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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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훈 2004-07-08 15:4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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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 홈페이지 (www.kscrc.org) 레인보우 칼럼에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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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신문은 모르겠으되) 어제 몇몇 인터넷 매체에는 다음과 같은 기사가 실렸다.


英슈퍼마켓''광고에 느닷없는 동성애(?)''
[노컷뉴스 2004-07-07 11:46]

영국의 한 대형 식품유통회사가 자사 광고에 동성애자를 연상시키는 단어를 사용했다 광고정지처분을 받았다.

7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최근 영국 슈퍼마켓인 소머필드는 자사가 판매하는 식품을 홍보하는 광고에서 매일 같은 음식을 차려주는 아내에게 남편이 “나는 faggot에 신물이 난다”며 불평하는 대사를 집어넣었다 TV 검열기관인 Ofcom의 비난을 받았다.

Ofcom측은 “이 대사가 마치 동성애를 부추기는 인상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런 비난에 대해 회사측은 “faggot이란 단어가 동성애자 말고도 형편없는 물건을 의미하는 다른 뜻이 있고 이미 수십년전 나온 이 단어가 동성애를 뜻하는 쪽으로만 쓰여지는 것도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Ofcom은 “이 광고가 청소년등에게 지극해 해롭다“며 방영불가판정을 내렸다.

노컷뉴스 이서규기자 wangsobang@cbs.co.kr


기독교 방송(CBS)의 이서규 기자가 작성한 이 기사는 과연 사실을 사실대로 담고 있을까? 이를 파악하기 위해 아래에 이 기사가 인용한 로이터 통신의 보도를 전문번역해 올린다.


http://www.reuters.com/newsArticle.jhtml?type=topNews&storyID=5596797

LONDON (Reuters) - Britain's television watchdog banned a supermarket chain on Monday from using the word "faggot" in a commercial, referring to a traditional British dish.
영국의 텔리비젼 감시 단체는 영국 고유의 음식을 지칭하면서 "faggot"이란 말을 사용한 한 수퍼마켓 체인점의 광고에 대해 방영을 금지했다.

Somerfield's ad featured a husband complaining about his wife's repetitive cooking.
[문제의 수퍼마켓 체인점] 솜머필드의 이 광고는 똑같은 음식만을 내놓는 부인에 대해 불평하는 남편을 등장시키고 있다.

When she told him it was Friday so he was getting his usual faggots, a traditional dish of meatballs in gravy, he said: "I've nothing against faggots, I just don't fancy them."
오늘이 금요일이기 때문에 언제나 그랬듯 소스에 버무린 고기완자 요리인 faggot을 내놓는 것이라는 부인의 말에 남편은 "Faggot이 싫다는게 아니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는 얘기"라고 응수한다.

"Three listeners were offended, as they believed the husband's response alluded to homosexuals, faggots being a derogatory term for them," said media watchdog Ofcom.
미디어 감시단체인 Ofcom은 "Faggot이란 말이 동성애자를 비하하는 표현인 만큼 남편의 이런 반응이 동성애자를 암시하고 있다고 믿는 시청자 세 명의 불만이 있었다"고 말했다.

But Somerfield denied Ofcom's charge. "Faggots were chosen to demonstrate the idea because they are commonly perceived as an outdated and slightly comical product, not because of any allusions to homosexuality," it said.
그러나 솜머필드는 Ofcom의 이 주장을 반박하면서 "Faggot을 등장시킨 것은 동성애를 암시하려는 것이 아니라 그 음식이 통상적으로 한물 간 것이면서 다소 코믹한 것으로 여겨지기 때문에 [매일 같은 음식을 먹는 괴로움이라는 광고의] 의도를 드러내기에 적합해서 선택한 것"이라고 말했다.  

But Ofcom ruled that the term was "highly derogatory" and banned the advert from being broadcast again.
그러나 Ofcom은 faggot이란 단어가 "매우 비하적"이라고 결정, 이 광고의 재방영을 금지했다.


이서규 기자의 기사의 바탕이 된 것이 분명한 이 기사에는 "동성애를 부추"긴다는 얘기도 없고 "청소년에게 해롭"다는 얘기도 없다. 도대체 어찌된 일?

나는 이서규 기자의 기사가 명백한 오보라고 본다. 그럼 이 오보의 원인은 무엇일까? 우선 그것은 무지와 (호모포비아로 통칭할 수 있는) 편견일 수 있다고 본다. 가령 "faggot"이란 단어가 (마치 "조센징"이란 단어가 한국인에 대해 그렇듯) 동성애자를 비하하는 표현임을 알지 못한 것이 첫 번째 무지요, 영국 내 동성애자 인권에 대한 의식수준을 알지 못하는 것이 두 번째 무지일 것이다.

이 무지 때문에 제대로 파악할 수 없었던 원문의 번역 방향을 잡아 준 것은 이서규 기자의 편견이었다. 그는 자신의 편견에 기반해서 '동성애와의 연관 때문에 광고가 금지를 당했다면 그 까닭은 그 광고가 동성애를 연관지었기 때문일 것'이라고 결론을 짓고 기사를 작성한 것이다.

하지만 "동성애를 부추"긴다는 사유와 "청소년에게 해롭"다는 부분에 이르면 나는 이서규 기자에게 악의라는 혐의를 추가하지 않을 수 없다. 그는 단순히 무지해서 번역 상의 실수를 저지른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기사를 왜곡함으로써 동성애자에 대해 일종의 폭력을 가한 것이다. (과연 그가 "기독교" 방송 기자라는 사실이 이러한 왜곡과 무관할까?)

