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title_Free
박재경 2013-02-02 21:37:04
+9 1347

최근 우연찮게 커밍아웃을 했습니다.

 

 

지난 일요일 모 대학교 연수강좌가 있었습니다.

 

감염내과 샘이고 HIV 연구소장이란 모 샘이 강의를 하셨습니다.

 

강의 도중에 고위험군을 설명하면서 " 동성연예자"란 용어를 사용하더군요

 

안되겠네 싶었어요

 

 

강의 정당히 끝나고 경품추천

 

1위, 아이 패드

2위, 아이 패드 미니

 

 

이렇게 남았는데 강의했던 샘이 자리를 일어서는 거예요

부리나케 따라 나갔지요

마치 길녀 뛰는 심정으로  총총총

 

재경: 샘, 좀 전에 강의 때 동성연애자라고 하셨습니다.

          저는 게이인데요. 게이 입장에서 불편한 용어이니 바꾸어 주세요

 

샘: 아 네 샘 죄송합니다.

 

재경: 어디 두고 보자

           모니터링 해 주겠어

 

 

그제는 점심시간에 한 무리를 지어 앉은 방사선과 의사들 옆에서 식사를 했다

 

원래 수다를 많이 떠는 사람들이라서 사실 별로 신경 쓰지 않았는데

 

최근에 입사한 신입 여자 샘이 이렇게 말한다.

 

여자 샘: 나는 레즈비언은 그냥 그렇고 게이들 보면 정말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요

 

모 남자 샘: 조디 포스터가 저번 무슨 시상식장에서 커밍아웃을 하지 않았나요

 

또 다른  모 샘: 게이도 게이나름이지 홍석천 같은 애를 보면 아깝지 않던데

 

이런 어머어마한 이야기들 하고 있었다.

 

 

다음날 점식식사후 그들과 보조를 맞추어 계단을 내려갔다.

신관으로 가는 또 다른 모 샘을 붙잡았다.

 

재경: 잠깐 이야기를 좀 했으면 해요

 

샘: 무슨.....

 

재경: 어제 식사 시간에  홍석천씨 이야기를 했잖아요

 

샘: (과장되게 미안한 표정을 짓더니) 아~~~ 미안 미안 정말 미안해요

 

재경: 그의 미안 미안 해요 말에 더이상 할 말을 못했다.

         나중에 신입 여자 샘에게도 뭐가 그리 아깝냐고 물어야 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일상에서 동성애혐오를 드러내는 인간들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한다.

사실 어떤 부분은 동성애 혐오이면서 동시에 여성혐오 이기도 하다.

그 자리에서 동성애혐오이면서 여성혐오인 말들을 즐기는 이성애자 여성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시간나면 여자 의사회 샘과 대화를 나누어봐야겠다

 

 

본의 아니게 서서히 일상 중의 쌈 닭이 되어가나 싶기도 하고

커밍아웃을 한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조그만 변화의 지점이기도 하고

커밍아웃을 하면 여러모로 참 좋은 것 같다.

 

오늘은 동성애자 의사모임 정기모임이 있다

지난 며칠간 고생으로 강의안을 만들고 강의를 해 볼 요량이다

강의를 두고 어떤 평가를 받을지 내심 기대가 된다

또한 단체를 조금 더 알리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낙타 2013-02-02 오후 22:18

저도 가끔 자기 주변엔 전혀 이런 성소수자들이 없다 여기고
무지한 이야기들을 서슴없이 내뱉는 지인들을 보고 있으면 보란듯이 커밍을 하고
주변에 성소수자들이 없는게 아니라, 우린 늘 존재하지만
당신들이 모를 뿐 이라는 것부터 인지를 시켜주고 싶은 충동이 일때가 있어요.

무튼, 강의 잘 하시고.
이번 강의가 긍정적인 효과를 불러 일으키는 계기가 되었으면!
그리고 친구사이도 널리 알려 주시길 :)

damaged..? 2013-02-02 오후 22:57

아이고, 인간을 가장 객관적으로, 과학적으로
이해해야 될 의사들이 저런 생각이랑 말을... =ㅁ=;;
그 분들, 전공 불문하고 DSM이라도 보셔야겠네요.

