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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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덕이 2015-01-06 22:14:50
+0 1068
기자다움이란 무엇인가? 이렇게 질문했을때 몇가지 예상답변이 나온다.
(첫째. 진실을 말하는 사람 / 둘째. 중립적인 시각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사람) 정도?
이외에도 많이 있겠으나 대부분의 '기자다움'을 묻는 질문에 위와 같이 말한다.
그러나 위와 같은 두가지 명제는 추상적이고, 현실성도 없다.
 
기자가 '진실'을 말해야 하는 직업임에는 분명하다. 하지만 기자가 '진실'에 대한 만능이 될수는 없다.
기자에게는  '수사권'도 '공권력'도 존재하지 않고, 정보에 대한 접근권도 일반인들과 비슷한 수준이다.
오로지 '주어진 정보'와 '제보' 그리고 '인맥을 통한 정보수집' 그리고 '질문과 답변' 그리고 그 과정에서
나오는 '모순'에 대해 다시 의문을 제기하고, 이에 대한 답변, 그리고 답변에 대한 평가와 해석 등
'한정적인 정보'를 바탕으로 '진실'을 맞충나가고 캐내야하는 직업이다.
 
결국 기자는 '주어진 정보'내에서 '진실을 찾기위해 노력'하고, 그렇게 주어진정보를 바탕으로 평가와 해석을 한뒤
해당 내용에 대해 '보도할 만한 가치가 있는지, 보도에 등장하는 특정인물이 해당보도로 인해 인격권의 침해 소지가 없는지
해당 보도가 사회적으로 '공익성'이 있는지, 현재 시점이 이 보도가 시의상 적절한지' 등을 고려해 기사로 나가게 된다.
 
따라서 '질문에 답하지 않는다거나 반론을 못받을 경우' 기자로써 기사를 내보내기가 까다로워진 경우가 많다.
대부분이 '기자'의 질문에 사실대로 답변하지도 않을뿐더러, 아예 답변을 하지 앟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답변을 하지 않는 이들의 공통점은 "이 기사가 나가길 원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경우 기자는 벽에 부딪힌다. 상대가 답변을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보도할만한 가치가 있는 사안인건지, 보도하지 말아야할 사안인건지에 대해서 말이다.
 
상대가 답변을 거부했으므로 이것은 '진실'이다 라고 볼수는 없다. 상대가 답변을 하지 않았기에 일방의 주장만을 갖고 기사를 쓰게 것이 정당하지는 않다. 하지만 제보의 내용이 공익적이고, 반드시 답변을 해야만 하는 내용임에도 상대가 답변을 하지 않았다면 상대가 답변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보도를 하지 않는 것이 정당한것도 아니다.  이 경우 보도를 결정하고, 말고의 책임은 오로지 기자와 언론사의 책임이다.만약 그렇게 해서 보도를 결정했다면 결정의 책임은 기자와 언론사가 져야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기자로써는 부담스러운 일이다. 단순히 부담이 아니라 법적분쟁의 당사자가 될수도 있다.
 
큰 언론사의 경우 법무팀도 있고, 별도로 손해배상 판결이 났을경우 전적으로 기자개인에게 책임을 지우지 않으나 군소 언론사의 경우는 다르다.  기자 개인이 책임지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기자나 언론사들이 선택하는 가장 안전한 방법은 '공적인 기관의 브리핑과 보도자료를 그대로 작성하는 방식'을 택한다. 공적기관에서 나온 자료이니 '진실'이라고 믿을만한 사정이 있고, 문제가 발생했을때 그 책임을 해당 기관으로 떠넘길수 있다는 간편한 생각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간편한 생각은 실제 기사로 인한 인권침해가 발생했을때 "그건 해당기관 보도자료를 보고 쓴것이기에 문제가 없다"는 식의 변명을 하는데 활용되기도 한다.
 
