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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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eeze 2005-02-12 19:47:30
+3 854
전 제 동아리 친구들과 무척 친하게 지내는 편인데
제가 알기에 그 가운데 또렷한 동성애자는 저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평소 동성애에 대해 나름대로 진지하게 토론도 많이 하고
다들 생각이 열려 있는 것 같아서
저는 몇 주 전 가볍게 커밍아웃을 했습니다.
그 당시에 단 한 명이 집에 내려가 있는 관계로
제 커밍아웃을 듣지 못 했습니다.

별다른 나쁜 결과가 없었고
저는 다시 편안하게 그들과 만났습니다.
그러던 중 유일하게 제 커밍아웃을 듣지 못한 친구가
의외로 호모포비아적인 생각을 품고 있다는 점을 발견했습니다.
그가 군대에 있었을 때 “여성적인 고참”이
성추행 비슷한 짓을 여러 번 했다는 후유증인 듯 했습니다.
저는 그 친구에게는 커밍아웃을 하지 않는 게 낫다고 판단한 뒤 입을 다물었습니다.

그리고 며칠 후 저희 동아리 사람들끼리
밤늦게까지 술을 마신 날이 있었습니다.
다들 굉장히 취했고, 특히 평소 무척 인격적이었던
한 선배도 발음이 제대로 안 될 정도로 취했습니다.
그 순간 그 선배가 제가 커밍아웃을 하지 않는 친구를 지칭하며,
“(그 친구도) 이미 알고 있지?”, “(너의 동성애에 대해) 말해도 되지?”
라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전 그다지 취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그 선배가 그렇게 제게 닦달하듯이 고백을 유도하는 것은 강요에 가깝지
좋지 않다고 판단해서 입을 다물었습니다.
하지만 그 선배는 계속 반복해서 물었고
호기심이 유난히 많은 그 친구는 제게 캐묻듯이 자꾸 재촉을 했습니다.
정말이지 그 질문을 따돌리기 위해 무척 애를 먹는 날이었습니다.

전 며칠 후 그 선배가 멀쩡할 때 진지하게 얘기를 했습니다.
제가 스스로 고백한 것과 타인이 알리는 것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고
누군가에게 짐작 가능한 언지를 주는 것은 잘못됐으며
말하라고 윽박지르는 행위는 그릇된 것 같다고 알렸습니다.

그 선배는 처음에는 정중하게 사과를 하더니
나중에 제게 그 정도의 깜냥도 없으면서 커밍아웃을 하느냐고 물었습니다.
동시에 제가 유일하게 커밍아웃하지 않은 그 친구도
자기 생각으로는 게이 같다는 것이었습니다.

전 그 친구가 게이인지 아닌지는 전혀 모르지만,
누군가를 섣불리 게이라고 의심한 뒤 추측내용을
여러 사람들에게 알리는 것도 나쁜 것 같다고 잘라 말했습니다.
또, 설령 그가 게이일지언정 예민한 사안을
함부로 발설하는 것도 좋지 않다고 표현했습니다.

그 선배는 무척 자존심이 상한 듯 형식적으로 사과한 뒤
빠져나갔습니다. 저는 일단 그 선배에게 불쾌했고
제 고백을 쉽사리 정치적으로만 다루려고 하는 태도가
화가 치밉니다. 전 제 삶에서 얘기를 한 것이지
세미나 하기에 좋은 실례를 보이기 위한 정치적인 실천은 아니었습니다.

damaged..? 2005-02-13 오전 00:14

사람을 잘 알지도 못하고 이렇게 말하면 안 되겠지만, 그 선배분께서는 동성애를 머리로만 이해하고 옹호할 줄 알았지 가슴으로는 받아들이지 못하실 것같군요. 역시 이렇게--싸잡아--말하면 안 되겠지만, 소위 운동한다는 먹물들의 위선이란...! -_-+

차돌바우 2005-02-13 오전 00:47

그래도 님처럼 커밍아웃 하시는 분들 때문에 동성애자의 인권이 발전한다는 생각을 합니다.
열심히 고민하셔서 잘 해결 하시길 바랍니다.

Rialto 2005-02-13 오전 04:29

저는 커밍후 친구들이 서서히 사라졌습니다
고3의 커밍은 친구들이 받아들이기 힘든 일이었나봅니다
솔직히 사람을 가려서 커밍할 필요가 있을겁니다
자연스레 친구들이 두갈레로 갈려지는건 당연하고도 서글픈 일이니까요
마음연결
마음연결 프로젝트는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에서 2014년부터 진행하고 있는 성소수자 자살예방 프로젝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