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title_Free
물이불 2007-01-19 06:00:43
+3 1293
그 때 나는 숲에서 나와 길에 올랐다
길은 떡갈나무 숲 한 뼘 위에
초승달 눈 흘기고 있었다

숲에서 나오자 세상 끝이었다

우리 밑에 짓눌려 부스럭대던 잎사귀들
아이처럼 지껄이던 산개울 물소리
아무 생각 없이 나눈 악수는
흘러 흘러 흘러서 바위틈으로 스며 들고

숲에서 나오자 깜깜했다

허공중에 피었다 곤두박질치는 것
깨진 접시 조각처럼 잠시 멈춰 있던 것
보았느냐고, 묻고 싶은데

갑자기 숲은 아득해져서
지나간 잎사귀들만 매달고 흔들리고


-<하산>, 최정례



-----------------



2007 현대문학상 수상작 중 하나이다.(수상대표작은 <그녀의 입술은 따뜻하고 당신의 것은 차거든>이다.)

최정례의 이 시는 지나간 많은 사랑들, 단순히 사람간의 연애를 넘어선 많은 몰입의 순간들을 떠올리게 한다.  물론 최고의 몰입은 역시 연애지만 말이다.

몰입의 광명과 광기를 벗어나고 나면, 우리는 언제나 '깜깜한  세상 끝'에 서 있게 된다. 아니 그 세상 끝의 순간에 서게 되어야만 그 몰입을 끝낼 수 있게 된다.

우리의 많은 추억들, 가치들은 흘러흘러 바위틈으로 숨어버리고

그래도 내가 보았던 광명과 광기를 당신도 보았느냐고, '허공 중에 피었다 곤두박질치는' 그 순간을 당신도 겪었느냐고

온전한 접시가 아니라 깨진 접시처럼, 쓸모 없이 당신을 향해 멈추어있을 수 밖에 없던 황홀을 당신도 아느냐고

우리는 정말 사랑했느냐고

묻고 싶지만 숲에서 던져진 순간 그건 그저 아득할 뿐이다.


요술공주 2007-01-19 오후 14:48

이불양, 이불양의 이미지는 시나 소설보다는 마법 소녀물에 가까워요.
다음에는 요술공주 밍키부터 시작하는 누님들의 계보에 대해서 같이 논해보는 것은 어떨까요.

칫솔교정녀 2007-01-19 오후 18:27

마법소녀의 원조는 "요술천사 꽃분이"라던데요?

Viall14615 2011-11-17 오후 13:16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수
164 화창하고 평화로운 일요일 오후의 대화 +1 Jimmy 2006-02-20 1001
163 화창한 수요일 오후입니다. +5 Mr.Choe 2011-04-20 1176
162 화창한 토요일 밤 +7 몰리나 2011-04-17 1113
161 환멸을 느끼네요 +2 ㅜㅠ 2013-10-21 1587
160 환상의 짝궁 기꼬와 도리꼬님이 진행하는 게성시... 친구사이 2017-01-23 169
159 환영!!! 돌멩이 +3 2003-11-13 1883
158 환절기 대 환절기 +4 코러스보이 2010-11-07 1371
157 환절기 대 환절기 +2 라이카 2010-11-06 1373
156 활력으로 열어나갈 제9회 청소년 동성애자 인권학... +3 사무국 2006-06-15 1412
155 활력의 밤 금요일을 함께 해요^^ +2 Timm 2009-04-24 1233
154 활력토크-청소년 이반, 성소수자 단체에게 말한다 +6 인권학교기획단 2005-08-02 1302
153 황금돼지 해에 재물을 불리는 인테리어 +6 황금미녀 2007-01-09 1913
152 황당하고 웃긴 사진들 +1 심혜진 2005-03-25 1074
151 황당한걸로 고소당해 경찰서 갔다왔습니다. +3 계덕이 2014-01-14 1911
150 황무지 氏의 외로운 투쟁 빨간잉크 2004-01-09 1395
149 황무지 님 생일 선물 +1 미모의여비서S 2004-06-25 1130
148 황무지 성형후 연예계 데뷔~~!! +2 황무지팬 2005-08-27 1318
147 황무지군 이거 보고 힘내게 ^^ +2 차돌바우 2005-06-09 1089
146 황무지님만 보시오(이렇게 해놔도 볼사람은 다 보... +1 바야흐로 2004-02-20 1100
145 황무지형을 위해서~~~ +4 도토리 2004-02-08 1379
마음연결
마음연결 프로젝트는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에서 2014년부터 진행하고 있는 성소수자 자살예방 프로젝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