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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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문 2005-05-24 02:26:34
+2 596
늙은 노동자가 우리에게 보낸 호소문

sk상경투쟁단 오금철, 울산은 억울한 전쟁, 죽을 각오로 싸워

김장민  

'울산지역건설플랜트노동조합' sk상경투쟁단 오금철(58세)씨의 호소문이 떠돌고 있다. 익명의 인터넷에서 떠도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가슴 속으로  흘러들어와 우리의 결의로 다짐으로 메아리쳐 함께 하는 싸움이 되기를 바라는 맘으로 그 사연을 들어본다.


▲5월 21일 서울 마포 아현동 애오개 역 부근 sk건설 타워크레인에서 고공농성 21일 차를 맞이하는 오금철씨 등 울산건설플랜트노동자들.     ©판갈이  


난 평생 죽도록 일한 예순을 바라보는 산업역군

마른 빵 입에 물고 눈물을 머금고 서울로 왔습니다. 나는 68년부터  여수 호남정유에서 조공으로 일을 시작했습니다. 그러다가 월남전에도 참전했습니다. 고엽제피해로 온몸 살갗이 벗겨집니다.

오늘은 팔에서, 내일은 다리에서, 뱀허물 벗겨지듯 살점이 떨어져나갑니다.  고리원자력발전소,울진원자력발전소 공사장에서 죽도록 일했습니다.  사막의 뜨거운 모래폭풍이 부는 이라크, 일본, 어디라도 달려가 일을 했습니다.  말그대로 산업역군이었습니다.

일등국민이 도대체 누구입니까?  군인들, 외화를 벌어들이는 사람들, 그리고 산업역군들이라 합디다. 그런데 나는 무엇입니까? 산업역군은 온데간데없고 검사들과 경찰들은 일만 한 나를 빨갱이라고 합니다.

근로기준법을 지키라는 것뿐인데 끌려가고 구속되고 수배되고 도대체 이게 뭡니까? 나라의 윤리가 있다면 이러지 않습니다. 나는 지금까지 정치나 검사들이 이정도까지 썩었는지 정말 몰랐습니다.


울산은 지금 너무 억울한, 무서운 전쟁 중

울산은 지금  너무 억울한 전쟁 중입니다. 내가 참전한 월남전보다 더 무섭습니다. 이 전쟁에는 젓먹이를 덜쳐업고 나온 아주머니들이 태반입니다. 얼마나 절박하면, 이놈들이 얼마나 나쁜놈들이면, 이러겠습니까?

아이들한테, 아저씨들 잡아간 나쁜경찰이라고 가르쳐야합니까? 우리가 원하는 것은 법에만 있는 것이었지, 현실은 꽝입니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초등학생도 이해하는 것, 먹고, 씻고, 쉬고, 일하기 위해 가장 기초적인 것들입니다.  

밥알보다 모래를 더 씹어야하는 점심도시락도 그나마 비가 오면 빗물에 말아먹는 꼴입니다. 공장담벼락에 숨어서 도둑놈처럼 작업복을 갈아입어야합니다.

누가 우리들의 이런 짐승같은 생활을 이해할 수 있겠습니까? 우리는 돈을 더 달라는 것도 아닙니다. 인간답게 생활하고 좀더 인간답게 일하고 싶은것 뿐입니다.

30년 훨씬전에 전태일열사가 외친 근로기준법을 지금 우리가 외치고 있다는 사실을 얼마전에야 알았습니다. 살아온 날을 이렇게 이야기 할라니 눈물만 납니다.  파업하며 안 운 날이 없습니다. 울고 또 울어도 눈물이 납니다. 피눈물이 납니다.


▲식당은 커녕 쇠가루와 흙먼지가 날리는 일터에서 한끼를 때운다. 그것도 sk와 같은 재벌의 사업장 내에서.     © 판갈이  


모래바람 없이, 쇳가루 없이 도시락을 먹어봤으면

내 삶이 왜 이렇게 된 겁니까? 새벽밥 먹고 현장에 와서, 옷갈아 입을 장소가 없어 도로에서 주섬주섬 옷을 갈아입고, 쇳가루 시멘트가루 날리는 난장에서 비가 쏟아져도 피할곳 없이 허겁지겁 밥을 먹습니다.