이들은 분명 '사실'을 보도했다. 공적기관에서 나온 보도자료를 베껴 그 자료에 나온 '사실'을 보도한 것이기는 하다. 세월호 참사 당시 언론들은 정부와 해경의 발표를 그대로 믿었고, 의문을 제기하지 않았다. 의문을 제기하지 않은 보도의 결과는 '전원구조 오보'라는 참사를 만들어냈다. 질문하지 않는 기자, 의문을 제기하지 않는 언론은 '책임지지 않으려고 하는 기자'의 모습 그대로를 보여줬다. 간편하게 '보도자료' 에 의존하는 언론의 대참사가 만들어졌다.  결국 공적기관에서 진실이라고 내놓은 자료는 진실이 아닌게 되버렸다.
 
그렇다면 대안언론의 의문제기는 진실이었는가? 아니다. 의문은 의문이다. 대안언론은 공적기관이 진실이라고 내놓은 자료가 '거짓'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한것에 불과하다. 여러 주어진정보를 종합해 공적기관이 진실이라고 내놓은 자료가 믿을수 없고, 다른 가능성이 있다고 말한 것이다. 결국, 대안언론도 진실을 보도했다고 말할수는 없다.  다만, 공적기관이 내놓은 진실이라고 내놓은 자료, 대부분이 언론이 보도한 내용이 '사실과 다른점'을 밝혀 독자들로 하여금 '거짓'이 '진실'이 되게끔 만들어놓은 상황을 분쇄하고, 독자가 진실을 찾도록 한걸음 나가게 한 것 뿐이다.
 
그래서 나는  '진실을 말하는 사람'이라는 추상적으로 말하는 기자다움을 거부한다. 오히려 '주어진정보'내에서 '의문을 제기'하고 '질문과 답변'을 하고, 여러 과거의 자료나 법령과 외국의 사례 그리고 인권의 원칙등을 바탕으로 '세상에 알려진 사실이 정말 사실인지 혹은 거짓인지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이 바로 기자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러한 의문을 제기함으로써 '감춰진 진실을 드러나게끔, 독자들로 하여금 판단하게 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기자는 독자들이 진실을 발견하기 쉽도록 거짓에 속지 않도록 대신 질문하고 사회에 알리는 역할' 즉 '진실을 찾는데 도움을 주는 역할'이지 결코 '진실을 말하는 사람'이 될수가 없다. 그래서 나는 '오직 진실만을 만한다'는 언론을 경계한다.'오직 진실만을 말한다'는 언론이야 말로 가장 '거짓'된 언론이라는게 개인적인 생각이다.
 
둘째, 기자는 중립적어야 한다는 명제도 '추상적'이다. 독자들중에 기자가 중립적이어야 한다며 기사의 수정을 요구하거나 기사삭제를 요구하는 경우가 있다. 특히 선거기간에는 더더욱 그렇다. 자신들이 지지하는 정치인에 대한 비판기사가 나가면 혹시 상대후보를 돕기위해 그러는 것은 아닌지 괜한 의심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렇다고 이런 의심을 피하기 위해 비판을 해야할 것에 대해 비판을 하지 않는것은 과연 '기자'가 맞을까? 이 독자가 이리 생각한다면 이런 방향으로 기사썼다가 다른 독자가 이리 생각한다면 다른 방향으로 기사를 틀고 이렇게 하는 것이 과연 중립적인 기사일까?
 
기본적으로 세상이 중립적이지 않다. 대기업과 비정규직노동자가 다투었을때 대기업의 홍보팀을 두고, 수많은 인력으로 방대한 자료를 보유하고 있는 이들과 비정규직 노동자 한명의 외침. 어느것에 영향력이 클것인가? 대기업의 홍보팀의 영향력이 당연히 클 것이다. 이 상황에서 항상 언론과 접하고, 언론에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기 쉬운 대기업 홍보팀과 비정규직 노동자 목소리중에서 '강자'의 목소리가 아닌 '약자'의 목소리를 조금더 비중있게 실어주는 것이 중립이라고 생각하는게 내 지론이다.
 