오역을 통해 오보를 낸 것도 문제거니와, 악의적인 아젠다를 숨긴채 소수자 탄압에 앞장서는 것은 언론인의 본분이 아니다. 이서규 기자와 기독교 방송 (혹은 노컷뉴스)의 책임있는 사과와 각성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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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신: 위 기사가 사실에 부합할 가능성도 있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은 스코틀랜드 지방에서 운영되는 스코츠맨 닷컴의 아래 기사를 보시라. 이 기사의 제목부터가 "동성애자에게 불쾌감을 주는 광고 방송금지"이다. (게다가 트로쟌 콘돔 광고 건도 대비해서 보시라.)  (Ofcom이라 지칭되는 Office of Communications의 공식 발표문이 혹시 있는가 찾아 보았지만 Ofcom 홈페이지에서 그런 문건을 찾지 못했음을 아쉽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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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news.scotsman.com/latest.cfm?id=3165493

Ad Banned for Being Offensive to Homosexuals
동성애자에게 불쾌감을 주는 광고 방송금지

By Anita Singh, Showbusiness Editor, PA News

An advert for supermarket chain Somerfield has been banned for using the word faggots.
수퍼마켓 체인 솜머필드의 광고 하나가 "faggot"이란 단어를 사용했다는 이유로 방송금지 처분을 받았다.

It featured a husband complaining that his wife served up the same meals every week.
이 광고는 부인이 매주 똑같은 음식을 낸다며 불평하는 남편을 등장시키고 있다.

When she told him it was Friday so he was getting his usual faggots, he replied: “I’ve nothing against faggots, I just don’t fancy them.”
오늘이 금요일이기 때문에 faggots 요리를 내놓는다고 말하는 부인에게 남편은 "Faggot이 싫다는 게 아니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답한다.

Three listeners complained to media watchdog Ofcom about the radio ad, saying faggots alluded to homosexuals.
청취자 세 명이 미디어 감시단체 Ofcom에 이 라디오 광고에 대해 "Faggots란 말이 동성애자를 시사한다"며 불만을 접수했다.

Somerfield insisted: “The ad refers only to food products. Faggots were chosen to demonstrate the idea because they are commonly perceived as an outdated and slightly comical product, not because of any allusions to homosexuality.”
솜머필드는 "이 광고는 오직 식품을 지칭할 뿐이다. Faggots를 사용한 이유는 그것이 흔히 다소 한물 간 것이면서도 코믹한 식품이었기 때문이지 동성애를 시사하기 때문이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But Ofcom ruled that the term was “highly derogatory” and banned the ad from being broadcast again in its present form.
그러나 Ofcom은 이 단어가 "매우 비하적"이라면서 이 광고가 현재의 형태 그대로 다시 방영되는 것을 금했다.

“Irrespective of the advertiser’s denial of intent and the brevity of the campaign, we believed that the aired comment was likely to have been perceived at best as innuendo,” Ofcom said.
Ofcom은 "설령 [동성애자를 지칭하려는] 의도가 없었다고 광고주가 주장하고 있고 광고가 짧기는 하지만 방송된 광고 내용이 잘 봐줘야 [동성애를] 넌지시 지칭하는 것으로 보였을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The phrase could clearly be seen in connection with homosexuality. As the term faggot, when used in this context, is a highly derogatory term, we believed that it was capable of causing serious offence.”
"[청취자들이] 이 표현과 동성애를 연관지었을 가능성은 분명하다. 이러한 [동성애자와 연관된] 맥락 내에서 faggot이란 표현이 매우 비하적인 단어인 만큼, 우리는 이 광고가 [청취자에게] 심히 불쾌감을 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A TV advert featuring a close-up of a woman having an orgasm has attracted more than 200 complaints.
[다른 한 편] 오르가즘을 느끼는 여성을 클로즈업한 텔리비젼 광고 하나에 대해서는 200명 이상의 시청자가 불만을 접수했다.

The raunchy ad for Trojan Condoms was aired during Big Brother’s first commercial break and later around Hell’s Kitchen and some 10pm showings of Coronation Street.
트로쟌 콘돔의 이 끈적끈적한 광고는 "빅 브라더"쇼 1부와 2부의 막간에 방송되었으며, 또한 "지옥의 주방"과 밤 10시에 방송된 "코로네이션 스트리트"의 광고시간에도 나왔다.

It attracted 209 complaints from viewers who felt showing a simulated orgasm was “unnecessarily and overly explicit, and inappropriate for the programmes around which it was shown”.
이 광고에 대해 209명의 시청자가 이 오르가즘의 시늉이 "불필요하고도 지나치게 노골적이었으며 이 광고를 방송한 프로그램의 성격에 비추어 부적절했다"며 불만을 접수했다.

But media watchdog Ofcom ruled that the ad did not breach advertising standards.
그러나 미디어 감시단체인 Ofcom은 이 광고가 광고규정을 어기지 않았다고 결정했다.

“Condom advertising is relatively uncommon on mainstream channels and it is especially unusual for it to focus on a sex act, as this one does."
"콘돔 광고가 주류 방송채널에서 방송되는 일이 상대적으로 흔하지 않기도 하거니와, 이 광고가 그랬듯 성적 행위에 포커스를 맞추는 일은 매우 드물다."  

“We felt while the advertisement was strongly suggestive it was not explicit, and didn’t think it was out of place after 9pm,” Ofcom concluded.
"그러나 우리는 이 광고가 매우 암시적이기는 했으되 노골적이지는 않았으며, 저녁 9시 이후에 방송하기에 부적합하지는 않다고 본다"는 것이 Ofcom의 결론이다.  

모던보이 2004-07-08 오후 22:32

좋은 정보군요. 회원들끼리 논의를 해봐야겠군요.

Riveephepaddy 2011-10-08 오전 02:53

마음연결
마음연결 프로젝트는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에서 2014년부터 진행하고 있는 성소수자 자살예방 프로젝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