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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5-10 21: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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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문화속 동성애

[스포츠서울 2004-05-09 17:45]

[스포츠서울] 종로에만 60여개의 게이바가 있다면 믿겠는가? 엄연한 현실이다. 국내에는 40만여명의 동성애자가 있다. 대중문화도 동성애를 즐겨 다룬다. 대중문화 속에 드러난 동성애자는 이들을 바라보는 대중의 의식과 결부된다.
지상파 TV에서 동성애는 주로 연속극보다는 실험정신이 강한 단막극에서 다뤄졌다. 대다수가 일반인과는 다른 성 정체성 때문에 겪는 동성애자의 사랑과 아픔을 주제로 표방한다. 한데 게이의 묘사는 압축과 생략과 여운으로 일관하는 데 반해 레즈비언은 좀 더 직접적인 감정표현과 직설적인 대사로 채운다. 이는 동성애가 표현 영역의 확대보다는 소재 경쟁의 희생양이라는 의미다. 우스꽝스러운 행동이나 말투, 과잉된 성적 이미지도 실제 동성애자와 거리가 멀다.

동성애 드라마는 대체로 배신과 질투, 증오의 과정을 거쳐 죽음, 도피, 자살의 비극적 결말로 끝난다. 소재는 파격적일 수 있어도 결말은 도발적일 수 없는 우리 드라마의 한계다. 아무리 극이라 해도 이런 내용들은 동성애자들을 극단으로 몰고 갈 수 있다.

지난해 말 끝난 STV의 ‘완전한 사랑’은 공개적 동성애자가 동성애자를 연기한 최초의 드라마다. 문화권력자 김수현은 커밍아웃하는 바람에 TV 출연이 좌절된 홍석천을 구하는 듯했다. 언뜻 동성애자를 있는 그대로 봐주지 않는 우리 사회에 대한 도발에 성공한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홍석천의 캐릭터는 작가의 제스처에 그치고 말았다. ‘완전한 사랑’에서 홍석천은 친구의 발작에 가까운 히스테리를 무한정 포용한다. 요리를 잘하고 경우가 바르며 능력도 있고 무엇보다 조용하다. 이 캐릭터에는 김수현이 거의 모든 캐릭터에게 부여하는 과잉된 자의식이 없다. 이승연에게 홍석천은‘엉클 톰’ 같은 존재다. 말하자면 죽은 캐릭터다.

문화웹진 ‘컬티즌’의 이영재 대표는 “자신의 욕망과 불만을 뿜어내지 않는 착한 게이인 홍석천은 착한 장애인, 착한 엄마, 착한 할머니처럼 얼마나 진부한가? 결과적으로 착한 캐릭터는 소수 집단의 이미지를 왜곡하게 된다”면서 “김수현도 자의식 강한 나쁜 게이를 만들어내지 못한 건 우리 TV 문화의 한계”라고 진단했다.

1999년 한 해 동안 레즈비언과 관련한 영화가 3편 나왔다. ‘노랑머리’와 ‘텔 미 썸딩’은 레즈비언을 범죄자로 다뤄 반사회적이고 위협적인 모습을 부각했고, ‘여고괴담2’는 억압된 레즈비언 여고생의 차별성과 특별함을 묘사했다. 모두 이성애자의 시각으로 동성애자를 대상화하고 정형화하는 영화다.

요즘 상영 중인 스페인 영화 ‘엄마는 여자를 좋아해’는 동성애라는 소재를 세련되고 자연스럽게 처리했다. 엽기발랄한 여성의 성 심리를 귀엽게 그리고 있다. 유럽 영화에서 동성애를 다룬다는 이유만으로 전복적이라고 느끼는 시기는 지났다. 동성애자는 작위적으로 이해하려 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한다.

서병기 전문기자



마음연결
마음연결 프로젝트는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에서 2014년부터 진행하고 있는 성소수자 자살예방 프로젝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