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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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티모던보이 2005-03-01 14:21:42
+0 1497
중략...





이 영화는 애매호모하게 발만 담그다 만 퀴어영화. 아주 불만이다. 이 영화를 게이 담론의 장으로 끌여들어와 난도질을 하지 못하는 한국 게이 담론의 미성숙이 거론되어야겠지만, 보다 세련되고 급진적인 시각으로 이 영화를 해석하는 평론가들도 없더군. --;;

이 영화를 망쳐버린 덫으로 작용했지만 이 영화를 이해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키워드는 알렉산더의 호모섹슈얼이다. 올리버 스톤이 영화에서 보여준 것처럼 알렉산더는 어렸을 적부터 줄곧 아킬레스 신화를 입에 달고 산다. 아주 꼬마였을 때부터 보고 자란 그의 벽에 붙어 있는 아킬레스 그림부터 시작해보자. 그 그림을 보며 아킬레스처럼 영웅이 되고자 했던 알렉산더는 두 가지 요소를 꿈꾸기 시작한다. 하나는 영웅이 되는 것, 하나는 아킬레스와 파트로클루스Patroclus처럼 짝이 하나 있는 것.

아리스토텔레스가 알렉산더와 아이들을 모아놓고 강의하는 초반 씬에서 아킬레스에 관한 내용 때문에 알렉산더가 질문을 한다. 아킬레스와 파트로클루스처럼 사랑을 나누면 안 된단 말인가요? 그러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잠시 고민을 하다가 그들의 사랑은 우정이라고 말한다. 이때의 우정은 아리스토텔레스의 윤리학에서 가장 중요한 개념인 필리아phillia. 아리스토텔레스는 플라톤처럼 직접적으로 그리스에 만연한 동성애를 비판하지는 않았지만 우정의 공동체를 통해 서둘러 입막음을 하느라 부산을 떨어야 했었다.

올리버 스톤은 아주 세심하게! 영화 전반에 걸쳐 중요한 장면에 헤파에스티온Hephaestion의 얼굴을 슬쩍슬쩍 집어넣거나 알렉산더와 눈빛을 교환하는 장면들을 배치해놓는데, 이 영화에서 이 장치들은 거의 쓸모가 없는 군더더기들로 보인다. 정념이 담겨 있는 눈빛이지만 애써 그 눈빛을 빠르게 잘라 버리고 싶은 연출자의 의도가 역력하기 때문에 이것도 저것도 아니고, 런닝 타임만 늘이는 꼴. 올리버 스톤은 알렉산더와 록산느의 결혼식 날 밤에, 헤파에스티온이 알렉산더에게 반지를 건네주고 서로 키스를 나누는 장면을 빠듯하게 집어넣는데 성공하지만 나중에 영화 말미에 알렉산더가 죽어가면서 그 반지에 쏟는 정성이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지 설명하지 못하는 우를 범하고 있다. 심지어 올리버 스톤은 헤파에스티온한테는 키스만 허락하지만 남자 몸종과 알렉산더의 정사는 흔쾌히 허락하는 이율배반적인 태도를 취하기까지 한다. (물론 이 페르시아 몸종인 바고아스Bagoas와 알렉산더의 애정 이야기는 후대 사가들에 의해 여러 번 증언되었다. 영화에 나오는 꽃미남 시종 바고아스와의 키스 장면은 플로타르크에서 따온 장면인데, 동성애에 대해 비교적 반감을 지니고 있던 플루타르크는 알렉산더의 동성애를 부정적으로 그리기도 했었다. 흠.... 내 기억이 맞나 모르겠군.)

실제로 알렉산더는 부대 안에 남자들로 구성된 정신대를 둘 만큼 자신의 호모섹슈얼에 관한 한 확실한 인물이었다. 잘 알다시피 당시 그리스 사회는 동성애에 관한 한 관용적인 사회였고, 귀족들과 왕들의 동성애는 특별히 거론할 가치도 없는 일상사였다. 평생을 사랑했던 헤파에스티온이 나중에 죽고 나서, 알렉산더는 식음을 전폐하고 술로만 살다가 마케도니아 전역에 헤파에스테온의 동상을 건설하라고 선언할 정도였다. (아주 편협하게 역사를 재해석하자면) 그의 죽음이 또 알렉산더의 죽음의 중요한 요인 중의 하나였다. 왜냐하면 헤파에스티온의 죽음 이후 그의 광기와 음주는 극에 다달아 곧장 병에 걸려서 죽었기 때문이다(혹은 그 꼬라지를 보다 못한 신하들의 암살).

호메로스의 열렬한 독자였던 알렉산더는 자신을 항상 아킬레스에 견주고, 헤파에스티온을 파트로클루스에 견주면서 신하들에게 자랑을 하곤 했었다. 심지어는 아킬레스 무덤 주위를 나체로 뛰어다니며 "fortunate in life to have so faithful a friend, and in death to have so famous a poet." 라고 읆조렸다거나 아킬레스와 파트로클루스 무덤에 각각 자신과 헤파에스티온이 헌화했다는 일화도 전해지고 있다.

올리버 스톤의 이 영화의 유일한 미덕은 이런 알렉산더의 실제 모습을 어느 정도 반영하려고 했다는 점이지만, 이도 저도 아닌 타협들 때문에 텍스트만 난잡하게 변형시켜 버렸다. 그리고 이런 혼란들 한가운데 바로 호모섹슈얼이 자리잡고 있는 흔적이 역력하다. 차라리 비겁하게 완전히 빼든지, 아니면 기정사실화하면서 안정적으로 캐릭터를 그려나갔다면 인간 알렉산더의 면모에 보다 더 충실했을지도.

암튼.... 기분 꿀꿀하군.... 이 영화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상징 중에 하나가 독수리 그림인데.... 프로이트는.... 독수리 꽁지 그림을 통해.... 레오나르드 다빈치의 동성애를.... 분석하기도 했다는.... 아... 구찮다. 꽁치 먹고 싶다.           2005-0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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