 2011-04-24 11362
14005 재미있어서 +26 물바람 2007-06-06 10313
마음연결
마음연결 프로젝트는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에서 2014년부터 진행하고 있는 성소수자 자살예방 프로젝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