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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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카 2004-01-14 10:0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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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우형을 보내고 돌아오는 파김치 형의 차 안에서 어떤날의 '출발'이란 곡을 오랜만에 들었

다. 그 후 CD를 찾게 되고 오늘은 계속 그 노래를 반복해서 들었다.

재우형에게 또 다른 좋은 출발이 되길. 그 말밖에는.


그래도 국문과 출신이랍시고 주워들은 시풍월이 몇 개는 되는 거 같다.

그 중에 유독 기억에 남아 문득문득 떠오르는 것들이 있다.

그런데 한 번 떠오른 시들은 당분간은 계속 찾아 읽게 되고 되뇌어 보게 된다.

아침에 우연히 듣게 된 옛 노래를 하루 종일 흥얼거리게 되는 것처럼.

요즘은 기형도의 시들을 다시 들춰보게 되는 데 그 중 '그 집 앞'이란 시를 유독 찾게된다.

얼마 전 회원 몇 명과 술마시며 이 시에 대해 얘기를 나눈 적이 있었다.

어떤 내용이었을지는 회원여러분들의 생각에 맡기겠다.


하지만  '그 집 앞'에서 헤매고 사랑을 잃는 일이 모두에게 생기지 않기를 진심으로 소망한다.

                            
                             그 집 앞
                                               - 기형도
        
         그날 마구 비틀거리는 겨울이었네
        
         그때 우리는 섞여있었네

         모든 것이 나의 잘못이었지만

         너무도 가까운 거리가 나를 안심시켰네

         나 그 술집 잊으려네

         기억이 오면 도망치려네

         사내들은 있는 힘 다해 취했네

         나의 눈빛 지푸라기처럼 쏟아졌네

         어떤 고함 소리도 내 마음 치지 못했네

         이 세상에 같은 사람은 없네

         모든 추억은 쉴 곳을 잃었네

         나 그 술집에서 흐느꼈네

        그날 마구 취한 겨울이었네

        그때 우리는 섞여 있었네

        사내들은 남은 힘 붙들고 비틀거렸네

        나 못생긴 입술 가졌네

        모든 것이 나의 잘못이었지만

        벗어둔 외투 곁에서 나 흐느꼈네

       어떤 조롱도 무거운 마음 일으키지 못했네

        나 그 술집 잊으려네

        이 세상에 같은 사람은 없네

        그토록 좁은 곳에서 나 내 사랑 잃었네

꽃사슴 2004-01-14 오전 10:20

질투는 나의 힘

기형도

아주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

힘없는 책갈피는 이 종이를 떨어뜨리려

그때 내 마음은 너무나 많은 공장을 세웠으니

어리석게도 그토록 기록할 것이 많았구나

구름 밑을 천천히 쏘다니는 개처럼

지칠 줄 모르고 공중에서 머뭇거렸구나

나 가진 것 탄식밖에 없어

저녁 거리마다 물끄러미 청춘을 세워두고

살아온 날들을 신기하게 세어보았으니

그 누구도 나를 두려워하지 않았으니

내 희망의 내용은 질투뿐이었구나

그리하여 나는 우선 여기에 짧은 글을 남겨둔다

나의 생은 미친 듯이 사랑을 찾아 헤매었으나

단 한 번도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았노라


p.s
신뢰하지 않는 시 중의 하나예요. ^^

아류 2004-01-14 오후 21:41

어우~~~~다들 문학소녀들이야...시도 잘 읽고...
나는 산문이나 보고서 같이 깔끔하고 명확한게 좋아. ㅡㅡ;
시는 뭔소린지 통 모르겠고...머리만 아프고, 읽어서 감동이나 여운도 못느끼겠고...

꽃사슴 2004-01-15 오전 05:31

무슨 소리야? 니가 산문적이라니? 넌 미장원 소파 위에 있는 가정주부 잡지 '아류'야. 니가 무슨 산문, 뭐? 지나가던 신문이 웃겠다야~~~ 풋....

한군 2004-01-15 오전 08:26

아..이 시 올리셨네요..일요일에 읽고난 후 지금까지도 순간순간 떠오르더라구요..다시 보니 흠..역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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