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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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가끔 그런 생각을 하곤 한다. 왜 항공사 직원들 중에는 게이가 많은 걸까? 보딩을 하고 공항 보안 검색대를 지나가면서, 잘 생긴 직원들과 승무원들을 곁눈질하며 나의 우문에 대한 답을 스스로 찾는 머쓱한 순간의 감회랄까. 통계가 모든 걸 설명해주지는 못할 망정, 우리 삶의 어떤 궤도, 가령 뿌리 내리지 못한 누군가의 실존적 풍경 속에 여행에 대한 욕망을 짜넣는 도식은 예상보다 쉬운 일이다.  

저번 여행 때 김포공항의 보안 검색대를 지나가면서도 난 불현듯 그런 생각을 또다시 떠올리고 있었다. 저기 전자 감식기를 들고 있는 공항 남자 직원이 꽤나 근사하게 보였던 것. 분주하게 춤을 추듯 승객들 몸을 전자 감식기 막대로 검색하고 있는, 20대 후반으로 보이는 그 남자 직원의 옆 단면도는 비 개인 아침의 여름 식물에서 감지되는 아련한 물기를 지닐고 있을 성싶었다. 그에게 다가가기 위해 신발을 벗고, 주머니 속 물건들을 바구니 속에 집어넣고는 내 순서를 기다렸다.

마침내 내 차례가 되어 검색대를 통과하는 순간, 삐 소리가 내 몸에서 나온다. 대체 또 뭘까? 하지만 내 앞으로 다가오는 그 때문에 몸 어딘가에 숨어 있을 쇠조각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다. 그의 음성은 비교적 차분하다. 반복 업무에서 생긴 나른함을 띠고 있지만 그래도 제법 생기가 묻어 있다.

"손님, 검색 좀 하겠습니다. 손 좀 들어주시겠습니까?"

들다마다요. 나는 마치 지구를 끌어안을 듯이 두 팔을 활짝 젖혀 온몸을 개방시켰다. 감식 막대가 내 몸을 스치고 지나간다, 곧이어 그의 손이 발목부터 허벅지까지 훑고 올라온다. 손의 느낌이 농밀하다, 나도 모르게 침을 꼴깍. 뒤미처 감식 막대가 내 허리띠에서 수줍은 듯이 소리를 내며 흔들린다. 아, 허리띠.

"손님, 혁띠를 만져도 되겠습니까?"
"네."

되다마다요. 너처럼 하얀 목과 검고 웅숭 깊은 눈을 가진 놈은 혁띠 뿐만 아니라 내 몸 곳곳을 만지도록 허락할 수 있지. 아니, 심지어는 거시기.... 바로 그 거시기에다 철심을 박고 싶은 심정이란다. 헌데 혁띠를 만지던 그가 갑자기 나에게 바짝 붙어선다. 이 무슨 당돌한 유혹이란 말인가. 순간, 숨이 턱 막히고 말았다. 그가 얼굴을 내 귀에다 바짝 대고, 이윽고 마치 숲속의 비밀을 속삭이듯 은밀하게 입을 연다.

"손님, 바지 지퍼 열렸어요."



더 읽으시려면.

이럴수가 2005-03-17 오후 18:56

친구사이 숱하게 드나들면서 게시물 눈팅하던 중 가장 궁금했던 사람의
얼굴을 지금 확인하고 말았습니다. 모던보이님.

차돌바우 2005-03-17 오후 21:23

이런 이런.. 위로의 말씀 드립니다.. ^^

모던보이 2005-03-17 오후 23:50

이럴수가 님... 음... 음... --;;

이럴수가 2005-03-18 오전 01:24

왜들 그러시죠? ㅎ ㅎ
다들 뭔가 찔려하는 분위기군요. ㅋ
커뮤니티 게시판에 나와있는 세 분 사진 중 한분이
모던보이님이라는 사실을 확인하고 상당히 흐뭇하고 즐거워 하는 걸요.
음음음...

밀리언 2005-03-18 오전 02:46

흠... 끝까지 일부러 바지 지퍼 열고 검색대를 지나갔다고 고백은 안하시는구료...

모던보이 2005-03-18 오전 04:40

음.... 이럴수님 제 사진입니다.
http://chingusai.net/images/heeil2.jpg

밀리언 氏, 님의 바지 지퍼는 기이하게 뒤에 달려 있다는 소문이던데, 사실인가요?

이럴수가 2005-03-18 오전 05:06

그렇게 분장해도 본판은 안 바뀌시는군요. ㅎ
샤프하고도 부드러운 얼굴과
이지적이고 유려한 문장력이 묘하게 합일되어있는... ㅋ
오늘 건져올린, 생활의 발견이었네요. 영광!

모던보이 2005-03-18 오후 16:19

음... 이럴수가 님.... 감사합니다.
음... 15년 만에 듣는 칭찬이네요.
음... 친구사이, 자주 놀러오세요.
음... 즐겁고 보람된 하루 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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