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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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카 2004-01-12 09:47:49
+1 871
학창시절, 동아리 방이나 과 학생회 실에는 어김없이 '날적이'라는 것이 있었다. 때로는 일장

연설을 늘어놓는 사람도 있었고. '사는게 왜이리 심심해'라며 흩날리는 필체로 주정부리는 글

도 다수 있었다. 어느덧 홈페이지라는 제도가 생기면서부터 그런 종이매체는 보기 힘든, 그래

서 예전의 추억을 더듬는 도구로써만 존재하게 되었다.


언제였던가. 그날도 동아리 사람들과 술이 곤드레만드레가 되어 동아리 방에 잠자러 들어갔

다가 누군지 뻔히 짐작되지만 '익명'이라며 굳이 쓰지 않아도 될 출처를 눈에 띄게 남겨 놓은

선배의 글을 읽게 되었다. 얘긴즉슨 동아리 후배 한 명을 짝사랑하는 데 그 후배는 선배의 맘

을 몰라주고 그래서 맘이 아프고 술을 마셨다는 거였다. 날적이 중간중간에 큼지막한 눈물 자

욱이 남겨져 있었고(근데 나이 들어 맘이 꼬이다 보니 일부러 쥐어짰을 수도 있다는 생각

이..) 웬만한 사람들은 다 읽었을 시간인 하루가 지난 뒤에 찢은 띠 확 나게 그 페이지를 찢어

가 버린 일이 있었다.

하지만 홈페이지에는 그런 정을 느끼기 힘들다. 성격이 정해진 곳이라도 다른 집단의 사람이

볼 수 있다는 자기검열과 나처럼 은근히 많이 존재하는 컴맹들 때문에..


다시 들어간 학교, 안 좋은 일로 활동을 접었던 그 동아리 방을 큰 맘 먹고 다시 찾은 적이 있

었다. 다행히 아무도 없었고 심심해서 꺼내 본 예전 날적이들을 들척이다 갑자기 치솟아 오르

는 감정을 주체할 수 없어 예전에 내가 눈물 쥐어 짜며 남긴 페이지에 눈물 한 방울 더 보태

황급히 도망쳐 나왔드랬다.

영로 2004-01-12 오전 11:17

우리도 다시 한번 만들어보는게 어떨까요
인터넷으로 24시간 항시 컨텍트할수 있는 이 사회에서 구닥다리라고 멸시당할지라도, 전기회선으로 전해지지 않는 손글씨의 추억은 따라갈 수 없는 것일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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