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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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챠밍스쿨 때 '동성애자 결혼 문제'에 관해 주제를 잡아봄직합니다. 당사자들을 초대해서 말씀 들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고, 동성애자 결혼 합법화를 공약에 넣은 민노당측 담당자를 초대해서 이야기 함께 나눠보는 것도 좋을 것 같고, 아니면 다른 동성애자 인권 단체 등과 함께 이 문제를 어떻게 공론화할 것인지 논의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고요. 6월 25일 퀴어문화축제 토론회에 이 문제를 주제로 토론회가 잡혀 있는 것 같은데, 조율해서 강약을 조절하면 더욱 효과적일 것 같기도 합니다.  그냥 사견입니다. ^^



[마이너리티 리포트]"사랑도 결혼도 당당하게 인정받고 싶어요"

[세계일보 2004-05-20 15:36]

안녕하세요, 대한민국 ‘제1호 동성애 부부’로 박종근과 함께 살고 있는 이상철입니다.
왜 ‘1호’냐고요? 물론 많은 동성애자들이 저희보다 먼저 부부의 연을 맺고 함께 살고 있긴 합니다. 그렇지만 저희는 지난 3월 7일 동성애자들의 사랑방 구실을 하는 서울 종로구 낙원동 한 카페에서 우리나라에선 최초로 남자끼리 공개 결혼식을 열었습니다.

결혼식을 마치고 나선 ○○동사무소에 가서 혼인신고까지 했습니다. 동사무소 직원들은 남자끼리 찾아와 혼인신고를 하자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정해놓은 규정이 없다”며 쩔쩔매더군요. 사실 헤매기는 저희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혼인신고서에 우리 둘 중 누구를 신랑으로 적고 누구를 신부로 적어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결국 궁리 끝에 신고서를 작성해 제출했지만, 동사무소는 여섯 시간이나 검토한 끝에 “선량한 미풍양속에 어긋나므로 접수 불가”라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러나 혼인신고는 국어사전에 나온 뜻 그대로 ‘국민이 의무적으로 행정관청에 일정한 사실을 보고하는 일’이지 ‘허가’가 아니므로, 저희는 나라에 ‘결혼했음’을 알린 ‘정식 부부’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앞으로 인권단체, 동성애단체 등의 도움을 얻어 동성혼인 문제를 국가인권위원회와 헌법재판소 등에 정식으로 제기할 계획입니다. 이런 사실을 알렸더니 벌써 세 쌍의 레스비언 부부와 한 쌍의 게이 부부가 저희와 함께 위헌소송을 내겠다고 합니다.

왜 저희가 결혼식을 올리고, 부부로 인정받으려 하는지 혹시 생각해보셨나요? 단순한 기분상의 문제가 아닙니다. 우리 사회는 아직 결혼이라는 제도를 거쳐야만 사랑하는 사람의 배우자로서 법적 권익을 보호받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지금은 수십년 같이 산 동성부부라도 어느 한쪽이 죽으면 남은 재산이 공동명의임에도 불구하고 죽은 이의 친족 동의를 일일이 얻어야만 재산을 사고팔 수 있습니다. 또 생명보험금 상속자로 동성 배우자를 인정해주지 않는 보험회사도 많고요, 전세자금을 대출받더라도 법적 배우자가 있는 것과 없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그래서 이 문제가 저희에게는 가장 중요한 문제로 손꼽힙니다.

사실 저희는 지난해 말부터 함께 살고 있고, 딱히 결혼식을 해야겠다고 생각한 건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A방송국에서 우리 부부를 다룬 방송 프로그램을 제작해 동성애자 문제를 조명하고 싶다며 ‘동성애자 결혼식’을 제안해 받아들인 거죠.

한국에서는 동성애자가 겪어야 할 부당한 차별이 너무나 많습니다. 동성애자들은 또 마치 범죄와 에이즈의 온상인 듯한 오해를 받아야 합니다.

그런데 동성애자들은 불결하지도 않고 지저분하지도 않거든요. 착실하게 열심히 사는 사람들이 더 많아요. 우리도 이성애자와 마찬가지로 행복을 추구할 권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방송국 제의가 들어왔을 때 저희 얼굴이 알려지면 불편한 게 많을 텐데도 사회의 편견을 좀더 줄일 수 있을 거라고 믿고 취재에 응한 거지요. 저희 결혼 사실이 언론에 알려지자, 막상 동성애 친구들은 결혼식장에 사진 찍힐까 두려워 들어오지도 못하고, 잔뜩 몰려온 카메라 기자들이 하객의 대부분이었습니다.

저희가 만난 건 2002년 10월입니다. 서울 종로 파고다극장에서 우연히 만났죠. 당시 종근이는 저보다 네 살 아래인 31세였는데 착해 보이기에 “차나 한 잔 마시자”고 말 걸어 사귀게 됐습니다.

주말마다 만나다 보니 같이 있고 싶고, 그래서 얼마 후 제 집 빈 방에서 종근이가 함께 살게 됐습니다. 처음에는 종근이의 착한 점이 좋았는데 같이 지내 보니 다른 사람을 먼저 배려하는 마음 씀씀이가 더 좋아 보였습니다.

결혼식을 치른 지 한 달이 넘어가네요. 이미 10여년 전 가족이나 친구들에게는 ‘커밍아웃(동성애자 선언)’을 했는데, 그들은 결혼 사실을 알면서도 모르는 체합니다.

