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title_Free
호홍,~ 2005-05-12 21:36:28
+1 679
길거리를 지날 때 귓속으로 흘러 들어오는 사람들의 말, 활어처럼 팔딱거리고 그 어떤 것보다 농밀한 비린내가 물씬한 길거리 인간들의 말을 난 좋아한다. 이내 귀는 꽃인 양 벌어지고 내 마음벽엔 그들의 말들이 낙서처럼 새겨지기 시작.

엊저녁 밥을 먹으러 가는 길. 교복 차림의 고삐리 머슴애 둘이 여염집 2층 창문을 바라보며 서 있다.

고삐리 1 : 안 춥냐? 너 계속 여기 있을 거야?
고삐리 2 : 버텨봐야지. 10시까지 있을 거야.

불이 환히 켜져 있는 2층집 창문. 겨울 외투처럼 꼭 다물어져 있다.

고삐리 1 : 히히... 독한 놈.

까까머리 고삐리 2는 아무 말 없이 그 2층집 창문을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었다. 녀석의 눈빛은 단단했다.

그리고 내가 신문 하나를 읽고 밥을 다 먹은 후 집에 다시 돌아올 때, 그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2층집 창문엔 불이 꺼져 있었다.

2004-11-09



작년 겨울이었군, 이 장면을 본 게.
그렇게 그 사람이 원하던 일을 자신도 모르게 할 때 이미 정작 그 사람이 자신을 떠나고 없듯, 종종 우리는 길고 아득한 시간을 헐어내며 아무도 없는 창문 앞을 서성이곤 한다.

무쟈게 센치해지는 일이다.
호홍,~


A Pure Person | Lim Giong
[Millennium Mambo OST, 2003]

안티호홍 2005-05-12 오후 21:41


.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수
2664 2005 친구사이 봄 MT에 와주신 모든 분들께 소녀 ... +12 기즈베 2005-05-16 661
2663 학교 내 성정체성 교육 의무화를 위한 활동을 제... 동인련/성소수자인권 2005-05-15 574
2662 2005 여름 동성애자인권캠프 공동준비단을 제안합... +1 동성애자인권연대 2005-05-15 617
2661 이 분이 누굴까요? +2 미아찾기행동본부 2005-05-14 561
2660 금요일 밤 +2 모던보이 2005-05-14 782
2659 으워- +2 oceana 2005-05-14 562
2658 친구사이에 대해 궁금한 게 있어요! +5 민우남편 2005-05-14 587
2657 인권위에서 친구사이의 <청소년 동성애자 차별... 용주 2005-05-07 611
2656 오빠는 풍각쟁이 +4 안티가람 2005-05-13 569
2655 [속보] MT 준비팀장 기즈베, 병원에 실려가다? +5 알자지라 2005-05-13 1009
2654 게이문학 단편집 두번째! 예약합니다^^ +3 한중렬 2005-05-13 891
2653 귀를 씻어 내고 싶다 !!! +3 황무지 2005-05-13 575
2652 라이카님 생신을 축하드립니다.!! +12 춤샘 2005-05-13 690
2651 부드럽게 애무해 드립니다. +3 풋페티쉬 2005-05-13 708
2650 2005 한국판 킨제이 보고서 +1 queernews 2005-05-13 577
2649 아기나무 울랄라깔랄라 2005-05-12 525
2648 춤샘, 우리 과부 청상계라도 만들까? +5 게이토끼 2005-05-12 1058
» 고삐리 로미오 +1 호홍,~ 2005-05-12 679
2646 사랑을 위한 죽음 +1 모던보이 2005-05-12 1869
2645 친구사이 커플 필독!!! +6 이자와 2005-05-12 633
마음연결
마음연결 프로젝트는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에서 2014년부터 진행하고 있는 성소수자 자살예방 프로젝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