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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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왜 내가 너랑 자야 돼?

덜렁 제목을 이렇게 야리꾸리 정해놓고는 괜히 장난기가 발동되어 며칠째 만나는 사람들, 특히 영화하고는 별로 안 친한 사람들한테 '나랑 자고 싶다고 말해 봐'라는 말을 들었을 때 어떤 느낌을 가지는지 물어보았다.

적잖은 사람들이 담빡 에로 영화 같다고 대답한다. 또 어떤 사람들은 되게 할 일 없다는 표정으로 날 빤히 쳐다보기도 했다. 그 중 가장 압권인 대답은 이랬다.

"왜 내가 너랑 자야 돼?"


2. 나랑 자고 싶다고 말해 봐


난 그 사람을 알지 못했다. 하지만 그 사람은 내게 메일을 계속 보냈고, 어떻게 알았는지 내 전화번호를 알아내 몇 번 통화까지 했었다. 얼굴을 모르는 익명의 인간이 술만 먹으면 마치 이 세상에서 나를 가장 많이 알고 내 외로움을 치유할 수 있는 사랑의 마법사인 양 구는 게 사실 적잖이 못마땅했던 게 사실이었다.

못내 버거운 일이었다. 나중에는 그 사람 하는 게 미워서 메일로 '잘 알지도 못하면서 사랑한다 어쩐다 좀 하지 말라'고 그 사람의 오버에 대해 질타하는 글을 보내버렸다. 늘 술만 먹으면 내 개인 홈피에다 나에 관한 글들을 써대던 그는 항상 아침에 일어나 술이 깨면 그 글을 지우는 기발한 일과를 가지고 있었다. 어떤 때는 자신의 비[번]을 잃어버려 나에게 자신의 글 좀 지워달라는 메일을 보내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철저히 무관심으로 대꾸하는 나에게 질렸는지 그 사람은 게시판에다 마지막 글을 남기고 사라졌다. 물론 술이 깬 다음 날 아침에 그 글도 함께 사라졌다.

그 글의 제목은 이미 짐작한 대로 '나랑 자고 싶다고 말해 봐'였다.
처음 그 글귀를 봤을 때는 정말 어이가 없어 헛웃음만 연방 터뜨렸었는데, 시간이 지나 문뜩 다시 그 글을 생각해보니 괜히 처연한 느낌이 들었다.

나 역시 내가 사랑했던 사람들, 하지만 손끝조차 건들지 못했던 사람들 면전에서 얼마나 저 말을 뜨거운 돌덩이처럼 속으로 집어삼켰던가. 결코 소유할 수 없고, 소통할 수 없는 저 먼 곳의 그리운 대상을 향해 머뭇머뭇거리며 속으로 지껄이던 말이 아니었던가.

그렇게 나 자신을 반성하고, 좀 더 따뜻한 말로 그 묘령의 스토커의 위로움을 달래주지 못한 나 자신을 질타하고 나니 왠지 그 문장이 성큼 마음에 와 닿았다.

그래, 나중에 영화 찍을 때 꼭 저 제목을 써먹어야겠군!

반성하는 와중에도 이미지의 흡혈귀가 되었다.


3. 신파

시인들은 세상에 대해 달콤한 복수를 꿈꾸는 자들이라고 한다. 그만큼 가진 것 없고 삶의 수단이 박탈당한 자들이라는 뜻일 게다. 아니면, 행복할 기미가 없는 세상에서 소통되는 그네들만의 넋두리이든지.

난 그 동안 사는 게 운이 좋아, 그들처럼 치열한 사유의 피흘림을 공유해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그만그만한 일상, 노동로부터의 도피로 점철되어 있는 그만그만한 삶에 뿌리를 내리고 살고 있는 듯싶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사람들 관계와 소통에 대해서만큼은 못내 일그러진 박탈감을 느끼곤 한다. 하긴 그래서 '신파'를 좋아하는지도 모르겠다. 햇빛 속을 나뒹구는 잘못 마른 나무처럼 홱 뒤틀려버린 관계들, 다시 소통되기 위해 안간힘을 쓰다 그 자리에 털썩 주저 앉아 두 손에 얼굴을 묻고 흐느끼는 관계들, 아니면 이어질 듯 말 듯 흐릿한 희망의 줄을 아슬하게 붙잡고 짝눈으로 세상을 노려보는 관계들..... 그런 신파들이 좋다.

이번 영화는 그런 신파, 서로 동감이 되는 그런 신파가 되기를 바란다. 왜 내가 너랑 자야 돼? 라는 질문이 되받쳐 나오지 않도록 말이다. 필경, 달콤한 복수가 맞다. 2002년 어느 날.



p.s1
사슴 한 마리 자살하고, 비싼 이태리제 엽총 두 자루 망가뜨리고 망해버린 단편영화.
내가 얼마나 이 영화에 대해 쪽팔려 하고 아쉬워하냐면, 얼마 전 아시아 모 영화제에서 초청했는데도 no!로 거절. 아쉬움이 정말 많이 남는 영화.

p.s2
친구사이 회원 분들은 저 위 사진을 잘 보면 낯익은 공간일 겁니다. 저 영화를 계기로, 알게 된 산장. 몇 번 저리로 엠티를 갔었지요. 저한테는 악몽의 공간이지만, 장소가 좋아서... 소개했던. 올해도 갈 수 있을지.

p.s3
조회수 150에 도전한다. (게이토끼 버젼)

교훈 : 함부로 저 말을 하지 말자.