모순이지만, 호모포비아적 게이가 있듯이
여성 혐오적인 여성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죠.
주류나 다수에 편입되고픈 욕망이랑 자기 혐오겠죠.
(물론 이런 분들, 자신한테는 화살을 겨냥하지 않지만요)

암튼 잘했어요~ 커밍아웃은 끝 없는 숙제이자 도전! -0-/

livestrong 2013-02-03 오전 11:34

대학교 신입생환영회에 갔는데
선배들이 동성애나 양성애, 무성애에 대한 만화까지 그려서
성폭력에 대해 설명하더라고요
술게임하다 보면 '게이샷' 같은 벌칙같은게 나오기도 하거든요....
신입생들 모아놓고 술마시는 자리에서 진지하지만 엄연히 맞는 얘기 꺼내는거 쉽지 않잖아요?
들으면서 이런 대학생들이 있다니 깜짝 놀랐습니다 정말 고맙기도하구ㅎㅎ
이 느낌을 말하고픈데 주위에 말할 사람이 없어서..ㅎㅎ 대학생활 할 만한가봐용!!

KraftigWALD 2013-02-03 오후 17:53

솔직히 게이들보고 아깝다라고 하는 여성들의 심리는 벌써 이성애자남성들보단 게이들을 더 소유하고 싶은 욕망이겠죠

고슴도치 2013-02-04 오후 22:13

저는 게이라고 밝힌 이후론 주변 여성분들이 게이를 사귀고 싶단 말을 않하고 애인한테 집중하더군요
뭔가 환상을 가지고 있나봐요

2013-02-06 오전 05:23

착각이심한듯.. 걍 남자들중에 한명이 게이라서 떨어져나가네 하는 심보임

룰루랄라 2013-02-03 오후 19:20

일상에서 종종 경험하게 되는 호모포비아적인 발언들에 대해서, 상당수의 경우에 아직까지는 당사자가 아닌 "제3자의 입장"에서 그러면 안된다는 식의 입장을 취하는 게 전부인 저와는 너무도 다른 형님의 강단에 박수를....^^

2013-02-05 오전 03:49

재경이형의 용기에 박수를~!
저도 제가 속한 공간에서 조금더 용기를 내보아야 겠어요~

2013-02-06 오전 05:25

사석에서 홍석천좋다싫다가문제가되나...참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수
12824 커밍아웃인터뷰 #35 김상백 : P싸롱의 추억 친구사이 2012-11-18 5770
12823 커밍아웃인터뷰 #34 한가람 : 희망을 만드는 변호사 친구사이 2012-09-15 2173
12822 커밍아웃인터뷰 #31 홀릭 : 유니폼을 벗은 여자 +1 짝퉁홍보녀 2012-05-14 796
12821 커밍아웃인터뷰 #31 홀릭 : 유니폼을 벗은 여자 +1 짝퉁홍보녀 2012-05-14 3379
12820 커밍아웃인터뷰 #30 지현 : 사랑방 손님의 이효리 +4 짝퉁홍보녀 2012-04-24 632
12819 커밍아웃이 별건가? +5 차돌바우 2008-05-29 996
12818 커밍아웃을 했습니다. +2 2009-04-20 862
» 커밍아웃은 늘 끈임없이 +9 박재경 2013-02-02 1347
12816 커밍아웃에 관한 인상적인 글 +2 진서기 2013-08-13 886
12815 커밍아웃백 1차 마무리 +22 정준 2012-08-01 1125
12814 커밍아웃-케이블방송시작 드디어 2008-04-16 2757
12813 커밍아웃, 그 새로운 삶의 떨림 +2 관리자 2005-05-19 580
12812 커밍아웃! 이렇게 하면 실패한다. +2 돌아온챠밍보이 2005-05-20 1512
12811 커밍아웃 후의 멀미 +3 cheeze 2005-02-12 854
12810 커밍아웃 좋아요! 페이스북 페이지에 초대합니다. 좋아요 2012-10-22 1074
12809 커밍아웃 작전 +6 박재경 2009-07-22 797
12808 커밍아웃 인터뷰하고싶운뎁~ +1 티스 2008-04-14 901
12807 커밍아웃 인터뷰에 관한 몇 가지 오해 인터뷰 2003-11-10 1620
12806 커밍아웃 인터뷰를 읽고 +2 푸른개구리 2011-06-24 743
12805 커밍아웃 인터뷰9 : 유환선, 인간 코알라 +4 인터뷰 2004-11-26 330
마음연결
마음연결 프로젝트는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에서 2014년부터 진행하고 있는 성소수자 자살예방 프로젝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