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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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5-14 18:2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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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2004-05-13 18:39]

20세기 위대한 신학자 폴 틸리히.

마르셀 프루스트, 앙드레 지드, 장 콕토, 랭보. 그리고 경건한 독일의 작가 토마스 만.

이들의 공통점은? 여기에 소크라테스와 카이사르, 가수 엘튼 존이나 영화배우 제임스 딘, 록 허드슨을 덧붙이면?

인류 역사에서 동성애는 경멸과 혐오의 대상이었다.

“남자와 한자리에 드는 남자가 있으면 그들은 마땅히 피를 흘리고 죽어야 마땅하다.”(구약성서 레위기) 남색(男色)을 의미하는 영어의 ‘소도미(sodomy)’는 창세기에 나오는 타락의 도시 소돔에서 유래한다.

16세기 초 영국의 헨리8세는 남색을 사형의 중죄로 다스렸다. 한때 영국에서는 살인보다 남색으로 처형된 사람이 더 많았으니.

19세기 말에는 동성애를 일종의 정신질환으로 보는 과학적(?) 접근이 이루어졌다. 프로이트는 동성애를 “유아기의 성적 환상에서 비롯된 병리학적 현상”으로 규정했다.

그 덕분에 동성애자들은 ‘치료’를 위해 정신분석과 거세, 고환이식, 전기충격, 뇌수술을 받아야 했다.

20세기 들어서도 동성애자들의 수난은 그치지 않았다.

히틀러와 스탈린, 그리고 냉전시대의 매카시즘은 동성애를 체제의 적(敵)으로 간주했다. 성의 자유는 정치적 방종(放縱)이나 다름없었다.

그러나 1950년대 킨제이 보고서가 발표되면서 동성애 인권운동은 급물살을 탄다.

1969년 5월 캐나다는 동성애를 형사처벌 대상에서 제외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그 직후 미국의 정신병학회는 동성애를 정신질환 항목에서 삭제한다.

이들 조치는 동성애 해방운동에 불을 댕겼다. 그것은 동성애자들이 스스로의 굴레에서 벗어나는 것을 의미했고, 동성애에 대한 사회적 논의의 장을 활짝 열었다.

그리고 해일처럼 ‘커밍아웃(coming out)’이 밀려온다. 그것은 가히 혁명이었다.

그들은 당당히 햇빛 속으로 걸어 들어왔다. 이제 형제자매와 친지 동료들, 그리고 주변의 의사 변호사 회계사들이 동성애자임을 알게 되었으니.

미국인들에게 딕 체니 부통령의 딸 메리가 ‘레즈비언’이라는 사실은 더 이상 새삼스러운 게 아니다.

동성애자들은 외친다. “우리도 당신들과 다르지 않다!”

이기우기자 keyw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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