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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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학자들은 모두 '잃어버린 고리'에 대해 아직도 몸살을 앓고 있다. 지금으로부터 300-400만 년의 유인원으로부터 현생 인류에 닿는 진화적 고리에 대해 알 수 있는 것들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루시'를 인류의 어머니로 부르는 돈 핸존슨과 루시를 오스트랄로피테쿠스로 분류하며 라마피테쿠스 계통이 또다른 전통성을 주장하는 리키 가족으로 분화되어 아직도 논쟁 중에 있는 '잃어버린 고리'.

하지만 어쨌든 무화과 나무에서 내려온 라마피테쿠스가 사바나를 돌아다니며 400만년 전부터 진화해온 그 한시적 시간 속에 인류의 기원이 담겨져 있을 거라는 것에 대해서는 아무도 이견을 제시하지 않는다. 프랑스의 저명한 성서학자 르 샤르댕마저 영국에서 거짓 화석을 만들어, 기껏 아프리카인 조상 설을 부정하고자 했을 뿐이다.

400만 년 전, '푸하'라 불리는 수컷 라마피테쿠스가 끝이 뾰족한 나무로 만든 창을 들고 사바나 언덕을 어슬렁거리고 있었다. 키 150cm에 가슴털이 듬성듬성난 잘 생긴 라마피테쿠스. 푸하의 얼굴과 손바닥은 진화 과정에 의해 이미 털이 벗겨져 하앴고, 직립보행의 결과로 엉덩이는 골반뼈에 튼실하게 달라붙어 있었다.

죽은 하마 가죽으로 만든 부대자루 속에는 이미 사냥의 희생물인 토끼 한 마리가 담겨 있었다. 푸하는 400년 후 인류학자 리처드 리키 일행이 현장 조사차 실제로 사바나 사막에서 맨손으로 토끼 사냥을 했던 것처럼 창을 쓰지도 않고 토끼의 방향 감각을 이용해 통통히 살 오른 수컷의 목을 움켜쥐었던 것이다.

그는 이미 지쳐 있었다. 사바나 사막 서쪽으로 이미 해가 이울고 있었고, 하루종일 돌아다녔지만 토끼 한 마리밖에 수확하지 못했다. 사냥 도중 자기네 '밴드'의 수컷 무리에서 이탈한 16살의 푸하는 표범을 피해 무화과 나무 위에서 두 시간을 보냈고, 나무 창으로 하이에나 무리를 쫓아냈지만 결국 발견한 것은 뼈와 가죽밖에 남지 않은 들소의 사체였을 뿐이었다.

푸하는 집으로 돌아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어미 '푸푸하'와 누이 동생 '키키'가 있는 자기 가족으로. 인기가 많은 어미 '푸푸하' 덕에 푸하의 수컷 서열은 밴드에서 두세 번째쯤 되었다. 푸하는 어미 푸푸하와 어미의 수컷 정부인 '푸르페', 그리고 누이동생 키키와 사냥해온 토끼를 나눠 먹었다. 삼일 전 이웃 밴드에서 온 젊은 푸르페한테는 맛좋은 토끼 골을 주지 않고 내장 일부분과 가죽에 묻은 몇 점의 살점만 주었다.

그리고 밤이 되어 잠들 무렵, 뒤늦게 밴드에 돌아온 수컷 무리들. 잠 속에 빠지려던 푸하는 눈을 뜨고 노화한 영양을 들쳐메고 돌아온 수컷 무리들을 바라보았다. 그의 친구 마타가 건장한 모습으로 의기양양하게 돌아오는 모습도 보였다. 밴드의 배분이 있었다. 수컷들에게 인기 많은 어미 푸푸하 덕분에 잠들려던 푸하도 영양 고기 몇 점을 얻어 먹었다. 먹이를 다 먹어치운 후에 친구 마타가 다가왔다. 그리고는 낮게 으르렁거리고 푸하의 뒷등 털을 고르며 낮에 헤어져 걱정했다는 뜻을 전했다. 마타는 17살이었는데, 그의 가족이나 밴드 모두 그가 곧 다른 이웃 밴드에서 젊은 암컷을 구하리라 생각하고 있는 청년이었다. 마타도 피곤한지 눈에 졸음이 가득했다. 푸하는 마타가 옆에 누울 수 있도록 그가 누운 자리를 조금 비켜 주었다. 마타가 누웠다.

이미 잠이 깨버린 푸하는 어린 시절이 기억나 마타와 장난을 치고 싶었다. 푸하는 마타의 털을 고르고 그의 배 위에 발을 올려놓으며 장난을 걸었지만 피곤한 마타는 귀찮은지 콧방귀를 뀌며 몸을 돌려 버렸다. 그래도 지지 않은 푸하, 연거푸 장난을 걸었다. 푸하는 마타의 잘 생긴 옆모습과 튼튼한 허리, 그리고 그가 내쉬는 콧방귀를 좋아했다. 언젠가 마타는 표범한테 몰려 있는 푸하를 위해 인정사정 볼 것 없이 마구 돌을 던지는 용감함을 보이기도 했던 친구였다. 푸하도 곧 다른 밴드로 암컷을 찾아 떠나야 했지만 어미 푸푸하와 마타 때문에 망설이고 있었다.

등을 돌린 마타의 옆구리에 손을 얹어놓았던 우리의 푸하, 그는 막 지문이 생긴 그 하얀 손을 마타의 사타구니께로 가져갔다. 그 은밀한 손놀림은 긴장으로 약간 떨리고 있었고 손바닥엔 땀이 축축히 배어나고 있었다. 마타가 다시 한 번 콧방귀를 뀌었지만 푸하는 거기서 그치지 않고 자신의 사타구니를 마타 뒤에 바짝 갖다 댄 채 비벼대기 시작했다.

어디선가 하이에나 울음 소리가 길게 퍼져 나왔고 연이어 기분좋은 콧소리를 내며 마타의 코가 꿈틀거렸다. 푸하의 눈은 맑은 밤 하늘을 보고 있었다. 별들이 앍작앍작 매달려 있는 저 푸른 원시의 하늘을.

어쩌면 400만 년 전, 우리의 푸하는 친구 마타를 사랑했는지도 모른다. 그 잃어버린 고리는 왜 현생 인류가 동성애를 하는지 그 진화적 근거를 확실히 제시해줄지도 모른다. 분명한 건 푸하가 우리의 조상이라는 점이다.



2000.7
음... 2000년에 친구사이 게시판에 쓴 글인데... 사이트가 날라가면서 없어진 줄 알았는데... 찾았어요... 그냥, 거시기, 거시기해서 올립니다. --;;

차돌바우 2005-03-14 오후 18:07

잼있네 그랴 ^^*
앞으로 자주 발굴해봐~~~!!

미셸 2005-03-14 오후 23:56

허허헉!! 음악에 또한번 놀라고 갑니다....

동자승 2005-03-15 오전 04:47

흥미롭고 재미있는 글이군요! 근데 음악은 어떻게 해야 듣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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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연결 프로젝트는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에서 2014년부터 진행하고 있는 성소수자 자살예방 프로젝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