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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성소수자를 만나다

[인권] 게이에 대해 좀 더 게이(gay)해져라
바이러스
» 청소년 성소수자 루카스,평인,알사탕님(닉네임)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인터넷뉴스바이러스
남자인 내가 남자인 너를 사랑하게 되었다고 고백한 그 순간부터였을까.

커밍아웃을 하기 전 많은 고민을 했어. 역시나 가장 두려운 건 무시와 따돌림 같은 사람들의 냉담한 반응이었지. 하루하루가 힘겨웠어. 나는 정신병에 걸린 것도 아닌데, 떳떳하지 못할 이유가 없는데도 자꾸만 숨기려하는 내 모습에 화도 났어. 나 자신을 부정하는 것 같아서 말이야. 커밍아웃을 하고 난 후 학교에서는 친구들이 나를 보고 ‘게이 새끼’라며 혐오감을 드러내고 왕따를 시키더니 결국 나를 화장실로 데려가 옷을 찢고 때리기까지 했지.

선생님들은 집에 전화를 걸어 부모님께 ‘아웃팅’을 하고, 부모님은 내가 동성애자라서 삶이 힘들어질 것이라고 하셨어. 내가 어리니까 혼란스러운 시기라 가지는 충동적인 감정일 뿐이라고 차차 나아질 거라고 내 손을 잡고는 정신과병원으로 향하셨지. 부모님은 시간이 흐르고 나서 여전히 내가 널 사랑한다는 것을 아시고, 또 부모님이 원하는 모습으로 변하지 않았다는 것을 아시고는 무척 화를 내셨어. 몇 대 얻어맞기도 했지.

가족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 벽을 만들어 나를 소외시켰고, 친구들은 나에게 먼저 다가오지 않았어. 너무 큰 외로움이였어. 하지만, 후회는 없어. 나 자신을 속이면서 살아갔던 이전의 삶보다 잃어버린 나 자신을 되찾은 지금의 삶이, 더 떳떳하고 행복한걸.


청소년 성소수자의 삶은 ‘청소년이 아닌 성소수자’의 삶보다 더 힘겹지. 청소년이라서 더 억압받고 통제받고 부정적으로 보는 건 이젠 지겨워.

난 나름대로 진지하게 고민하고 생각해서 내린 결정인데 단지 어리다는 이유로, 미숙한 존재라는 이유로 그저 사춘기시절 겪는 일시적인 감정으로 여겨지는 게 싫어. 동성애는 이성애처럼 사랑의 또다른 종류일 뿐이지, 치료하고 변화시켜야할 ‘병’으로 보는 사람들이 원망스러워. 이미 동성애는 1990년 5월 17일 세계 보건 기구가 국제 질병 분류에서 제외되었고, 그날을 기념하기 위해 ‘동성애 혐오 반대의 날’도 제정되었는걸.

부모님의 폭언과 폭력에 집을 나오고 싶은 순간이 한두 번이 아니야. 하지만, 그것마저도 불가능해. 모든 경제적 권리는 부모님께 있으니까. 그저 참고 견디는 거지. 경제적으로 독립할 수 있을 때까지.

이 사회는 늘 이성애가 정상이라는 잣대를 씌워 우리를 비정상적이고 위험한 존재로 만들어. 사회가 만들어 놓은 틀 속에서 우린 언제나 ‘위험인물’이지. 학교에서 보는 교과서에서조차도 우리는 ‘위험인물’이야.

보건 교과서와 체육 교과서에서는 에이즈 감염의 원인을 동성애로 규정하고, 다른 교과서들도 이성애만이 정상적이고 당연한 것으로 여기고 있어. 동성애에 대해 또 다른 편견과 왜곡을 그들이 만드는 거지. 교사조차도 수업 중 호모포비아적 발언을 일삼고 있고, 이성애만이 정상적이라 가르치고 있지.

이러한 학교, 이런 내용의 교과서, 이런 생각을 하는 교사들에게 배우면 배울수록, 나는 점점 나 자신을 부정하게 되고, 다른 학생들에게는 결국 동성애는 혐오해야할 대상이라는 편견을 자리 잡게 하고있어. 이러한 교육은 우리에게 그저 ‘고통’일 뿐이야. 예전보다 성소수자 관련단체도 많아지고, 퀴어 문화제와 같이 성소수자를 위한 행사도 많아졌지만, 여전히 사람들의 시선 속에는 우리를 향한 날카로운 가시를 잔뜩 담고 있다는 걸 느껴. 사회의 차가운 시선에 힘들어하는 게이들에게 좀 더 게이(gay : 형용사로 ‘명랑한, 건강한, 즐거운’이라는 뜻)해졌으면 좋겠고, 우리들은 세상에 좀 더 당당해졌으면 좋겠어. 세상은 여전히 우리를 인정하지 못하지만 늘 차가운 반응을 보이지만 그래도 영원히 언제나 너를 사랑해.

게이에 대해 더 게이(gay)해져라

청소년 성소수자로서의 삶은 청소년이 아닌 성소수자로서의 삶보다 더 힘겹다. 청소년 성소수자를 향한 왜곡된 시선과 오해, 청소년은 아직 미숙하고 충동적인 존재라서 ‘비정상’적인 것들로부터 철저하게 보호해야 한다는 어른들의 보호주의까지 겹쳐 이중삼중으로 고통스러운 현실을 살아가고 있다.

다양성을 인정하지 않는, 오로지 한가지만을 정답으로 외치는 학교와 이 사회는 그들에게 ‘무지개’를 가리는 먹구름이다.

2010년, 호랑이의 넘치는 기운으로 게이에 대해 더 게이(gay)해 질 것을 빌어본다.

전혜원 기자 soul1905@hanmail.net
ⓒ2007 대한민국 청소년들의 즐겨찾기 - 인터넷뉴스 바이러스

 

 

http://www.hani.co.kr/arti/society/schooling/397159.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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