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title_Free
박재경 2019-05-08 23:20:50
+0 89

출근 길 아침 햇살이 아름다운 날들입니다.

저번 달에 피었던 목련은 언제 꽃이라도 피었냐는 듯이 무성한 이파리를 매일 매일 키워나가고 있습니다.

늘 생각은 천 길 만길로 흐르다가 연녹색으로 무성한 나무아래에서 호흡을 골라 봅니다.

 

이 시간 이 순간이 나에게 무엇인가에 대해서 느껴보려고 합니다.

생소하고 낯선 것들이 참 많은 세상

무엇을 가지기 위해서 그렇게 애가 닳게 살아왔을까 생각하니

내가 쌓아 온 성이라는 것이 바람 앞에서 쉬이 허물어져버리는 모래성 같은 것이었습니다.

무엇보다 나는 '나'를 안다고 생각했지만, 결국 나는 '나'를 알지 못했구나 이런 생각이 드네요.

애초에 '나'가 명확하게 규정되지 않았으니, 내가 쌓아올릴 수 있는 성은 어디에도 있을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오늘 고령의 한 노인을 만났습니다.

오로지 몸 하나와 입고 계신 옷이 전부인  분과 서로 종이에 글을 써가며 대화를 했습니다.

이 분과 나는 어떤 시간들을 만들어갈 수 있을지 덜컥 겁이 나기도 합니다.

그리고 이 분이 지금 나를 대하는 태도에서 뭔지 모를 서글픔이 밀려와서 답답해졌습니다.

생소하고 낯선 세상에서 어쩌면 지금의 상태가 이 분에게는 누군가로부터 돌봄을 받는 순간일테니

안심하고 계실지도 모르겠네요.

 

한 사람의 생로병사를 생각해 봅니다.

거의 대부분의 삶을 개인과 가족이 책임과 의무를 다하게 하면서, 정작 이득을 보는 국가와 자본은 무엇을 하고 있었을까?

의문을 가져봅니다.

어쩌면 국가와 자본은 이러한 굴레를 떠나지 못하는, 그 속에서 경쟁하고 우열반에 들어가기 위해서 노력하는 개인들만

필요로 하는 것은 아니었을까? 아마도 그러한 관점은 원시 사회부터 현대에까지 계속 반복되어 온 과정일 수도 있겠지요.

 

며칠 전에 산 수건 몇 장,치약, 칫솔, 비누 몇 가지를 종이가방에 챙깁니다.

고령의 그 분에게 전달하기 위해서 말이죠.

양말도 좀 사야할 것 같은데, 마님이랑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눕니다.

 

이제 꿈만 꾸지말고 일을 작당해야 할 시기가 오기는 오는 것 같은데,

오지도 않을 미래를 꿈꾸고 정하고, 그 에너지를 느끼고, 자꾸 손에 잡으려하는 내가  무척이나 못마땅합니다.

가로수 길에 무성해져가는 나무와 햇살로도 이미 충분히 행복한데 말입니다.

오늘은 공부할 주제를 몇 가지를 정했는데, 이러 저런 일로 하지 못했습니다.

술과 담배가 점점 공부에 방해가 되어가니 끊을 때가 오긴 했나 봅니다.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수
424 ★★★‘#위켄즈’ 예매 오픈!!★★★ 네이버,... 친구사이 2016-12-16 74
423 기린홀딩스가 이 같은 지원책을 마련한 것은 통... 친구사이 2017-03-30 74
422 키씽 에이즈 쌀롱 STEP 2. 만져보기가 ... 친구사이 2017-04-13 74
421 <위켄즈>를 극장에서 볼 수 있는 마지막 기회... 친구사이 2017-04-18 74
420 육군 성소수자 색출 수사와 기소를 중단할 것과... 친구사이 2017-06-24 74
419 평화롭기를 박재경 2017-07-03 74
418 오늘 오전 성소수자군인처벌 중단, 동성애 처벌... 친구사이 2017-07-05 74
417 상반기 “게이와 페미니즘”에 이어 친구사이 교... 친구사이 2017-10-15 74
416 친구사이가 서울프라이드영화제를 응원합니다!! ... +1 친구사이 2017-10-17 74
415 가입인사 +1 만능재주꾼수민 2017-11-02 74
414 22일 (금) 1주년 기념 상영회날 GV로 특... 친구사이 2017-12-21 74
413 호주 정부가 동성결혼을 허용하면서 결혼식 한 ... 친구사이 2018-01-10 74
412 결자해지 쌍용차 범국민대회 행진 마치고 청와대... 친구사이 2018-08-19 74
411 5월 17일은 국제성소수자 혐오반대의날 입니다... 친구사이 2019-05-13 74
410 오늘 전국의 많은 시민들이 거리로 모였지요. ... 친구사이 2016-10-30 73
409 ‪#레드파티 두 번째 날이 시작되었습니다. 이... 친구사이 2016-12-03 73
408 <위켄즈>가 섞여들어 간 한국의 스크린은 아마... 친구사이 2016-12-27 73
407 이후 80-90년대를 지나오면서, 학생운동권 ... 친구사이 2017-03-28 73
406 5월 27일/ 6월 17일 책읽당 - 독서모임 <책읽... 책읽당 2017-05-25 73
405 퀴어들의 영화 여행, <게이봉박두 5: 자유로... 친구사이 2017-08-22 73
마음연결
마음연결 프로젝트는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에서 2014년부터 진행하고 있는 성소수자 자살예방 프로젝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