내 돈주고 먹는 도시락 모래 바람 없이 한번 먹어보자는 겁니다 화장실 한번 당당하게 가보자는 것입니다. 먼지구덩이 쇳가루라도 털고 퇴근하고 싶습니다. 하루일을 마치고 땀에 흠뻑 절어도 손 씻을 세면장 샤워장하나 없는게 건설일용 노동자의 오늘입니다.

국민3대의무가 교육의 의무 국방의 의무 납세의 의무라고 합니다. 이 가운데 우리가 안 지킨게 무엇입니까? 노동자기본권은 하늘의 별따기보다 어려운 것입니까?  기본권이 원래 그런 겁니까?

성수대교, 삼풍백화점이 왜 무너졌습니까? 그게 다 부실공사 아닙니까? 다단계 도급제 때문 아닙니까? 다단계 도급제야말로 살인행위입니다. 테러입니다. 그런데도 검사들과 경찰들은 우리더러 폭력배라하고, 우리더러 테러리스트라고 합니다.  

퍽하면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고 고발하는 사장들만 있지, 우린 늘 당하고만 있습니다. 지금 우리가 하는 파업은 잘못된 시공관행을 바로잡아 사람 목숨을 살리는 일입니다. 지금 우리가 하는 파업은 우리들의 목숨이 달린 문제입니다.


▲과연 이것이 21세기 2만불 소득시대의 노동자 모습인가? 어찌 분노하지 않을 수 있나     © 판갈이  


하루에도 몇 번씩 죽음을 생각하지만 죽을 각오로 싸울 것

내 나이가 내일모레면 60을 보지만 이번만큼은 물러설 수 없습니다. 하루에도 몇 번씩이나 죽음을 생각하지만, 앞으로도 공장에서 일하게 될 후배들에게 남길 유산이라고 생각하고 죽을 각오로 싸울 겁니다.

업체는 협상에 코빼기도 안보이고 검사는 우리더러 사상이 불순하다며 빨갱이 타령에 정신없습니다. 경찰은 조합원이 모였다면 곤봉 들고 방패 들고 여차하면 다 쓸어버리겠다고 폭력배타령이나 합니다.

사장 좋을짓만 알아서 합니다. 손발이 착착 맞습니다. 생판 듣도 보도못한 법으로 우릴 구속하는데 우리가 진정으로 바라는게 바로 법대로 하라는겁니다. 우린 진짜 단순한 사람들입니다. 아무것도 없는 사람들입니다.

한 많은 세월을 살았습니다. 중학교 졸업하고 여태까지 일하며 살아왔습니다. 생각이 조금이라도 있는 인간이면 잘잘못을 알겁니다. 검사들이 못 배워서 우릴 구속시킵니까? 잘못한 것을 잘못했다고 이야기하는게 무엇이 죄가 됩니까?

나는 자식들한테 어려운 사람을 도와야한다고 말합니다. 없는 사람의 고통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입니다. 제발 좀 말좀 해주십시오. 제발 좀 도와주십시오.


▲사랑하는 가족들, 남편과 아빠를 따라 여기까지 왔지만 같이만 있다면 행복하다.  그들이 다시 맘 놓고 다시 만날 수 있는 날이 하루빨리 오기를 바란다.    ©판갈이  

  
    

데미지케어 2005-05-24 오전 04:35

정말 가슴아픕니다. 어떤 형태로든 응원을 하고싶습니다. 이기싶시요

동자승 2005-05-24 오전 06:59

치문님...
너무 아프군요!! 그동안 저 혼자의 살길만 찾은 내 모습이 너무 부끄러우네요!!
조금은 이해주시고 저도 응원(?)해 드리죠!!!!
하번 뵙고 싶어요!!! 정말로!!
5월 정모에 뵙으면 합니다. 팬 으로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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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연결 프로젝트는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에서 2014년부터 진행하고 있는 성소수자 자살예방 프로젝트입니다.