Pat Metheny | The Truth Will Always Be



모던보이 추방하자 2005-05-30 오후 19:24




올해도 어김없이 퀴어문화축제가 시작되었습니다. 소모임 '마린보이'를 비롯, 그간 친구사이 가무단은 퀴어문화축제의 꽃인 '퍼레이드'에 항상 앞장 섰습니다. 게이들의 유쾌한 종로 습격에 함께 동참해 주세요. 혼자 참여하기 뻘쭘한 분, 구경만 하기 억울한 분, 나는 조선의 호모다!를 생에 처음으로 아스팔트 위에서 외치실 분... 모두 참여해 주세요.

열 다섯 명 안팎의 친구사이 가무단은 지금 동남아 순회 공연을 마치지, 는 못하고 올 퍼레이드의 기갈 토네이도가 되고자 지난 한달 여 동안 춤샘의 영도 하에 맹렬히 연습해왔습니다. 저희 친구사이 퍼레이드 참가단은 '피켓 걸', '깃발 부대', '부스 도우미' 등으로 나뉘어져 친구사이 가무단과 함께 퍼레이드의 꽃이 되고자 합니다.


친구사이 퍼레이드 참가단에 참여하시면,

1. 퍼레이드 때 함께 즐길 소품들을 수다를 떨며 전날 밤에 사무실에 모여 함께 만듭니다. 일 끝내고 살짝 가벼운 전야 파티가 있습니다. 6월 4일 오후 6시 사무실에 집결.

2. 열 다섯 안팎의 쭉쭉빵빵 몸매를 자랑하는 친구사이 가무단 뒤에서 피켓 등을 들고 함께 참여합니다. 또, 부스 도우미를 할 수 있습니다. 퍼레이드가 끝나고 함께 아스팔트 행진의 기운을 음미하는 참가단 전체의 파티가 있습니다.

3. 올해 퀴어문화축제 퍼레이드 조직위에선 아웃팅 방지를 위해 다각도로 노력한답니다. 역시 저희 친구사이에서도 마찬가지지요. 필요하신 분들에겐, 가면, 페인팅, 분장 소품 등을 나눠드립니다.

여러분들의 많은 참여 부탁 드립니다.
친구사이 회원이 아닐 경우 신청 게시판에 참여 의지와 함께 이메일을 꼭 남겨 주세요. ^^ (직접 전화나 이메일을 주셔도 됩니다.)
벽장 밖으로 나와라. 침묵은 죽음이다. 여전히 이 시대에 유효한 외침입니다.

Tel: 02-745-7942, Fax; 02-744-7916
홈페이지 target=_blank>http://chingusai.net

연락 chingu@chingusai.net




친구사이 퍼레이드 참가단에 신청해 주세요.


◎ 일 시 : 2005년 06월 05일(일) 오후1시-오후6시
◎ 장 소 : 종로4가 종묘공원-종로타워(구,국세청)-시티은행주차장
◎ 내 용 : 다양한 부스행사, 퍼레이드, 축하무대 공연

모던보이팬 2005-05-30 오후 21:02

모던보이 너무 시끄러운 목소리만 빼면 딱 내 식인데... ㅎㅎ

안티모던보이 2005-05-30 오후 21:02

모던보이, 너랑 자고 싶어. 대신 입에 재갈 물리고 하자. ㅋㅋ

모던보이 2005-05-30 오후 21:11

하여튼 이 놈의 식을 줄 모르는 잉끼.

모던보이팬, 안티모던보이는 동일 찌질이로 사려됨. 모던보이, 원래 말수 적다. 그건 알아줘얀다.

안티모던보이 2005-05-30 오후 22:13

모던보이, 난 너랑 자고 싶지만 니가 말수적다는 것엔 동의 못함. 재갈 물리고 하자니깐.. ㅋㅋ

안티모던보이 2005-05-30 오후 22:14

그리고 사려됨? 사료됨 아냐? 말 많더니 맞춤법도 틀리는 구나?

모던보이 2005-05-31 오전 07:15

사려하다 : consider, think over. 흔히 사료하다, 를 많이 쓰지만 가끔 전 사려하다를 쓰기도 한답니다.

안티모던보이 = 모던보이의 식을 줄 모르는 그 넘의 잉끼를 질투한, 데이팬을 가장한 피터팬. 확률 100%, 내 바지 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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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연결
마음연결 프로젝트는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에서 2014년부터 진행하고 있는 성소수자 자살예방 프로젝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