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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츨연 : 양조위, 유덕화
촬영 : 유위강, 크리스토퍼 도일

무간도1
2003/02/24

나와 비슷한 나이 또래의 사람들에게, 특히 영화를 좋아하는 인간들에게 홍콩 영화는 원죄처럼 들러붙은 미망이며, 또한 어느새 표정 바꾸어 담빡에 토사구팽하고만 양가적 기억이다.

토요일 오전 수업을 빼먹고 친구들에게 대리 출석시킨 다음, 교무실 창으로 보이는 운동장 반경을 빗겨나기 위해 포복으로 학교를 도망가 토요일 개봉관을 찾았던 고등학교 시절, 홍콩영화는 충격이었다. 이쑤시개를 질겅거리는 주윤발과 도포 자락을 휘날리며 공중을 날라다니는 섹쉬 귀신 왕조현은 그 시대 영화의 유일한 아이콘이었을 게다.

오랫만에 홍콩 영화를 보았다. 왕가위를 제외하고 그럴싸한 영화 하나 변변히 내놓지 못했던 홍콩영화에 대한 싸늘한 외면을 일삼는 동안, 여명 '따위의' 멜로 드라마 주인공은 하등 관심의 대상이 되지 못했다.

하지만 오늘 '무간도'를 보는 동안 내 머릿속은 회전목마처럼 빙글 돌아, 십수 년 전 전주의 토요일 개봉관에 앉아 가슴을 졸이며 쌍발 권총이 뿜어대던 열기 속으로 녹아들어가는 듯한 착각에 빠졌다. 마치 작정하고 만든 듯한, 홍콩 느와르의 재창궐을 애타게 염원하는 듯한 제작진의 열성이 고스란히 반영되어 영화는 충분히 홍콩 느와르에 대한 향수를 자극하고 있었다.

다시 돌아온 유덕화와 21세기 홍콩 영화의 아이콘이 되어버린 양조위는 더도 덜도 없이 딱 그들의 '아우라'를 십분 발휘하고 있으며, 크리스토퍼 도일의 웅장한 카메라는 가끔 싸구려 티를 내며 전락할 듯한 박한 화면들의 빈틈을 잘 메꾸어주고 있다. 비록 여전히 신선하지 못하며 여전히 느와르 장르에 포박되어 있긴 하지만, 그 옛날의 홍콩 영화를 보러 다시 영화관을 찾을 의향이 있다면 꼭 이 영화를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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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3편 모두를 익히 다 보긴 했습니다.
홍콩판 '대부'를 지향한 이 영화는 헐리우드에서 큰 돈을 받고 리메이크 된다고 하더군요.
세 편을 동시에 보지 못하면 전체적인 흐름을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세 편이 각기 자율적인 형식으로 꼬아져 있기도 하지만, 전편 시리즈에 흐르는 이야기 줄기가 있어 2편만 동강 내서 1, 3편을 볼 경우 자칫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거나 다르게 해석할 여지가 많습니다.

물론 1편과 3편에 비해, 2편의 작품성은 좀 떨어지는 감이 있습니다. 대부2와 같이 주인공들의 어렸을 적 일대기, 즉 말론 브란도의 젊은 시절을 로버트 드니로가 연기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는데, 2편이 누락한 채 관람하면 중요한 과거 흔적을 잊고 3편을 보게 되는 거죠.

전 무간도가 홍콩 느와르의 재창궐에 이바지한 힘을 대체적으로 인정하는 편입니다. 물론 화면에 과잉되게 투사된 의욕이 눈에 심히 거슬리긴 하지만, 왕년의 스타들이 대거 투입되어 홍콩 영화의 부활을 다짐하는 그 노력만큼은 꼭 봐줘도 손해 절대 보지 않으리라 장담합니다.


p.s1
씨네보이 이번 영화가 무간도네요.
식성으로 배우 자질을 판독하는 피터팬 님의 안목은 좀 저질인 것 같아요. ^^
여명, 좀 짜치지요?

p.s2
아이언 님, 어제 찍은 제 사진 제 홈피에 올려주시면 구박 안 할께요.












마음연결
마음연결 프로젝트는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에서 2014년부터 진행하고 있는 성소수자 자살예방 프로젝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