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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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던보이 2004-08-25 13:2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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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이름은 줄리아 힐이다. 이미 5년이 흘렀으니 이미 그녀도 우리 나이로 보면 삼십 줄에 턱걸이를 하고 있을 것이다.

3년 전 초봄에 신문 기사를 몇 개 벽에 스크랩해두었는데, 습기가 많아서 그런지 스크랩 골판지가 떨어지면서 이 신문 기사도 방바닥에 떨어졌다. 시간이 많이 지나서 사진은 노랗게 색이 바랬다. 하지만 그녀는 여전히 아름답고 위풍당당하다. 그녀는 97년 12월에 삼나무 위에 올라가 근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그 위에서 내려오지 않았다. 이 삼나무는 높이가 60미터쯤 되었고 수령은 2천 년이 된 나무였다. 그녀는 그 위에서 동료들이 올려보내는 걸로 밥을 먹었고, 그 위에서 싼 똥을 동료들에게 내려보냈다. 그녀가 그 위에서 바라본 것은 삼나무 숲이었다.

미국 켈리포니아주에 있는 레드우드라고도 불리우는 삼나무들의 숲. 수령이 보통 1천 년에서 1만년이 된, 생물학의 기적이라고 불리워지는 자연 그대로의 보고였다. 게다가 나무 그루마다 희귀종의 생물들이 기생하고 있었다. 그녀가 추운 겨울 날 이 나무 위에 올라간 것은 이 헤드워트 숲을 소유하고 있던 퍼시픽 럼버라는 개인 목재회사가 이 숲을 수십 년 간 벌채해 목재로 가공해온 것에 대해 항의하기 위해서였다.

그녀는 '당장 벌채를 중단하지 않으면' 내려가지 않겠다고 선언하며 나무 위에 올라갔다. 퍼시픽 럼비사는 줄리아 힐의 식량보급을 번번히 방해하는가 하면 연기를 나무 위로 피워 올리기도 했다. 하지만 그녀는 그때마다 뛰어내리겠다고 외쳤다.

그녀의 이 상징적인 투쟁은 각처 환경운동가들의 연대를 끌어모았고 결국 연방 정부를 움직이게 만들었다. 그러나 이 회사의 존 캠벌 사장은 '사유재산권 행사에 정부가 관여한다'며 정부를 상대로 제소하겠노라고 으름장을 놓았다. 정부 당국과 퍼시픽 럼버사의 협상은 한 동안 난항을 겪었다. 하지만 종내 1999년 3월 2일 퍼시픽 럼버사의 캠벌 사장은 이 헤드워트 숲을 정부에 넘기는 계약서에 사인하고 말았다. 줄리아 힐은 그 소식을 듣고 곧 나무 위에서 내려와 자신이 투쟁으로 지켜낸 그 신비의 숲속 땅에 발을 디뎠다.

그녀의 이 목숨을 건 투쟁은 이후 많은 환경운동가들에게 영향을 미쳤다. 지금도 지구 곳곳에서 바위 틈 사이, 나무 위, 허공 위에 매달린 채 자연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자기 삶을 내걸고 있다. 그들은 나무와 바위와 풀들이 지르는 단말마의 비명 소리를 듣는다. 실제로 숲속에 벌목꾼이 들어와 나무 한 그루만 베어내도 이 나무가 쓰러지면서 지르는, 인간의 귀로 들을 수 없는 비명 소리는 숲속 나무들을 공포에 떨게 한다. 나무들은 비명에 전염되어 죽어가는 나무와 함께 비명을 질러댄다.

줄리아 힐의 사건을 '역사적 사건'이라고 칭송한 클린턴이나 그녀 이야기를 앞다투어 언론의 가십으로 삼았던 백인들은 자기 집의 질 좋은 목재 가구를 쓰다듬으면서 한편으론 감동적인 환경운동가의 이야기에 눈물을 흘린다.

2002년에 쓴 글 중에서....


권력은 아직도 말이 없고, 지율 스님은 그렇게 생사의 고비를 넘나들고 계신다. 소위 '메이저급' 환경단체들은 꿀 먹은 벙어리인 양 이런저런 눈치 보기에 급급한 모양이다. 생명의 소중함, 반전과 평화를 외치던 그들은 모두 어디로 간 걸까? 이들의 책임의 윤리는 모두 어디로 간 걸까? 노무현 정부를 비롯한, 여전히 개발 독재의 망령에 사로잡힌 이들의 책임 윤리 말이다.

책임의 윤리란 무엇인가? 그것은 오성을 가진 인간으로서 지구 운명에 대한 책임, 아울러 후손들에게 지속가능한 삶을 물려줄 책임을 공히 아우르는 생태철학의 원칙을 의미할 터다. 이미 훼손할 대로 훼손해버린 땅과 하늘에 대한 참회의 원칙.

현재의 편리와 물질문명이 주는 달콤함에 중독되어 책임의 윤리를 망각하는 일, 천성산의 비명과 홀로 책임의 윤리를 몸의 고통으로 육화하고 있는 지율 스님의 생명을 갈취하여 이기를 축적하는 일이 아무렇지도 않게 운위되는 이 세계의 표정은 참으로 악위적이며 음란하다. 천성산과 도룡뇽에게, 지율 스님에게, 자기 후손들에게 못할 짓을 지금 아무렇지 않게 하고 있는 게다.

다시 한 번 줄리아 힐의 사진들을 보면서, 지율 스님이 건강한 모습으로 그녀의 투쟁으로 지켜낸 천성산을 맨발로 걷기를 간절히 기원하는 밤, 도룡뇽과 우리의 아이들과 함께 소호하기를 기원하는 밤.

마음연결
마음연결 프로젝트는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에서 2014년부터 진행하고 있는 성소수자 자살예방 프로젝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