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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프 (Rope, 알프레드 히치콕, 1948)

예전부터 '사이코'를 비롯해서 초기작들, 그리고 '로프'에 담겨 있는 히치콕과 호모섹슈얼에 관한 잡글 하나 또 버무려야겠단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데, 로프를 이제서야 보게 되었군요. 나중에 시간 날 때 자료를 좀 정리하면 끄적일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미 히치콕과 1940년대 미국의 호모포비아 상황과의 연관성을 논한 책이 나온 걸로 알고 있는데 한국에 출판되었는지는 잘 모르겠군요. (그걸 찾아서 볼 만큼 영어를 잘 하거나 돈이 있는 건 아니니까. -.-)

암튼 '로프'를 보고 나서 든 느낌은 히치콕의 다른 작품에 비해 뛰어난 것은 아니지만 대단한 영감을 부여하는 놀라운 보고라는 생각. '로프' 이후에 등장하는, 집에서 살해한 시체를 놓고 이루어지는 사건들에 관한 수많은 영화들이 모두 빚을 지고 있는 것 같더군요. 게으름을 다시 한 번 탓하고 있습니다. 진작에 볼 껄!

히치콕은 이 영화를 '실험에 실패한 작품', 혹은 '이류'라고 자평하고 있습죠. 원래는 한 샷으로 영화 전체를 찍고 싶어했지만 당시 매거진에 10분 가량의 필름밖에 들어가지 못해서 열 번을 나누어서 촬영을 했습니다. 뭐, 그 내용이야 영화 교과서에 밑 줄 쫙 그어져 나오는 내용이니 다 아실 테고. 그래도 꼼꼼하기로 정평이 난 히치콕은 이 영화가 마음에 들지 않았나 본데, 영화만 좋더만.... 프로이트의 '말실수' 개념을 영화 전반에 골고루 깔아놓는 전형이며, 다소 어설프긴 하지만 니체의 도덕관을 이 살인에 적용하는 것이며, 그의 인문교양 수준도 정말 알아줘야 할 듯.

이 영화는 실화를 배경으로 제작되어졌습니다. 영화 속 내용은 두 친구가 완벽한 범죄를 위해, 대학 시절 수강한 미국 내 범죄에 관한 역사 수업에 감화 받아 우등 인자들은 열등한 족속들을 살해해도 된다는 이상한 과대망상을 품은 채 결혼을 앞두고 있는 대학 친구를 살해해서 서재의 상자 속에 집어넣은 다음 살해된 친구의 가족 뿐만 아니라 다른 친구들까지 불러들여 파티를 연다는 내용입니다. 나중에 그 수업을 했던 옛 은사가 사건의 내막을 파헤치긴 합니다.

하지만 실화는 조금 다르지요. 19살 먹은 Leopold와 Loeb이란 게이 커플이 그 수업을 받고 완전범죄를 꿈꾸다가 1924년 5월 21일 14살 먹은 바비 프랭크란 어린 소년을 유괴해 살해했더랬습니다. 이들은 부유한 유대계 출신이면서 시카고 대학에 다니는 인재들이었지요. 이들은 소년을 살해한 다음 완전범죄를 위해 유괴 사건인 것처럼 꾸미느라 편지를 써서 그 부모에게 보냈지만 결국 유기된 시체가 먼저 발견되고 이들 역시 체포되고 맙니다.

레오폴드와 롭의 실제 사진(왼쪽이 레오폴드, 중앙이 롭. 롭.. 이쁘네요. ㅡ.ㅡ)



단순히 완전범죄를 위해, 그리고 범죄의 미학을 위해 살인을 저지른 이 두 사람 때문에 당시 사회는 경악과 충격에 빠졌다고 합니다. 교도소에 들어간 이들은 교화를 했는지 거기 수감자들에게 글을 알려주는 등 모범수로 생활했다고 합니다. 이후 롭 먼저 죽게 되는데 1936년 롭이 32살이 되었을 때, 감방 룸메이트가 휘두르는 면도칼에 상처를 입고 그 상처가 덧나 결국 죽음에 이르게 되고, 레오폴드는 1958년 33년만에 감옥에서 나와 이름을 바꿔가며 살다가 1971년(헉, 나 태어난 해다)에 심장 마비로 그만.

이 충격적인 이야기는 히치콕이 먼저 영화로 제작하게 되는데, 이후 1959년 리차드 플레이셔 감독의 '강박충동'으로(오손 웰즈가 출연합죠) 다시 재각색되어 영화화되고, 마침내 1992년 뉴욕 퀴어 인디의 히어로 톰 칼린의 '스완 Swoon'으로 다시 태어나게 됩니다. 이후에도 명장 바벳 슈로더의 헛발질로 기록된 Murder By Numbers 같은 스릴러 등을 비롯한 다양한 영화에서 이 실화는 재변주되고 있습죠.

호모섹슈얼과 범죄에 관한 소설이나 영화들은 대단히 묘한 구석이 있습니다. 히치콕 영화에도 그런 게 살짝 보이긴 하는데, 아쉽게도 시나리오 초고에 번뜩였다는 호모에로틱한 내용은 검열에 의해 싹뚝 잘라졌다고 하네요.

하지만 영화 '로프' 속에 담긴 여러가지 서브 텍스트는 충만합니다. 이 영화에서 게이 커플로 등장하는 John Dall과 Farley Granger은 실제로 게이였습니다. 그랜저의 역할로는 원래 당시 공공연하게 게이로 소문이 났던 우리의 꽃미남 몽고메리 클리프트에게 갔지만 다시 빠꾸를 맞아서 그에게 갔고요, 존 달은 이후에도 몇 번 게이 역할로 다른 영화에 출연하게 됩니다. 뭐 그랜저의 미모 정도면 봐줄만 할 듯. 또, 이 영화의 시나리오 작가 역시 게이였으며 이 영화에 반복해서 사용되는 피아노 곡은 게이 연주가 Francis Poulenc의 곡입죠.  

이 정도면 히치콕이 당시 호모포비아 일색의 정국에서 어떻게 섬세하게 자신의 생각을 관철시켜내려고 노력했는지를 볼 수 있을 겁니다. 물론 프로이트의 외디푸스 컴플렉스를 너무 획일화해서 반영한 '싸이코'의 노먼 베이트의 정신분석 소견서 하단에는 부정적인 의미로 그가 호모섹슈얼일 수도 있단 정황이 담겨있긴 합니다. (히야... 나중에 안 거지만 이 영화에 보면 언젠가 알렉산더를 소개하면서 사진 올린 존 개빈이 출연합죠) 짧은 메모라고 해놓고 역시 말이 길어졌네요. 나중에 정돈된 글을 기약하며.... 끝!


p.s
최근에 들은 소식으로는 제임스 스튜어트 오빠가 분한 교수, 즉 문제의 강의를 한 그 실제의 대학교수도 게이였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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