'당사자'가 이야기하면 중립적이지 못하다는 주장도 많이 듣는다. 대표적으로 성소수자와 장애인의 인권문제에서 이런 이야기들이 나오기 마련이다. 성소수자이기 때문에 성소수자가 성소수자와 관련된 기사를 쓰면 중립적이지 못하고, 장애인이 장애인 관련 기사를 쓰면 중립적이지 못하다는 이야기다. 이부분에 대해서 나는 생각이 다르다.
 
학교에서 공부만 하다가, 취직해서 엘리트 코스를 밟아오며, 이론으로만 언론을 배운 기자들이 과연 성소수자와 장애인의 삶에 대해 '공감'하고 '이해'할수 있을까? 평생을 사무직으로만 일해오던 사람들이 농민과 노동자의 감수성과 절절한 외침을 과연 '공감'하고 '이해'할수 있을까? 자녀를 가져보지도 않은 이가 자녀를 잃은 부모의 심정을 이해할수 있을까? 당사자가 아닌 이들의 이야기는 다른 언론에서도 충분히 하고 있다.
 
그 내용중에서는 '아픈 부분'만 강조하는 기사도 있고, 기자의 편견이 가미된 기사도 있다. 단순히 흥미위주로 기사를 나열하는 언론도 있다. 가끔씩 '인터뷰'라는 이름으로 당사자의 입장을 전하기는 하지만 이 마저도 편집과정에서 흘려지기 마련이다.
오직 당사자만이 할수 있는 이야기, 당사자라서 더 공감할수 있는 이야기들 역시 정보로써 가치가 있다.
 
그래서 '모든 시민이 기자다'라는 것이 단순히 지론이 아니라 '모든 시민이 기자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 내 생각이다. 기계적 중립과 진실을 찾는 과정을 기자에게만 맡겨서는 안된다. 모두가 자기 주변에서 벌어지는 일들, 자기의 생각들, 자기가 가진 의문점들에 대해 질문하고 답변하고, 이를 공유하고, 진실을 찾아내가는데 함께해야 한다. 기자는 단지 급여를 받기위해 남들보다 그런일을 더 열심히 해야하는 존재일뿐이다.
 
어떤 노인이 새파란 어린 청년으로부터 모욕적인 언사를 듣고, 폭행을 당하고 있다면 기자는 이를 보도하기 위해 촬영하고 있어야 할까? 아니면 가서 폭행을 말려야 할까? 당연히 후자가 되어야 한다. 세월호 참사 당시 내가 느낀 것은 '기자'는 단순히 '사실을 전달하는 사람'에 그치지 말아야하고, 현장과 공감하는 활동가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진실은 몇몇에 의해 감추어지기도 하지만, 몇몇에 의해 만들어지기도 한다. 그래서 진실이 '몇몇에게' 좌우되지 않도록 모든 시민이 기자가 되어야하고, 모든 활동가가 기자가 되어야 하며, 모든 기자가 활동가가 되어야 한다. 그래야만 다수가 수긍할수밖에 없는 진실이 드러나고, 시민이 직접 진실을 판단할수 있는 능력이 길러지며, 특정인이 정보를 틀어쥐고 편견을 조장하거나 개인이익을 위해 활용하는 일이 사라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정의를 추구하자, 양심있는 언론인이 되자, 인권을 우선적으로 생각하자는 것이 내 기자로써의 다짐이다. 이는 '진실'을 찾기위해 어떤 노력과 과정을 거쳐야 하는지 갖는 기자로써의 다짐이기도 하다. 그리고 공감하는 기자가 되자.  나는 가장 기자답지 않은 기자지만 현재로써는 나 같은 사람도 필요할정도로 진실되지 못한 세상속에 살고 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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