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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ueernews 2005-06-04 08:0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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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트랜스젠더 레즈비언!

[한겨레21 2005-06-03 18:12]  




[한겨레] 퀴어문화축제 참가 차 한국에 온 벨기에 입양인 김혜진씨
성소수자와 아시아인에 대한 차별과 맞서 온 ‘장밋빛 인생’

▣ 신윤동욱 기자 syuk@hani.co.kr 그는 트랜스젠더다. 레즈비언이다. 그리고 입양인이다. 즉, 마이너리티 중의 마이너리티 중의 마이너리티다. 김혜진(21)씨는 벨기에 입양인으로 ‘트랜스젠더 레즈비언’이다.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전환을 원하는 트랜스젠더이면서, 여성으로서 여성을 사랑하는 레즈비언이다. 그를 처음 만난 곳은 지난 5월16일 퀴어문화축제 기자회견장이었다. 그는 5월27일부터 6월10일까지 열리는 퀴어문화축제에서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 그는 이날 기자회견이 끝나자 포스터를 떼어내고 있었다. 누군가 그를 “트랜스젠더 레즈비언”이라고 소개했다. 어설프게 인사를 건넸다. 역시 어색하게 “당신의 성정체성은 한국에서 매우 특이하다”고 말하자 “메일 투 피메일(Male to Female) 트랜스젠더 중 40%는 레즈비언”이라고 답했다. 그는 이상한 눈길로 바라보는 나를 이상하게 바라보았다.

한국 레즈비언조차 처음에 이해 못해

다음날 퀴어문화축제 사무실에서 만났다. 그는 몸을 따라 흐르는 흰색 셔츠를 입고 나타났다. 얼굴에 엷게 화장도 했다. 그는 “사진을 위해서”라고 웃었다. 이번이 첫 한국 방문으로 5월16일부터 한달 동안 머무른다. 그는 벨기에 출신이지만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살고 있다. 한국에 머무는 동안에는 퀴어문화축제 자원봉사를 하면서 퀴어 친구들을 사귀고 있다. 그는 아직 설렘 많은 여성이다. 27일 열리는 레즈비언 파티가 너무 기대된다고, 살짝 홍조를 띠었다. 그에게 게이바에 가봤냐고 몇번 물었는데, 그는 살짝 짜증을 냈다. “나는 남자들한테 관심 없다니까.” 게다가 그는 페미니스트다. 그런데 이런 착각은 나만의 것이 아니었다. 그는 한국에 오기 전에 한국의 레즈비언 인권단체에 메일을 보냈다. 한국 레즈비언에 대한 정보를 묻는 메일이었다. 아주 짧은 답변이 왔다. “남성동성애자단체인 ‘친구사이’에 연락해봐라.” 그는 정말 화가 났다. 그는 “그들은 내가 누구인지 알려고 하지도 않고 나를 배제했다”며 “나를 레즈비언으로 인정하지 않는 태도가 분명했다”고 돌이켰다. 그는 “한국 레즈비언 커뮤니티에서 환영받지 못할 것이라고 짐작했다”고 덧붙였다.

다행히 현실은 짐작과 달랐다. 한국에서 퀴어문화축제를 통해 좋은 친구들도 만났다. 레즈비언바에서 즐거운 대화도 나누었다. 그가 만난 성소수자들은 그를 배제하지도, 불편해하지도 않았다. 그에게 한국과 네덜란드의 차이를 물었다. “컨서버티브”(conservative·보수적)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네덜란드는 동성애자가 결혼, 입양 등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사회다. 그의 눈에 한국이 보수적으로 보이는 것이 당연했다. 그는 “아무도 소수자에게 권리를 주지 않는다”며 “열심히 싸우고, 부지런히 쟁취하라”고 응원했다. 그는 네델란드에서 퀴어운동을 한다. 현재 암스테르담의 퀴어 아카이브(정보자료실)인 IHLIA(International Homo/Lesbian Informationcenter and Archives)에서 일하고 있다. 26년 전통을 지닌, 유럽 최대의 퀴어 아카이브다. 원래는 암스테르담 시 당국이 홀로코스트에서 학살당한 성소수자들을 추모하는 박물관을 세우려다가 아카이브를 만들었다고 한다. 그는 책 수집과 뉴스 클리핑을 담당한다. 그에게 “아직도 네델란드에서 운동할 필요가 있느냐”고 물었다. “아직도 네델란드에서 맞아 죽는 퀴어들이 있다. 호모포비아(동성애공포증), 게이배싱(동성애자 때리기)과 싸워야 한다”고 대답했다. 그리고 “다들 운동에 관심이 없지 않느냐”고 물었다. 그는 “나는 어려서부터 성소수자로, 아시아인으로 차별을 경험해왔기 때문에 차별과 맞서 싸운다”고 대답했다. 그의 ‘장밋빛 인생’으로 들어갔다.

