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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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2월3일 새벽 1시.
김치 볶음밥 하나를 완성했다. 밤참이냐고?
내일 아침거리다.
이 착한 동생이 12시 넘은 시각에 힘든 몸을 이끌고 집에 와서는
아침에 출근할 형을 위해 기꺼이 솜씨를 발휘했다.
근데 아침에 웬 김치 볶음밥이냐고?
사실 내일 아침에 끓일 국거리가 없어
대충 후다닥 있는 재료만으로 볼품없이 만들었다.
요새 이 시간에 뭐 먹는 것이 민감하기에 맛도 못 봤다.
맛있겠지. 나는 맛을 그리는 아이거든.

요새 형한테나 누나한테나 잘하려고 애쓴다.
‘가족한테 냉정하게 대하기’ 올해 다짐 넷째이었던 것 같은데.
그런데 그 잘한다는 것은 그냥 그들에게 남처럼 대하려고 하는 것이다.
평소대로 남들한테 행동하는 것처럼 도와줄 때 도와주고,
나 때문에 괜한 신경 쓰지 않게 행동한다.
그런데 이상한 것이 그런 행동이 이전보다 이들한테 잘하는 것처럼 되어 버렸다.
사실 이 두 사람이 요새 내 신경을 수도 없이 건드린다.
그때 마다 참고 참았다. 그리고 되뇌고 되뇌었다.
‘남이라니깐. 신경 쓰지 마. 내 인생이야.’
이러면 그냥 내가 참게 되고, 평소 같으면 크게 싸울 일이었는데, 조용히 그냥 넘어간다.
거참 신기하다. 정을 떼려고 하는 것이. 왜 이런 결과가 나오는 걸까.

금요일 밤.
몇 년 만인지 모르겠다.
형과 누나와 함께 ‘그때 그 사람들’을 보기로 했다.
운 좋게 무료 티켓 4장이 생겨 대한극장 좋은 좌석에서 본다.
누나 시간이 문제이긴 한데.
이번 주에 안 되면 다음주에 설날 때 고향에 내려가 같이 보련다.
셋이 모여 설날 지낸 것도 까마득하다.
이들에게 정을 떼려는 것은 내가 성숙하는 과정일지도 모른다.
그것이 정말 성숙한 모습인지 모르겠다.
그러나 나는 그들에게 몇 퍼센트 나를 감추고 있다.
나를 보여주고 싶다. 빨리.

차돌바우 2005-02-03 오후 21:16

앗 김치 볶음밥 ^^
나도 좋아하는 메뉴중의 하나쥐.
종종. 스페셜하게 돼지고기 김치볶음밥도 해먹쥐~~ ^^

기즈베 2005-02-05 오후 18:38

어허 형에게 돼지고기는 스페셜이었나요?
생활인줄로만 알았는데 나는...
마음연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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