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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ueernews 2004-11-17 03:5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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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으로 시집가긴 틀렸다

[한겨레] ‘금욕과 정조’만 강조하는 부시의 ABC 정책이 동성애자들에게 ‘아메리칸 나이트메어’를 강요하네

▣ 이민석/한국남성동성애자인권운동모임 친구사이 회원

제길, 미국으로 시집가기는 다 틀렸다. 못된 시아버지 만난 덕분이다. 부시, 당신 말이다. 당신은 ‘동성결혼 금지를 헌법에 명시하자’고 핏대를 세웠다. 더구나 당신이 당선되던 날, 11개 주에서 동성혼 금지를 명시하는 주헌법 개정안이 통과되지 않았던가.

한국에서조차 결혼 못할라

한기총 목사님들과 수구 오빠들의 노고로 한-미 동맹이 ‘쿨한 트렌드’가 된 마당에 더 이상 부끄러울 것 없다. 솔직히 커밍아웃하겠다. 나는 미국을 사랑한다. ‘아메리칸 드림’ 하나로 노처녀 인생 30여년을 견뎌왔다. 우리, ‘양키의 쓰레기 문화’ 맞다. 우리의 모든 것이 미국에서 왔다. 게이라는 이름부터, 동성애자 인권운동, 심지어 에이즈까지 물 건너왔다. 나에게 미국은 ‘오! 꿈의 나라’다. 남들이 ‘양키 고 홈’을 외칠 때, 나는 남몰래 ‘양키 고 홈 위드 미’를 중얼거렸다.

‘꿈은 이루어진다’는 슬로건을 믿고 난 몸부림쳤다. 주말이면 미국 게이들이 모이는 이태원으로 출근도장을 찍었다. 성조기가 박힌 폴로 모자를 쓰고, ‘뉴욕’이 들어간다는 이유만으로 DKNY 셔츠를 걸치고, ‘메이드 인 USA’가 찍힌 나이키 바지를 입고, ‘톰’을 꼬시기 위해 몸부림쳤다. 심지어 이탈리아 국기를 새긴 카파를 걸친 아이들, 유니언 잭을 박은 리복을 입은 친구들을 경멸하기도 했다. 클럽에서 ‘캘리포니아 드림’이 흘러나올 때면, 막춤 추다 말고 울 뻔했다. 더구나 동성결혼 금지가 위헌이라는 매사추세츠주(하필이면 케리가 상원의원인 주다)의 판결이 나오자 본격적인 신부수업에 들어갔다. 집 안에 ‘야매로’ CNN 어학당을 열고, 졸린 눈을 비비면서 CNN 시청에 열을 올렸다. 나의 ‘작업’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한다.

이제 미국으로 시집가기는커녕 한국에서 결혼조차 꿈꿀 수 없게 될지 모른다. 한-미 동맹 좋아하는 정치인과 목사님들의 부시 따라하기가 무섭다. 그분들이 결혼을 ‘양성의 결합’이라고 ‘애매호모’하게 명시한 대한민국 헌법도 부시의 모범을 따라 ‘남녀의 결합’으로 개정하자는 주장을 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이슬람 친구들을 생각하면 피눈물이…

참, 한가한 결혼 타령할 때가 아니다. 내 친구들은 목숨줄마저 위태로워진다. 에이즈의 ABC도 모르는 부시의 ABC 정책 때문이다. 금욕(Abstinence)하지 않고, 정조(Be faithful)를 지키지 않은 자들에게는 에이즈 기금조차 지원하지 않겠다는 당신의 정책 말이다. 콘돔 사용(Condom use)이야 그저 ‘립 서비스’ 아니던가. 벌써부터 아프리카, 아시아, 남아메리카에서 절규하는 목소리가 들린다. 이슬람 동성애자들을 생각하면 피눈물이 맺힌다. 선거 막바지에 확인했듯이, 지금 세계는 부시와 빈 라덴이 짜고 치는 고스톱 판이다. 부시가 공격하면 이슬람 근본주의가 준동한다. 상부상조, 동고동락이다. 이슬람 동성애자들은 부시의 폭격에 죽고, 근본주의자들의 명예살인에 희생당한다. 잡아먹을 듯 싸워도 기독교와 이슬람 근본주의는 동성애자 죽이기에는 ‘만장일치’다. 우리에게 당신과 당신의 친구, 빈 라덴이야말로 ‘악의 축’이다. ‘고드 블레스 유’(God bless you)! 부시, 당신 때문에 우리는 죽어왔고, 죽어갈 것이다. 설사 당신이 한반도에 폭탄을 퍼붓지 않아도, 당신은 이미 동성애자의 삶에 폭격을 가하고 있다. 당신의 당선은 우리에게 전쟁의 시작이다. 시집은 못 가도 좋으니 제발 살아남기라도 했으면 좋겠다. 이건 아메리칸 드림이 아니라 아메리칸 나이트메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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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단걸 2004-11-17 오전 03:53

근데 이민석이 누구야? 앙?

모든걸 2004-11-24 오전 06:36

나야, 자기야. 호홍~ 명의 도용 미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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