그러나 이번 결혼식을 계기로 커밍아웃한 종근이에게는 시골에서 친척들이 “이제 시골에 내려오지 말라” “집안 망신이니 언론에 나서지 말라”며 여러 차례 전화를 걸어와 종근이가 힘들어 했습니다.

사실 ‘커밍아웃’은 자살행위나 마찬가지입니다. 부모 형제와 친구 등 주변 사람들이 다 비난하며 떠나가고, 아주 힘든 일입니다. 저도 커밍아웃한 후 너무 힘들어 자살하려고 했습니다.

사람들은 왜 동성애자가 됐는지 물어보곤 하는데, 저는 선천적인 동성애자 같아요. 어머니가 꾼 태몽도 예쁜 여자가 거울을 보며 머리를 빗는 꿈이었다고 합니다. 어릴 때부터 여자 일을 많이 했고 여자 역할을 하는 게 좋았어요. 보통 사람처럼 결혼하려고 여자와 사귀어 보기도 했지만 잘 안 되더라고요.

동성애자들은 회사도 여러 번 옮깁니다. 저는 S보험에 8년쯤 다닌 후 직장을 10여군데 옮겼습니다. 게이라는 게 알려지면 그만둘 수밖에 없거든요. 지금은 게이들을 위한 여행사인 해피투어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종근이도 직장에 다니고 있습니다. 폐차장에서 10년쯤 일했는데 좀 쉬다 요새는 액세서리 만드는 작은 공장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공장 사장님은 무척 좋은 분인데 종근이가 게이인 줄은 모르셔요. 알게 되면 밥도 같이 먹지 않으려 하겠죠. 종근이가 사실 ‘칠삭둥이’라서 지능이 덜 발달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걱정돼 사장님한테 인사하러 갔을 때도 ‘외사촌형’이라고 거짓말해야 했습니다.

이성애자인 여러분에게 부탁드리고 싶은 건 저희 나름의 사랑도 인정해달라는 거예요. 우리도 행복해질 권리가 있는 인간이니 그렇게 따가운 시선으로 바라보지 말아달라는 겁니다.

이제 저희 희망은 돈 많이 벌어 보통 부부들처럼 여행도 다니고 재미있는 추억을 많이 만드는 겁니다. 그리고 동성애자 혼인이 합법적으로 인정받게 되면 자녀도 입양하고 싶습니다. 종근이는 “사내아이는 사고 치고 골치 아프니 여자아이만 2명 기르자”고 합니다. 과연 그게 허용될지는 잘 모르겠지만….

박성준기자/alex@segye.com



[마이너리티 리포트]대부분 국가 여전히 ''불법''

[세계일보 2004-05-20 15:48]

동성결혼을 받아들이지 않는 것은 우리나라만의 일이 아니다. 전 세계적으로 동성결혼을 인정하는 나라는 몇 안 된다. 동성애는 수천년간 존재했지만 2001년에 와서야 네덜란드가 동성결혼을 합법적인 것으로 처음 인정했고 벨기에와 캐나다가 뒤를 이었다. 덴마크와 노르웨이, 핀란드, 스웨덴 등은 결혼은 아니지만 부부와 똑같은 법적 지위를 동성 커플에 부여하고 있는 정도. 동성애가 익숙한 서구사회도 아직 동성결혼에 대해서는 대체로 ‘노(No)’인 셈이다.
심지어 미국은 동성결혼을 놓고 찬반논란이 들끓다 못해 개헌이 거론될 정도다. 문제의 발단은 지난해 6월 연방대법원이 동성애를 금지하는 ‘안티소더미법’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리면서부터다. 이 결정으로 동성애자에 대한 모든 차별이 위헌이 됐고 동성결혼 금지 역시 위헌에 해당하게 됐다. 이에 따라 동성애자가 가장 많은 샌프란시스코에서 올해 2월부터 동성 커플에게 결혼증명서를 발급하기 시작했으며, 매사추세츠주는 주 대법원이 5월부터 공식적으로 동성결혼을 인정하기로 했다.

이처럼 동성결혼을 인정하는 주정부가 계속 늘 조짐을 보이자,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결혼은 남성과 여성의 신성한 행위”라며 연방헌법에 이를 명시하겠다고 나섰다. 동성결혼을 막을 수 있는 근거를 만들기 위해 헌법을 뜯어고치겠다는 발상이다.

이 논란은 미국 내 진보 대 보수 진영의 대결로 이어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존 케리 민주당 대통령 후보는 동성결혼까지는 아니지만, 동성부부에게 이성부부와 똑같은 법적 권리를 부여하는 ‘시민적 결합(civil union)을 지지한다’며 진보와 보수 양쪽 눈치를 살피는 어정쩡한 입장이다.

영국도 아직 동성결혼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가수 엘턴 존은 의회에 계류 중인 시민반려자법안(CPB:동성배우자 법적 지위 인정 법안)이 통과되면 11년째 함께 살고 있는 캐나다 남성과 결혼하고 싶다는 희망을 나타내기도 했다.

박성준기자/alex@segye.com


마음연결
마음연결 프로젝트는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에서 2014년부터 진행하고 있는 성소수자 자살예방 프로젝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