그는 영화 <나의 장밋빛 인생>의 주인공 꼬마처럼 자신이 여자로 태어났으나 하느님이 실수로 자신을 남자로 만들었다고 믿는 아이였다. 그는 1984년생으로 생후 14개월 때 입양됐다. 벨기에 안트워프 인근 마을이었다. 양부모에 대한 좋은 기억은 별로 없다. 항상 소통이 어려웠다. 그는 ‘바비인형’을 좋아했다. 그러나 부모는 ‘파워레인저’를 사주었다. 다른 소년들과 축구를 하면서 놀기를 바랐다. 그는 자신이 소년인지, 소녀인지 고민했다. 게다가 한국인인지, 서양인인지도 헷갈렸다. 하지만 고민을 들어줄 사람이 없었다. 이웃들은 소년답게 행동하지 않는 그를 이상하게 생각했다. 부모는 그를 게이(남성동성애자)라고 생각했다. 심지어 자신도 게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무래도 이상했다. 여성이 되고 싶은데, 여성에게 자꾸 끌렸다. 그는 안트워프로 나가 트랜스젠더들을 만나면서 스스로 트랜스젠더임을 깨달았다. 그는 “게이라고 생각했을 때는 괘념치 않던 부모가 트랜스젠더라고 하자 나를 싫어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네덜란드는 성전환 수술도 무료"

17살이 될 무렵, 집에서 도망쳤다. 암스테르담에서 트랜스젠더 레즈비언을 만나면서 자신도 ‘트랜스젠더 레즈비언’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젠더 클리닉’(Gender clinic)에서 여성 호르몬 처방도 받기 시작했다. 1년 뒤, 집으로 돌아갔다. 아들로 떠나서 딸로 돌아온 자식 앞에서 부모의 반응은 냉담했다. 심지어 모욕을 주기도 했다. 18살이 되자 나가라고 했다. 무작정 암스테르담으로 갔다. 다행히 친구들의 도움으로 퀴어 아카이브에서 일하게 됐다. 그는 암스테르담을 좋아한다. 다른 유럽 도시에 비해서도 훨씬 열려 있기 때문이다. 벨기에만 해도, 그가 여성 화장실에 들어가면 불편해하는 사람들이 많다. 암스테르담은 다르다. 그곳에서 비로소 자신일 수 있다. 2006년 10월에는 성전환 수술을 받을 예정이다. 네덜란드에서는 호르몬 요법도, 성전환 수술도 무료다. 성전환을 일종의 장애로 인정해 의료비를 지원한다. 네덜란드 의료보험만 있으면 외국인도 해당된다. 그는 아직 벨기에 국적을 가지고 있다.

한국인이라는 정체성은 뒤늦게 깨달았다. 성정체성에 대한 고민은 모든 고민을 압도했다. 어릴 때부터 한국인이라는 것을 알았고, 가족과 피부색이 다르다는 것은 이상한 일이었다. 하지만 내가 소년인지 소녀인지, 뭐가 잘못됐는지를 생각하느라 다른 고민을 할 겨를이 없었다. 1년 전 네덜란드의 한국인 입양모임 ‘아리랑’을 알게 됐다. 입양인들을 만나면서 한국인이라는 정체성이 자신의 인생에서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는 벨기에식, 네덜란드식 이름이 따로 없다. 오직 ‘김혜진’이라는 이름을 쓴다. 그는 원래 한국 이름을 썼다. 양부모가 그의 이름을 고치지 않았다. 현재의 ‘여성’ 이름은 그가 정했다. 네덜란드에서 ‘여성’으로 살기 시작하면서 직접 지었다. 그는 “아주 여성적인 이름이라고 들었는데 맞느냐?”고 물었다. 그는 주말 한국학교에서 한국어를 배우기도 했다. 2006년에는 대학에 진학해서 한국어와 섹슈얼리티를 전공할 생각이다. 마지막으로 꿈이 뭐냐고 물었다. 그는 대학교수도 되고 싶고, 퀴어 활동가로 인정도 받고 싶다,고 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큰 꿈은 “좋은 여자친구 만나서 행복하게 사는 것”이란다. 참, 언젠가는 친부모도 찾고 싶다고 했다. 하지만 친부모가 ‘트랜스젠더 레즈비언’인 자신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선다.


‘퀴어야화’에서 수다 떨어볼까

여섯 번째 축제 ‘무지개 2005’ 퍼레이드·영화제·토론회 다양
제6회를 맞는 퀴어문화축제 ‘무지개 2005’가 5월27일부터 6월10일까지 열린다. 올해의 슬로건은 ‘퀴어절정! QUEER UP!’. 퀴어들의 즐거움을 표현하는 뜻을 담고 있다. 올해는 기존의 퍼레이드, 영화제뿐 아니라 토론회가 대폭 강화됐다. ‘퀴어야화’라는 이름으로 주최되는 토론회는 5월27일부터 6월7일까지 종로, 홍대의 게이, 레즈비언바에서 ‘섹스 이야기’ ‘가족에게 커밍아웃하기’ 등 다양한 주제로 열린다.

축제의 하이라이트인 퍼레이드는 6월5일 오후 1시부터 종로3가 종묘공원에서 인사동 문화마당까지 이어진다. 올해는 레즈비언 파티까지 따로 열린다. 개막일 신촌 레즈비언바 ‘레스보스’에서 열리는 레즈비언 파티에서는 스윙 시스터즈, 걸스캣 등 여성 댄스팀들의 공연이 펼쳐진다. 6월5일에는 퍼레이드를 마치고 홍대 클럽 ‘오투’에 모여 드랙 퀸, 드랙 킹 퍼포먼스와 함께 댄스파티를 벌인다. 광화문 아트큐브에서 열리는 영화제는 10개의 국내 단편작품과 일본 동성애자 감독 5명의 드라마, 실험영화 등을 옴니버스로 묶은 <급행열차를 탄 퀴어들> <백합의 향연>(일본·사진) 등 장편 드라마 세편을 상영한다. 자세한 일정은 퀴어문화축제 홈페이지(kqcf.org)에서 확인할 수 있다.

queernews 2005-06-04 오전 08:05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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