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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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좀처럼 내 방에 들어오지 않는 엄마가 아침 즈음에 방문을 열었다. 다른 날과는
달리 강의가 오후에 몰려잇어, 아르바이트로 하는 학습지 채점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빼꼼히 열리는 방문에 , 저 방문이 열리는 거였네! 할만큼 화들짝 놀라 버렸다.

엄마와는 고 2시절 가을쯤이엇던가, 그때 아침 식사 도중 터져버린 나의 커밍아웃에
식탁 위 그릇을 모조리 다 깨어버린 후로는 엄청난 틈이 생겨 버렸다. 그 후로는 용돈을
받아본적도, 아침인사를 해본 적도 받아본 적도 없었고 늘 열려있던 나의 방문은 벽처럼
굳어져 버렸다, 아무도 들어오지도 들여다 보지 않는 창고 같아져 버렸다, 나의 방은.

그런데 엄마가 왠일? 난 너무 당황하여 왜,왜? 하고 말을 더듬어 버렸다.
엄마는 날 가만히 보더니 김치전 먹으러 나와라 하고는 쏙 나가버렸다.
순간 벙- 햇지만, 괜히 가슴이 아파왔다.

저 말을 하기위해 엄마는 얼마나 나의 방문 앞에서 망설이고 고민했을까.
고 2 시절 커밍아웃 후 문을 스스로 걸어 잠그고 뒷걸음질 쳐버린 건 나였고,
말수를 줄인것도 나였다. 엄마는 이해하지 못할거다, 나를 원망할거다, 불효자라 생각할거다,
라고 혼자 판단해버리고, 혼자 상처에 아파서 곧 죽을듯 지내온건지도 모를 일이다.

낯설게 방문을 열고 거실로 나가서 그날의 고 2시잘 식탁에 앉아 엄마와 둘이서 김치전을
먹고 있자니, 기분이 이상해져 왔다. 눈물이 아래로 아래로 뚝뚝 떨어져 내렸다.
엄마는 모르는 척하고 있었지만, 난 창피하기도 하고 가슴도 너무 아파서 김치전만
입으로 입으로 넣기만 했다.

어저면 내일부터는 거실에 나갈 일이 많아 질지도 모르겠다.
저녁 시간에 가족들과 시시한 저녁 드라마에도 함께 웃을지도 모르겠다,
식사를 함께 하며 아빠와도 웃으며 말할수도 있을지 모르겠다.


....아니다, 너무 앞서가진 말자.


[04.04.08 dan_Ha]

... 2004-04-09 오전 10:03

화이링 <== 도대체 뭔 의미인지는 모르겠으나, 어쨌든 좋은 느낌을 전달하고 싶었음

황무지 2004-04-10 오전 03:54

저도..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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